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프듀, 중고품)

2019.05.18 17:42

안유미 조회 수:423


 1.요즘은 금요일마다 프듀를 모여서 보고 있어요. 그래서 어디선가 하루 자고 이때쯤해서 복귀하곤 하죠. 어제는 프듀에서 중요한 지점-제작자에게도 팬들에게도 출연자들에게도-이라고 언급했던 3화였었죠.


 전에 프듀를 인력시장이라고 썼었는데, 이 인력시장은 누군가에겐 두번째 기회가 되기도 해요. 1시즌엔 가수의 꿈을 접고 쇼핑몰 사업을 하려고 했던 청하, 2시즌엔 5년 동안 망한 아이돌이었던 뉴이스트, 3시즌엔 한번 데뷔했다가 늦깎이 나이로 재도전해서 인생역전한 권은비가 있죠. 


 그런데 참...이 인력시장에서 중고품들은 살아남기 힘들어요. 사실 채널 입장에서도 파릇파릇하고 반짝거리는 어린 아이들을 잡아주기 바쁘니까요. 아직 10대고, 스타일링을 안한 상태에서도 마치 스노우를 켠 것처럼 물오른 미모를 가지고 있는 신선한 아이들 말이죠. 이런 판에 중고품으로 참전한다는 건 일단 나가는 것만으로도 악플세례를 감당해야 하죠. 온갖 야유와 조롱이 제갈량의 짚더미를 노리는 화살들처럼 날아와 꽂히니까요. '아직도 아이돌 하려고 기웃거리는 거야? 기술이나 배워!'같은 밑도 끝도 없는 조롱들 말이죠.



 2.어제는 조승연의 한마디가 인상적이었어요. 안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세진에게 '나는 9년동안 연습을 했어.'라고 하는 부분 말이죠. 이 바닥에서 9년이나 굴렀는데도 서바이벌 프로에 재취업하러 나와서야 존재감을 얻을 수 있다니. 


 

 3.신기한 건 이거예요. 요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22살짜리도 보곤 하거든요. 프듀에서는 22살짜리 여자가 등장하면 '뭐야, 틀딱이잖아.' '어딜 감히 22살이 얼굴을 들이미는 거지?' '얼굴 흘러내리는 것 좀 봐.' 같은 반응이 나온단 말이죠.


 그래서 나는 22살이 어떤 건지 잊고 있었는데...실제 현실세계에서 22살을 보니 진짜 어린 거예요. 여기서 어리다는 말은...아직 '막연한 인간'이라는 뜻으로요. 돈 벌 생각도 딱히 없고 미래에 뭐가 되고 싶은지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는 상태인데, 그게 정말로 되기 위해서 오늘 뭘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 말이죠.


 프듀에 22살짜리 여자가 나가면 그녀는 더이상 잠재력으로 평가받지 않거든요. 사람들은 그녀가 앞으로 나아질 수 있는 건덕지를 절대 봐주지 않아요. 춤실력과 노래실력과 마음가짐 모든 걸 최고 수준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죠. 모든 걸 가졌고 유일하게 가져보지 못한 게 기회뿐인 22살이어야만, 프듀에 얼굴을 내밀고도 욕을 먹지 않을 수 있어요.


 

 4.휴.



 5.한데 현실에서 본 22살 여자에겐 현실을 살아갈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더란 말이예요. 장원영은 격이 다르니까 비교 대상으로 삼으면 안되겠지만, 프듀 당시에 14살이었던 이하은이나 이유정, 윤은빈보다도 훨씬 어리버리한 상태더란 말이죠. 


 말하자면, 사다리를 올라가기 위해 오늘 지금 당장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인 거죠.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22살이 그래요. 나 또한 22살엔 삼수를 마치고 간신히 대학교에 들어간 시기였으니까요. 주로 하는 고민이 자연관 식당에서 생선까스를 먹을지 학생식당에서 제육볶음을 먹을지 결정하는 거였으니까요.



 6.하지만 프듀에서는 22살이면 이미 중고품이라는 딱지를 달고 살아야 하는 나이인 거죠. 위에 쓴, 9년 동안 그 바닥을 굴렀다는 조승연도 겨우 1996년생이고요. 여러분은 1996년생 남자를 현실에서 본 적 있나요? 1996년생 남자들은 대개 둘 중 하나예요. 한심한 소리를 지껄이는 놈들이거나 이룰 수 없는 꿈을 지껄이는 놈들이죠. 어느 쪽이든간에, 놈들은 자신감과 확신이 넘치는 상태예요.


 그런 놈들이 가장 염세주의자가 되는 시기가 언제냐면, 현실의 쓴맛을 아주 조금 맛봤을 때죠. 아주 조금, 원액 한 방울을 희석하고 희석한 걸 딱 한번 찍어먹고 나서 '씨발 세상은 좆같아.'라고 지껄여대요. 그게 그들의 빨간 약이니까요.


 그렇게 십여년동안 현실의 쓴맛을 맛보고 맛보고 맛보다보면? 어느날 그들은 염세주의에서 벗어나고 거울 속에 있는 남자가 진짜 자신이라는 걸 인정하게 돼요. 그게 그냥...자신이 될 수 있는 자기 자신이라는 걸요. 그리고...그 모습을 유지하는 걸 자부심으로 삼으며 담담하게 살아가는 거죠. 



 7.어쨌든 그래요. 터무니없이 큰 희망을 품는 건 좋지 않지만 어떤 희망도 품지 않고 살아가는 건 더 안좋거든요. 결국 담담한 인간이 되는 게 최선일까요? 무구한 사람이었다가...어느날 현실의 맛을 보고 염세주의자가 됐다가...결국은 담담한 사람이 되어서 소소한 것에 기뻐하며 작은 희망을 이뤄내기 위해 살아가는 거 말이죠. 하긴 그 정도만 되어도 좋은 어른이 된 거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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