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은 4년 묵은 네이버 웹드라마입니다만, 그렇다는 사실은 다 보고 나서야 알았네요. 12개 에피소드로 되어 있고 11번째 에피소드만 조금 길고 나머진 다 10분 남짓으로 된 짧은 이야기에요. 스포일러는 없도록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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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가 빌런, 크게 나온 둘이 주인공, 나머지가 에피소드별 주인공들인데 한 명만 빼놓았네요. 왜 때문에...)



 - 2016년 드라마입니다만 어쨌든 시점은 대략 현재. '뭐든지 잘 하고 모범적인데 예쁘기까지한' 반장 김소현과 갸를 졸졸 따라다니며 찝쩍거리는 (하지만 동시에 절친인) 비투비 멤버가 주인공입니다. 담임이 사고를 당해서 임시 담임이 오게 되는데 그게 엄기준이구요. 그런데 이 양반은 첫 등장부터 생글생글 웃으며 학생들에게 아무 말이나 막 하고... 그러면서 뭔가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감지해서 상담실로 불러들이는데. 그렇게 불려온 학생들에게 그 학생의 어두운 욕망을 이뤄주는 아이템을 하나씩 제시하며 정체불명의 '계약서'를 쓰게 합니다. 그걸 어기면 그 학생은 현실에서 삭제되게 되니까 당연히 어기겠죠. 그렇게 반 학생이 하나 둘 사라지는 가운데 우리 반장님께선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채고 상담 선생의 정체를 파해치려 하는데...



 - 학교가 배경인 한국 드라마답게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학생들의 욕망이란 대체로 '대한민국 학교 배경 드라마라면 이런 얘긴 넣어야지?'라는 소재들의 올스타들입니다. 집단 따돌림, 일진, 성적, 떨어지는 자존감, 예뻐지려는 욕망, 정체성 혼란. 뭐 이런 거죠. 대략 식상한 소재들입니다만, 또 저런 얘길 안 넣으면 섭섭한 것도 사실이고. 또 애초에 제가 이 드라마에 품었던 기대가 한 없이 낮았기 때문에 괜찮았습니다. ㅋㅋㅋ


 작품의 퀄리티는... 좀 애매합니다. 라고 말해 놓으면 칭찬이죠. 네이버 웹드로 나온 국산 학교 호러 앤솔로지가 '애매하다' 라고 말할 수 있을만한 퀄리티라면 사실 기대 이상인 것 아니겠습니까. 적어도 제겐 그랬습니다. 그야말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될 걸 예상하고 언제든 중간에 때려 치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다 봐도 두 시간 남짓 밖에 안 된다'는 사실과 김소현의 미모만 믿고 시작했는데 다 보고 나니 아쉬워요. 좀 더 예산과 시간을 들여서 에피소드도 더 넣고 완성도도 좀 더 높여서 제대로 된 한 시즌으로 나왔으면 맘 편히 칭찬할만한 퀄리티도 가능했을 것 같거든요.



 - ...라고 적었다고 해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는 웰메이드에 근접한 작품을 기대해선 아니되시구요. ㅋㅋㅋ 많이 모자란데 나름 미덕이 있는 정도였습니다.

 예를 들어, 한 마디로 유치합니다. 메인 빌런인 엄기준이나 주인공 둘의 캐릭터도 정말 대충 만들어진 티가 풀풀 나구요. 심지어 연기도 발연기 에피소드별 주인공들이 '계약'을 하기까지 겪게 되는 고난들도 저엉말 대충 수박 겉핥기로 처리되어서 진지하게 봐줄 틈이 없어요. 편당 10분이라는 런닝타임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었겠지만 어쨌거나 유치한 건 유치한 거라.


 그리고 굉장히 '한국드라마적'인 클리셰 연출들이 사방팔방에 덕지덕지 묻어 있죠. 참신하지 않음을 넘어 작가와 연출자의 게으름까지 느껴질 정도.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기대보다 재밌게 본 것은... 뭐 말 그대로 '기대보다' 이야기들이 괜찮아요.

 이야기의 스타트를 끊는 서신애의 집단 따돌림 에피소드는 사실 그냥 전형적으로 그저그런 이야기였습니다만 서신애의 열연 덕에 봐줄만 했고.

 두 번째로 등장하는 일진 에피소드는 꽤 웃깁니다. ㅋㅋㅋ 아이디어도 의외로 괜찮았구요.

 그 다음 성적 집착 학생 에피소드는 그냥 무난한 가운데 배우들 연기가 의외로 괜찮았고. 자존감 결핍의 거짓말쟁이 학생 에피소드는 흔한 아이디어지만 이야기 전개가 꽤 그럴싸했고... 뭐 이런 식으로 '생각보다' 괜찮고 '의외로' 신선하고...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다 봐 버린 거죠. 뭐 어차피 130여분 밖에 안 되는 드라마지만요.



 - 제일 크면서 아주 치명적인 단점은 이야기의 마무리였습니다. 마지막은 이제 반장이 전면에 나서서 활약을 하는 이야기인데... 진부, 식상, 지루, 늘어짐과 쓸 데 없이 교훈적(...)에다가 별 필요도 없는 반전이라는 재미없는 결말의 모든 면을 완벽하게 갖춘 마무리였네요. 뭐 그 과정에서 김소현이 예쁘고 귀여운 장면을 좀 연출해줘서 제 맘을 달래주긴 했습니다만. 재미 없는 건 재미 없는 거고 허탈한 건 허탈한 거.



 - 대충 결론을 내자면 이렇습니다.

 하나도 안 무섭고 긴장도 안 되지만 어쨌거나 장르는 호러. 한국 호러에 목이 마르시고 국산 다크 환타지물에 목마르신 분이라면 기대치를 바닥까지 낮추신 후 한 번 시도해보실만 합니다. 첫 회부터 제가 재밌게 본 '일진' 에피소드까지 다 봐도 40분 남짓이니 시도의 부담도 적죠.

 ...그냥 딱 이 정도의 작품이었네요. 더 할 말도 없으니 그냥 이게 결론인 걸로. ㅋㅋㅋㅋ



 - 요즘들어 희귀해진 한국산 학원물, 에다가 호러, 에다가 앤솔로지, 에다가 짧음, 에다가 주인공이 김소현(...)이라는 제 개인적 버프 요소들이 첩첩이 쌓여 있는 작품이라 보는 동안의 제 상태가 이랬다는 건 감안해서 읽어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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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사가 사이더스인데 큐브 아이돌이 둘이나 나오네요. 찾아보니 두 회사가 뭔가 관계가 있나 봅니다만. 제가 요즘 연예계에 관심이 없어서...



 - 김소현 실제 나이를 찾아보니 이 드라마 찍을 당시 딱 18세였네요. 주인공이 고등학교 2학년인데, 그래서 그런지 연기하는 모습이 되게 편해 보이고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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