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에겐 다들 뭔가 한 가지에 대한 고집이 있습니다. 그걸 자신만의 성공 비결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아이돌 바닥도 당연히 마찬가지여서 이수만 사장의 SMP, 팀 컨셉 차별화에 대한 집착이라든가 박진영의 후리한 운영 스타일이라든가 김광수 사장의 빡세게 굴려 먹기(...)라든가... 뭐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 테니 대충 생략하고.

 빅뱅의 성공 비결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양사장에겐 '서바이벌을 통한 빡세게 비정한 데뷔'가 큰 이유 중의 하나로 마음 속에 박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겠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양사장은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아마도 언젠가 한 번 더 할...;


- 도대체 이런 짓을 왜하냐 싶겠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얻을 것은 많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또 미리 덕후층을 만들어 놓을 수 있으니 데뷔 즉시 대박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SM이 티저 수십개로 엑소 데뷔를 준비했다면 YG는 이걸 택한 거죠) 그리고 떨어진 팀이라고 해도 팀을 해체한다고 했지 YG에서 내친다고 하진 않았으니 팬 많이 끌면서 본인 역량을 입증한 멤버 위주로 팀을 개편해서 데뷔 준비를 시킬 수도 있고. 또 그 와중에 전혀 빛을 발하지 못 한 멤버들을 깔끔하게... 음. -_-;;;


- 양 팀이 보여줬던 무대들, 내놓았던 곡들에 대한 평가 같은 건 그냥 생략합니다. 다만 한 가지만 말 하자면, 이 사람들은 어쨌거나 '연습생'이거든요. 그리고 1주일 안에 후다닥 곡 쓰고 가사 쓰고 안무 짜고 연습해서 선보여야 했다는 걸 감안하면 너무 박하게 평할 필요까진 없지 않나... 싶습니다. 


- 근데 이 오디션-_-프로에서 맘에 안 들었던 것 몇 가지가...

 1) 어쨌거나 양현석이 본인 맘대로 짜 놓은 두 팀을 유지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선택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뭐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딱히 떠오르지도 않긴 합니다만. 그래도 무대를 보다보면 자꾸만 두 팀에서 누구 누구를 떨구고 나머지를 합치는 게 훨씬 낫지 않겠나... 라는 생각이 들다 보니 이 서바이벌 자체가 낭비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_-;;

 2) 매번 자작곡, 자작 안무로 팀 승부를 하게 했다는 부분도 좀 그랬습니다. '우린 뮤지션을 키운다'라는 게 YG의 컨셉(실제로야 어떻게 보이든 간에)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어차피 작곡할 놈, 안무 짤 놈이 다 정해져 있다 보니 A팀의 작곡+안무 담당 vs B팀의 작곡+안무 담당 배틀이 되어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양팀 모두 어쩔 수 없이 잉여-_-처럼 보이는 멤버들이 생겨나 버렸구요. 그리고 위에서도 적었듯이 '어쨌거나 고작 연습생'인 사람들에게 단기간에 빡센 과제를 던져줘 버리다 보니 곡이나 무대 퀄리티도 좀 애매해져 버려서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딱히 그렇게 대단한 실력들은 아니네?' 라는 인상을 줘 버린 것도 마이너스였던 것 같구요.

 3)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결승전 관객석에 앉아 있는 가족들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뜨악한 기분이...;;


- 강승윤에 대한 평이 많이 엇갈리는 것 같은데. 전 이 분 캐릭터 맘에 들었습니다. 뭐 애초에 이 프로 결과와 관계 없이 솔로 활동은 보장 받은 상태였다 보니 치열해야할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혼자 붕 뜬 존재가 되어 버린 감이 없잖아 있긴 했습니다만. 오히려 그런 포지션이기 때문에 더 피곤한 것도 있었으리라 봐요. 암튼 참 멘탈 튼튼해보여서 보기 좋았고. 또 YG에선 보기 드문 색깔의 보컬이어서 괜히 맘에 드는 것도 있었고. 뭐 그렇습니다.


- 김한빈군에 대해선 그냥 한 가지만 얘기하자면. 이 분 18세잖아요. 그 나이에 작곡하고 작사하고 안무까지 구상하면서 자기보다 나이 많은 형까지 섞인 팀의 리더 역할하기가 어디 쉬웠겠습니까. 뭐 쭉 이렇게 활동하다가 한 25세쯤 되어서도 지금의 실력 그대로라면 그 땐 과대평가란 얘기가 나와도 그러려니 할 것 같은데.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정도면 대단한 사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권지용이 빅뱅으로 데뷔할 때 나이가 19세였어요. 좀 더 지켜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봐요. 하지만 마지막 무대 자작곡은 너무 대놓고 halo라서 보다가 살짝 웃었;


- 이승훈은... 글쎄요 뭐. 아마추어 청년이 혼자 머리 굴려서 그 정도로 안무를 짜내는 것만 해도 상당한 능력이라고 봅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긴 하지만 이 분 역시 아직 데뷔도 못 한 사람이잖아요. ㅋㅋ 케이팝스타 시절에 비하면 그래도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 참 열심히 하고 있구나 싶어서 조금은 짠했습니다.


- 그러고보니 강승윤이 한 때 슈퍼스타K에서 '강곱등'이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죠. 그리고 이승훈군은 케이팝스타에서 좀비라는 소릴 들었었고... 이 무슨 조합인가요. (쿨럭;)


- 그 외의 다른 멤버들에 대해선 그냥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바비군은 랩 재능이 있어 보여서 좀 아까웠구요. 그 외엔 그저 '아. 역시 여성팬들이 아이돌에게 끌리는 기준을 내가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구나'라는 생각만. 제가 나이 먹은 아저씨라 그렇습니다. <-


- A팀이 데뷔하고 얼마나 잘 나가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야 서바이벌이니 이렇게 했다고 쳐도 어차피 데뷔부턴 회사 차원의 비즈니스이니 어떤 컨셉으로 어떻게 다듬어서 내보낼지는 나와 봐야 알 것이고 결과도 그 후에야 알 수 있겠죠. 어차피 아이돌로 나오는 이상, 성패는 회사 역량에 달린 것이니까요. 근데 (B팀이 이겼다고 해도 마찬가지의 얘깁니다만) 아무래도 지금 상태로 당장 데뷔시키기는 좀 그렇지 않나... 싶은데. 언제 데뷔하나요 이 분들;


- 암튼 그냥 뭐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양사장... 그냥 B팀도 데뷔 시켜요. 그냥 님 한 분만 욕 먹어 주시면 많은 사람이 행복합니다. orz

 하지만 지금 회사 내 기존 그룹들 개인 및 팀 일정 밀린 거에다가 WINNER도 데뷔해야 하고 걸그룹도 데뷔시켜야 하고 뭐 이것저것 생각해보면 역시 B팀 멤버들의 데뷔는 몇 년 후에나 가능하겠죠;


- 기왕 이렇게 되어 버린 거 걸그룹도 서바이벌로 가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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