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식 관계를 투자자의 자산관리-_-나  기브 앤 테이크의 구조로 환원하는 건 사실 부모 입장에서도 썩 유쾌하지만은 않을텐데요.


저 논리를 뒤집으면 '부모에게 돈 받은것이 없으면 난 부모에게 아무 의무가 없다'라는 얘기밖에 더 되나요. 애초에 이쪽을 의도한 거라면 할 말이 없습니다. 전 부모님하고 사이가 좋지 못한 편인데, 그럼에도 굉장히 냉혹하게 느껴지네요.


기본적으로 부모가 자식에 대해 '투자'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그 부모의 철없음, 무개념을 인증하는 거죠. 글쎄요. 자기 자식을 영원히 경제적 예속의 그늘속에서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지. 사람의 인생이란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거든요. 더 이상 투자할 여력 남지 않았을때, 혹은 투자해서 육성한 자산이 보은(?)의 의무를 저버릴때 그땐 어쩔건가요. 


부모 자식관계가 정말 투자와 회수의 관계라면, 애 낳아서 사물변별이 가능하고 문자해독이 가능한 연령이 되면 계약서부터 써야겠죠. 투자계약 아닙니까. 어불성설이죠.


물론 심정적으로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부모라는게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고, 또 제 말은 너무 극단적이긴 하죠. 단지 '난 이만큼 너에게 돈을 쓰고 있으니 너도 어느정도는 충실할 필요가 있다'라는 의미를 과장하는 표현일지도 모르고.


어쨌든 부모가 자식의 몇가지 개인정보 입력을 통해 마음대로 성적을 열람할 수 있게한 조치는 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어떤 과목을 수강했고 또 그 과목에서 어떤 평점을 받았는지는 프라이버시의 영역에 있는거죠. '부모가 자식의 '그 정도의 것'도 못 보냐?'라는 논리도 되게 위험한 발상이에요. 왜냐면 '부모로서 못 볼 것도 없는 자식의 '그런 것'은 기준이 굉장히 자의적이라 성적뿐만 아니라 걸고 넘어질 것은 무궁무진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프라이버시의 항변을 한다면 똑같은 논리를 들이댈 수 있죠. '넌 내가 산 밥 먹고 내가 산 집에서 비바람 피하니까 너의 XXX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 난 너에게 투자를 했으니까!' 물론 성적열람=투자자의 권리 드립 치는 사람들도 이런거에는 분명히 발끈하면서 저항할겁니다. 논리를 일관하자면 경제적으로 완벽한 독립(부모가 결혼자금 대줘서 한 얄팍한 가짜독립 말고)을 하기 전까지는 프라이버시는 멍멍이 소리에 불과할뿐..


+'고교생때까지는 성적표 고스란히 부모 손에 들어가지 않았느냐'라는 반문도 있을지 모르는데... 글쎄요. 부모가 담임선생한테 전화해서 성적을 확인받는 고등학생이 '난 부모에게 고등학교 학비를 투자받았으니 성적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어'라는 의미로 접근하지는 않죠. 


대학생이 되었다는건 (대개는) 법적으로 성년이 되었음을 의미하고, 성인의 의미는 자기 행동에 자기가 책임지는 시대의 시작 아닐까요. 대학생 시절은 (부모에게 학비 지원받은 많은 학생들에게) 분명히 어중간한 과도기이긴 합니다만. 아무리 '대졸'이라는 사실 자체는 별 의미를 갖지 못하는 학력 인플레 사회라지만 부모가 일일이 학업 진척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대학생이란건 제 관념 속에서는 너무 황당무계하게 느껴져요. 요즘은 다 그런가..; 뭐 어쨌거나 무슨 논리를 가져다 쓰든 '투자'나 '돈낸 자의 마땅한 권리'라는 식의 발상은 무리수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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