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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고 싶다면 야당을 존중하라

[한겨레] [토요판] 커버스토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당선인이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합리적 보수주의자’인 윤여준(73) 전 환경부 장관의 주문이다. 뿌리부터 보수인 그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의 국민통합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으며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파격’을 감행했다.

보수주의자가 왜 문재인을 돕는지를 얘기한 그의 문재인 찬조연설은 커다란 화제를 낳았다.

윤 전 장관은 인터뷰 요청에 “이긴 쪽 얘기를 들어야지, 진 쪽 말을 들어서 무엇하겠느냐”고 거절했다. “오랜 경험과 지혜를 들려주는 것이 사회 원로의 의무가 아니냐”고 간곡하게 설득한 끝에 20일 오전 서울 마포 그의 사무실에서 마주앉을 수 있었다.

이번 대선 결과를 보면 세대간 지역간 균열이 심하다. 선거전 역시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나눠 치러졌다.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갈등 요인이 매우 많아 보인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나?

“선거가 막판에 보수 대 진보 양자대결로 가면서 이념대결로 다시 재편됐다. 이념갈등이 살아나서 다시 극한대결 양상이 벌어지면 국민들은 또 정치권을 통째로 불신하고 혐오해서 다른 데서 대안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과거 대통령들은 선거기간에는 야당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무도 안 지켰다. 그래서 실패했다. 박 당선인은 현실적으로도 이걸 안 지키면 국정을 원만하게 운영할 수가 없다. 절반의 반대자가 있고, 더구나 국회법이 고쳐져서 과거처럼 다수가 맘대로 (법안을) 처리할 수도 없다. 야당을 국정동반자로 인정하고 존중하면 야당도 극렬하게 저항할 수 없고 야당이 그렇게 하는 것을 국민이 용납하지도 않는다. 당선인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박 당선인도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려는 생각이 강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통합 말고 또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중장기적으로는 정치쇄신을 해야 한다. 지금 내놓은 방안은 대통령 권력 약화인데, 이것은 근원적인 것은 아니다. 국내외적으로 위기가 상존하는 때는 지도자가 신속히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대통령을 견제해서 균형을 이루느냐가 중요하다. 입법과 사법부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하고,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또 무너진 국가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 공직사회의 공공성과 정치 중립성을 회복해서 관료의 효율성과 능률화를 이뤄내야 한다. 경제민주화와 민주주의의 기반인 중산층 회복도 중요한 과제다.

이런 것을 임기 안에 다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하면 국민들이 참고 기다릴 것이다. 그런데 새 정부가 그런 일을 할 것이라는 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국민들은 오래 참지 않을 것이다. 이미 너무 많은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 사례를 보면 첫 인사가 매우 중요한데.

“인사가 제일 중요하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좌우된다. 그런데 엠비정부는 초대 내각과 대통령실을 자기와 친한 사람이나 아는 사람을 썼다. 그렇게 구성하는 바람에 거기서 민심의 반은 떠났다.”

대통령의 리더십도 중요하지 않나. 박 당선인은 소통에 문제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박 당선인은 비대위 시절 얘기를 들어보면 비대위 결정이 올라간 뒤에 이유도 모른 채 완전히 뒤바뀌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럴 바엔 왜 비대위가 필요하느냐는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유능한 측근이 있으면 자리를 주면 된다. 따로 비선을 만들어 했다가는 정말 재앙이 올 것이다.”

인터뷰 도중 그의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렸다. 가족과 친구, 지인 등이 그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전화였다. 그는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위로받을 게 뭐 있나. 이왕이면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됐더라면 좋기는 했겠지만, 이제 끝났으니 당선인이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내부 사정은 잘 몰라도 선거에 졌으니 책임론이 나올 것이다. 이른바 친노라는 세력은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다. 책임을 모면하려다가는 책임을 결국 지면서도 비겁하게 보이게 된다. 그러니 오히려 당당하게 책임을 지는 게 낫다.

전당대회에서 재정비할 텐데 내가 보기에는 지금 저 모습으로 친노가 물러나고 다른 세력이 대신한다고 해서 국민이 신뢰하겠는가, 나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 한국 정치판에 지각변동이 올 것이다.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박근혜 후보가 됐지만 이것이 새누리당에 대한 신뢰는 아니다. 이긴 쪽도 변화를 겪는 게 불가피하다.”

안철수 전 후보가 신당을 만들 것이라고 보나?

“세력화를 안 하고 어떻게 정치를 하나. 관념세계에 있을 때는 정당을 안 만들고도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텐데 아마 두달간 겪으면서 그 판단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를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다. 안 후보에 대한 상당한 지지는 아직도 살아 있다. 당선된 대통령이나 양당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급속하게 다시 에너지가 살아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의 귀국이 빨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 현실정치권에 다른 대안이 없다. 다만 안 교수도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으니 앞으로 다시 등장할 때는 다른 수준의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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