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가방가(스포가득)

2010.09.20 02:13

나루야 조회 수:4165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좋았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았고 좋았어요.

 

그리고 이 아래부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포로 가득차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은 조용히 뒤로 버튼을 눌러주세요.

영화를 본건 지난주 화요일이고요. 덕분에 뭔가 잘 못 기억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미리 말하자면 저는 추석이나 설에 외국인들이 나와서 우리나라 트로트를 부르고 가요를 부르면서 "한국 좋아요. 한국문화 최고예요"를 외치는게 불편한 사람입니다.

전 그걸 보는게 너무 불편해요.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 바로 채널을 돌려버립니다. 저는 그분들이 한국에 돈을 벌러왔고 한국에서 결혼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전혀 아니예요. 그런 분들이 '무조건 한국을 사랑해야한다'라고 주장하는 그 프로그램의 포맷들이 그 시선들이 너무 불편합니다.

그래서 더 이 영화에 후한 점수를 주는 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방가방가>가 소재로 삼고 있는 이야기는 참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입니다.

그냥 외국인들이 "우리는 한국 문화를 사랑해요"라고 표현하는 듯한 방송들이 불편하다. 정도의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민 노동자 이야기라는 것도 상당히 불편하고 건드리기 힘든 소재입니다만은 이 영화는  실질적으로 "불법체류자"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공정하고 중립적인 시선으로 다룬다? 제가 보기에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것도 영화 시간이 2시간도 안된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더요.

인권문제, 합법적인 노동자가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 그 제도적인 문제, 그들의 자녀 문제, 외국인 범죄 등.

이 소재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공정하게 다루기는 힘들거예요. 시사프로그램에서 5부작쯤 하기 좋은 소재입니다.

그래서 영화는 좀 더 한쪽에 치우치는 이야기쳐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들이 받는 차별과 모욕, 불안, 편견, 우리 사회에 문제, 이런 것들만 이야기를 합니다.

이 영화는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일방적인 동정의 시선을 던지고 있어요.

 

그것을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이 영화속에 나오는 단속반의 존재입니다.

영화에서 마지막에 영화속 주연 인물들이 단속반에서 잡히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그 순간 단속반의 정석용씨(배역 이름이 기억안나서 배우이름을 적습니다)는 서로 이름을 알게된 라자를 일부러 놓아주게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속에는 이해와 인정의 장면으로 표현되요.

 

그것이 나쁘다는게 아닙니다. 이 영화속에서 표현하는 현실은 분면 현실의 일부입니다.

영화는 나름 최선을 다해서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던지고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열심히 웃기는 코미디 영화의 본분을 다하면서도 영화는 그저 웃기는 것만 아니라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첫부분에 주인공 방가에게 버스에서 못 알아들을 거라고 비웃고 욕하는 어린 학생들.

단속반에게 쫒기는 사람들

약자라는 것을 알기에 아무렇지 않게 성추행하고 사람들의 돈을 떼어먹으러드는 회사

한국에서 한국에서 자라 단 한마디 베트남어도 하지 못하지만 베트남으로 쫒겨나야하는 아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이름이 장미가 아니라 말하며 자신의 본명을 가르쳐주는 여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는 "아이를 위해서 장미는 한국 남자와 결혼해야해요"라고 말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에게 "그러니까 방가도 한국 여자 만나서 결혼해"라고 말하는 장면.

친구의 물음에 "내가 미쳤냐? 그런 외국인에 애딸린 여자. 우리 어머니 기절하실일 있냐?"라고 대답하는 장면.

 

 

예. 평대로 착한 영화예요.

조금은 어설프지만 노력하는 영화고 정말 착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착한 영화답게 영화는 해피엔딩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절대 그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해피엔딩이 되기 어려운 현실인 것을 보고난 관객들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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