2012.12.16 23:06
1.
사퇴하고 사라진 구라돌이 이정희의 위대함(?)이 돋보이는 무대였습니다.
근데 정말 대단해요.
첫 번째 토론회에서 거침 없는 막말 어택으로 본인 인지도를 높이고 이미지를 많이 개선했죠. (전 여전히 나쁜 x라고 생각합니다만.)
두 번째 토론회에선 노동, 환경 관련 발언들을 많이 해서 자기네 당 홍보도 톡톡히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오늘, 토론회 당일 오후라는 오묘한 타이밍에 사퇴해서 갑작스런 룰 변경을 불러왔고 기존의 '질의 응답' 룰로만 준비해왔던 후보들이 본인의 실제 능력을 드러내게 만들었어요. 그게 결국 누구에게 독박으로 씌워졌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고.
암튼 나쁜 사람-_-이긴 한데 참 치밀하고 능력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그래서 박근혜 측의 전략은 뭐.
어차피 본인들이 나가고 안 나가고를 결정할 수 없는 선관위 주최 토론이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나오긴 해야겠고. 하지만 한나절만에 개선될 상태는 아니고.
그런 상황에선 최선이었다고 봅니다.
상대가 뭘 묻든 간에 적어간 내용만 읽기.
지난 5년 지적하면 '내가 되서 할 거다. 꼭 할 거다.' 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나는 국민들과의 약속은 모두 지켜왔다'는 생구라 캐치프레이즈 강조하기.
역시 상대방이 뭐라고 해명하든 말든 무조건 물귀신 작전으로 '너도 그랬잖아! 니가 그랬잖아!!'라고 우기기.
그리고 마지막 필살기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최대한 '난 밀리고 있지 않아' 라는 표정 짓기(...)
물론 정말로 밀리지 않는 걸로 보이는 게 아니라 '처참하게 발리고 있지만 자존심 세우느라 표정 관리 애쓰고 있다'라는 게 너무 빤하게 보였던 게 옥의 티긴 하지만,
어쨌거나 박근혜라는 사람이 가진 능력치를 감안하면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고 봐요. 그리고 딱 그만큼은 해 줬다고 봅니다.
적어도 기존 지지자들은 100% 박근혜가 잘 했다고 주장할 걸요. 장담합니다. 푸하핫.
+ 근데 그래도 중간에 한 두 가지 이슈에 대해선 '그 땐 제가 생각이 짧았다고 인정합니다. 앞으로 잘 해 나가겠습니다. 허허허.' 정도는 해 줬음 더 나았을 텐데.
끝까지 자긴 잘못한 것 하나 없다고 우겨서 스스로 궁색해진 게 선거팀의 전략인지 그네짜응의 자존심이었는지 궁금합니다.
3.
문재인은 오늘 얻은 게 커 보이더군요.
말은 좀 어눌하게 들려도 머리 속은 빠릿빠릿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확실히 심어줬다고 봐요.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지지 후보 바꾸지 않을 콘크리트 분들이야 애초에 포기하고 가는 거고, 하는 거 봐서 유능해 보이는 사람 뽑자고 대기 타고 있을 부동층에게 오늘 토론회의 승자가 누구로 보였을지는 너무나도 당연하니까요.
게다가 그 와중에 화도 안 내고 예의 지켜가며 적절하게 몰아붙이는 모습이 몇 번은 아주 근사해보이기도 했습니다.
전부터 하던 생각이지만 소속당에 대한 지지나 당선 후 역할 수행에 대한 기대감 같은 건 일단 접어 놓고 인간적인 매력만 놓고 보면 제겐 역대 최강 캐릭터에요.
4.
암튼 뭐 그래서.
맘 편히 월, 화 빡세게 일이나 하고 수요일에 투표한 후 개표 중계를 지켜보면 올해 대선은 끝이겠네요.
전국 방방곡곡의 치킨집 사장님들 화이팅 하시고.
부디 좋은 결과 나오길.
일단 전 잘 될 거라 믿습니다만. 그래도 왠지 한 20년만에 기도라도 한 번 하고 싶어지네요(...)
2012.12.16 23:09
2012.12.16 23:17
2012.12.16 23:22
2012.12.16 23:23
2012.12.1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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