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아침에 샤워할 때 아이폰을 화장실에 가지고 들어갔어요. 일단 왜 가지고 들어갔는지 모르겠고, 더 이해가 안 가는 건 왜 수건함 맨 위에다 휴대폰을 놓아서 수건함 문을 쾅하고 닫는 순간, 그 밑에 있던 변기 안으로 홀인원하게 만든 것인지...

2.

아니나 다를까, 아이폰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상태. 홈버튼이 작동하지 않고, 스피커 소리가 안 들리고, 꺼졌다 커졌다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너도 주인 잘못 만나서 변기통에나 쳐박히고 미안하다고 말해줬습니다.

3.

이렇게 된 이상 리퍼를 받아야 하겠다는 생각에, 대구 침산동에 '있던' 대우 일렉트로닉스 서비스 센터로 가려고 했죠. 근데 이게 무슨 조화일까요. 서비스 센터가 수성구 황금동으로 이사를 갔네요? 그래서 한동안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있으면서 죽은 자식 붙들고 있는 것마냥 아이폰을 만지작거렸더니, 이 녀석이 다시 살아나지 뭡니까.

3.

반가운 마음에 근처에 있던 손짜장 집에서 가볍게 짜장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대구 동성로에 가서 문구용품이나 좀 살까 싶어서 대구 CBS 방송국에서 슬슬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요즘 고딩들이 시험 기간인 모양인지 일찍 마치네요. 이 친구들 뭐가 그렇게 힘이 팔팔한지 뜀걸음이 누가 빠른지 시합을 하고 있어요. 그렇게 나는 동성로 방향으로, 그 친구들은 반대 방향으로 가는데 저 무리 중에서 고딩 시절의 내가 있었던 것 같고, 저는 그렇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3.

아, 오늘은 복고의 날인가 싶어서 수퍼에서 서주 우유맛 아이스크림을 500원에 사먹었답니다. 학교 문방구에서 많이 팔던 이 아이스크림은 유니크한 제품이지요. 게다가 대구역 앞 지하로를 지나는데, 골동품 가게가 즐비하게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영계 킬러"라는 요상한 제목의 에로 비디오와 함께 스필버그의 "태양의 제국"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는데, 어울리지 않으면서 뭔가 어울린다 싶었습니다. 왜 그런지 곰곰히 따져봤더니 "아, 일본이 성진국이었지..."

4.

그리고는 독서실에서 하루종일 공부했습니다. 아 머리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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