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주제는 없는 글.

2010.08.27 17:04

이울진달 조회 수:2488

1.

 

일전에 고민상담성 글을 올렸는데

글은 삭제하였지만 듀게 분들의 여러 의견들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일단은 여자친구와의 프라이빗한 영역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줄 것을 요구했고

이전부터 얘기했던 부분이긴 하나 크게 받아들이지 않던 남자친구도

그 이후로 잘 지켜주고 있어요.

 

얘기할 때 그에게 가장 소중한 부분이 공격당한다고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어요.

그 때 제게 부정적인 댓글 남겨주신 분들도 계셨는데

그런 댓글이 있었기 때문에 저도 더 조심조심 남자친구 마음을 신경쓰면서 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처럼 지내고, 저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만 조심해주면

혹 나중에 다시 껄끄러움이 생기면 그 때 왜 그런지 생각해서 서로 생각이나 행동을 고쳐보자고요.

그 이후로 사이는 아주 좋습니다.

 

의견 많이 주셨는데, 글도 삭제해버려서

도움받고 입 닦는게 영 개운치않아 경과 보고 합니다  :)

 

2.

 

예전에 한 선배가 대학가 뒷골목을 지나면서 포장마차를 보고 그러더군요.

'요즘 포장마차는 옛날에 그 포장마차가 아니고, 춥고 가난한 낭만을 파는거다'라고요.

춥고 가난한게 낭만씩이나 됩니까 배부른 소리 아니냐고 말하려다가 문득

가난한 사랑노래는 낭만적이지 않은가

적어도 나는 그 시를 낭만적으로 소비하지 않았는가 생각이 들어서 입을 다물었습니다.

 

얼마전에 사주 이야기가 한창이었죠.

저는 정신과도 다녀보고 심리상담도 받아봤지만 거기는 너무 밝아요.

제 상황, 제 마음 결까지 누군가가 관찰하고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이 제게는 매우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람을 너무 못믿는다고, 속는 셈 치고 친구들에게 마음을 말해 보라길래

그럴 거였으면 여기 안왔지요,라고 대답했는데 그 때 알았어요.

제게 필요한 것은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나의 약함과 어리석음을

분석당하거나 평가받을 일 없이  '안심하고' 쏟아낼 수 있는 동굴같은 상대였어요.

 

너무 힘들어서 사주라도 보러 가볼까, 하다가

책꽂이에서 맑스 앵겔스 선집의 붉은 표지를 보고 흠칫 했던 날

저는 저 스스로에게 이 정도의 비합리적 소비는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어린시절 무섬증이 일면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곤 했는데

어느 날부터 더 이상 그러지 않게 되어서 저는 제가 좀 더 강해진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는데 이불을 뒤집어쓰면 이불 밖의 영역들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더 무서워서 이불을 쓰지 않게 된 것이었어요.

저는 여전히 겁쟁이이고, 너무 밝은 곳보다는 적당히 어두운 곳을 찾아다니곤 합니다.

 

3.

 

남의 차를 타는 건 항상 조심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어제 오늘 외제차로 여자들 태워준다고 하고서 성폭행한 사람 뉴스를 보니 더 그러네요.

 

제가 좀 초췌한 편이어서 야근이 끝나고 택시 잡으려 길에 서 있을때나

시장 다녀오는 길 짐이 많을 때나 비가 많이 올 때 같은 경우에..

모르는 사람이 태워준다고 하면 보통 거절하지만 한 번 얻어탄 적이 있어요.

 

예전에 밤샘근무 하고 비가 많이 오던 날

우산도 없고 피곤하고 해서 그냥 모르는 분이 태워준 적이 있는데

다행히 별 일 없이 왔지만 생각해보면 위험천만한 짓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뉴스 보고 들었어요. 

그 때도 걸어올 수 있는 거리여서 우산 빌려서 걸어왔어도 됐는데 진짜 쓰러지기 직전이라 그냥 탔는데.

 

그러고 보니 어두운 길에서 택시랑 일반차를 분간을 못해서

운전자가 태워준다고 '콜!' 이랬는데 '콜택시 안불렀어요'라며 동문서답하고

몇 번 그랬더니 운전자가 막 웃으면서 설레설레 고개젓고 가더군요.

 

금요일에 야근하려니 슬퍼요.

핵심은 1번인데 쓰고보니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안계실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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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가자고 해서 시덥잖게 쓰고 등록버튼 눌렀는데 나가는게 미뤄져서 시간이 또 애매하군요.

바낭질을 이어갑니다.

요즘 듀게에 아주 가끔씩 글을 쓰는데 왜 쓰는 글마다 바낭인지 참..

그래도 시간 조금 지나면 뒷페이지로 쑥쑥 넘어가는 관대함을 믿으니 덜 민망하지요.

 

금방 든 생각인데

바낭 하고 싶을때마다 새 글 쓰지 않고

그냥 이 글에다가 수정 눌러서 업데이트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앗, 다시 나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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