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살짝 까고 시작합니다.

이러한 식의 구체적인 설정들이 있긴 합니다. 읽고 생각해보면 상당히 그럴싸한 설정이고 그래서 애초부터 그렇게 막 가는 설정으로 만든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 링크 글의 작성자 말처럼 그게 작품 속에서 제대로 드러나지를 않죠. 그러니 스토리상의 헛점이 너무 많아서 보면서 짜증났다는 분들이라든가, 아무리 거대 로봇물이라도 너무 막 나가서 무성의하다고 느꼈다는 분들의 소감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아주 대략적으로라도 작품 속에서 드러났어야 해요. 처음부터 칼을 쓰지 않은 이유라든가, 왜 별 보탬도 안 되는 벽 쌓기에 집착하냐든가 말입니다. 그냥 스쳐가는 대사 두 세 마디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했을 것 같은데. 이건 감독의 잘못이라고 보구요.


- 딱히 개성도 없고 몰입도 안 되는 캐릭터들도 어쨌거나 아쉬운 점이라고 봅니다. 주인공과 형의 관계나 대장님과 마코의 관계 같은 건 좀 더 부연이 있었어야 했다고 봐요. 카이쥬 덕후(어디서 본 얼굴이다 했더니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 상사'에서 치과일 하던 그 분이더군요ㅋ) 박사의 홍콩 모험 같은 걸 좀 들어내고 그런 내용을 넣어줬음 좋았을 텐데요. 아무리 시작부터 끝까지 클리셰로 굴러가는 작품이라 하더라도 클라이막스에서 최소한의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지.


- 기껏 거대 로봇들이 잔뜩 나오는 건 좋았는데 각각의 개성을 충분히 살려주지 못 하고 급하게 콰콰쾅~ 하고 퇴장 시켜 버리는 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러시아랑 홍콩 로봇 멋졌는데 말입니다. ㅠㅜ

 ...그래서 까는 건 여기까지구요.



- 마코가 못 생겼나요? 전 보는 내내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헬멧 때문에 머리가 눌렸을 땐 확실히 좀 바보 같아 보이긴 했지만, 그 정도면 귀엽지 않았는지; 

바보 같고 일본 애니메이션에나 나올 것 같다는 평이 많았던 이 분 머리 모양은 아마도 여기서 참고한 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이렇게 붙여 놓고 보니 또 안 비슷하긴 한데(...)

암튼 제 성의가 부족해서 못 찾겠지만 쿠사나기가 극중에서 입는 옷차림과 비슷하게 차려 입고 나오는 장면도 한 두 번 본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네요.

주인공 훈남(배우 이름이 찰리 'hunnam'ㅋ)씨와 끝까지 키스씬 한 번 없었던 건 헐리웃 액션물이 아닌 일본 아니메 실사판이었기 때문인지.

마지막에 누가 봐도 키스해야할 장면에서 그냥 가볍게 포옹만 하고 말더라구요. 아쉽게시리. <-


- 아. 물론 어린 시절을 감안할 때 별로 안 예쁘게 컸다는 건 인정합니다.



http://youtu.be/DSmtSbVST5c

아시다 마나는 정말 귀여우니까요. 이 분이 유명한 카덕이라서 칭찬하는 건 아닙니



자알 자라거라.


- 괴물들이 한 놈씩만, 그것도 시간차를 두고 등장하는 것. 그리고 열라 짱 쎄서 한 방에 카이쥬를 보내 버릴 수 있는 '칼' 아이템이 막판에 쌩뚱맞게 등장하는 것. 이런 부분들이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내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전 그건 그냥 자연스럽게 봤습니다. 

 왜냐면 전 처음부터 이걸 옛날 옛적 거대 로봇물이라고 생각하며 봤거든요. 콤파트라V니 메칸더V 같은 것들 있잖습니까. 원자력 에너지의 힘이 막 솟으며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가는 조작 체계를 갖춘 로봇들이요. 이런 놈들이 나오는 작품들을 보면 적은 거의 언제나 1회당 한 놈씩만 나오는 게 정석이었고. (이건 에반게리온의 영향이라고 보긴 좀 그런 것 같습니다. 에반게리온도 고전 거대 로봇물의 규칙을 활용한 거라고 봐야죠) 또 마지막 마무리를 지을 때 꼭 쌩뚱맞게 칼을 꺼내서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았죠. 화염 방사기, 광선총, 미사일이나 기관총으로도 끄떡 않던 적이 불필요하게 거대한 칼질 한 방에 싹둑싹둑 잘려 나가는 건 그런 로봇류 클라이막스엔 필수 요소라서(...) 

 암튼 감독 아저씨가 정말 이런 의도로 만들었을지는 전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즐겼다는 얘깁니다. 저 위의 링크에도 적혀 있고 소설판에도 설명이 되어 있다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같은 건 그냥 관객들의 불만을 풀어주기 위한 핑계라고 봐요. 일제 거대 로봇물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1대1이죠. 마무리는 칼이고. 그렇지 않습니까. 하하;


(다양한 무기로 깔짝대다가 마무리는 칼이죠. 이유는 필요 없습니다.)


- 지구에서 가장 튼튼한 유조선!! ㅠㅜb 예거가 유조선을 한 손으로 질질 끌며 걸어가는 그 장면에서 바로 항복했습니다. 내가 바로 이런 걸 보기 위해 이 영화를 기다렸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이후로는 그저 만족이었네요. 심지어 난데 없는 카이쥬 비행 씬조차도 아무 불만 없이 즐겼습니다. 그만큼 저 장면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어요. 정말 저 장면 하나 때문에라도 영화를 극장에서 한 번 더 보고 싶을 정도. ㅋ


(싸대기씬까지 이어지는 움짤이면 좋을 텐데 용량 문제로 인해;)


- 성층권-_-에서 예거가 낙하하는 장면에서 '주머니에 넣어둔 투명 보자기라도 꺼내나?'라는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많았겠죠. ㅋㅋ 저 장면도 그러하거니와 마지막에 한쪽 팔이 떨어져나간 채로 자폭 공격을 시도하는 것도 그렇고 자꾸 건담이 생각났는데 감독 아저씨가 건담도 좋아했던 건지 좀 궁금하네요. 기왕이면 그 싸가지 젊은이와 주인공이 싸울 때 주인공이 한 대 맞고 '이것이 젊음인가!' 라고 한 마디 정도  해 줬으면 좋았을.... (쿨럭;)



- 암튼 뭐. 홍콩 전투에서 워낙 뽕을 뽑아 놓아서 클라이막스의 해저 전투가 별 감흥을 주지 못 했다는 걸 제외하면 충분히 즐겁게 잘 봤습니다. 흥행 잘 되어서 속편도 꼭 나왔음 좋겠네요. 


+ 영화 첫 장면에 한글 플랜카드(?)가 잠깐 보이죠. 워낙 순간적으로 지나가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의'와 '에'를 바꿔 적었던 것 같은데. 처음엔 오류라고 생각하고 피식 웃었는데 생각해보니 매우 사실적인 현실 반영 같기도 하고... (쿨럭;) 뭐 그래도 이런 것보단 나으니까요.



++ 본인의 덕후질에 2억 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다니. 진정으로 성공한 덕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쌩뚱맞지만 '반지의 제왕'을 만들던 시절의 피터 잭슨과 이 영화를 만들고 있던 기예르모 델 토로 중에 누가 더 행복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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