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손흥민이 해트트릭+1골을 넣었네요. 손흥민의 인생경기를 보니 의식의 흐름으로...저번에 말한 기러기아빠가 생각나네요. 9월 초에 쓴 글에서 도박으로 (거의)망한 사람이랑 기러기아빠에게 연락해 보겠다고 했었죠.


 그 글에 썼듯이 기러기 아빠랑 마지막으로 술을 마셔본 건 손흥민이 챔스 결승에서 뛰던 날이었어요. 딱히 소원해진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연락이 끊긴 거라서 다시 연락넣기도 수월했어요. 



 2.어쨌든 9월이 가기 전엔 보기로 했는데, 오늘 손흥민 경기를 보니 기러기아빠랑 오늘 만나서 경기를 봤으면 어땠을까...싶었어요. 손흥민이 4골을 넣는 걸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손흥민이 4골을 넣을 때 그 아저씨가 기뻐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았을텐데 싶어서요. 다음 번에 만나면 어쨌든 얘깃거리는 생겼네요.


 사실 그가 비슷한 나이거나 그러면 집에 놀러가서 며칠씩 죽치고 있을 수도 있을텐데 그러긴 좀 부담스러워요. 놀러와서 자라고 해도 웬만하면 당일날 돌아오거나 딱 하루만 자죠.



 3.하지만 도박으로 (거의)망했다던 사람은 아직도 연락을 안(못) 하고 있어요. 사실 그에 대해선 작년쯤에도 도박 글을 하나 썼지만...연락하려니 괜히 벌집을 건드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내 생각에 도박은 늪이랑 비슷해요. 무슨 소리냐면, 도박장인 늪인 거고 도박에 빠진 사람은 늪에 빠진 사람인거죠.


 그리고 늪에 빠진 사람의 문제는 이거예요. '아 내가 늪에 빠졌구나. 민폐 끼치지 말고 조용히 늪으로 가라앉자.'가 아니라 팔을 허우적거리며 주위 사람에게 팔을 내민다는 거죠.



 4.휴.



 5.그들은 처음에는 자기가 가진 신용카드, 예금, 그리고 더 나아가면 자동차 같은 것들을 담보잡혀서 돈을 구해요. 문제는 수중에 가진 게 다 떨어졌을 때죠. 자기가 염출할 수 있는 돈이 몽땅 떨어지면 주위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거예요.


 문제는 늪에 빠진 사람이 손을 내밀 때...내 입장에서는 처음엔 착각이 들어요. '아 늪에서 건져달라고 팔을 내미는 거구나. 그 정도는 내가 해줄 수 있지.'라는 생각으로 팔을 내밀어 주죠.


 그리고 팔을 내밀어 주면 알게 돼요. 이 사람은 늪에서 건져달라고 손을 내민 게 아니라 나까지도 늪에 빠뜨리려고 손을 내민 거라는 거요.



 6.여기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요? 이 글의 교훈은,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도와주라는 거죠. 어차피 이 글을 읽는 인간들 중에서 내민 손을 무시하고 매몰차게 떠날 수 있는 사람은...거의 없을 거니까요.


 왜냐면 도박의 늪에 빠진 사람이 손을 내밀 때 당신은 그와 함께한 재미있는 시간들이 떠오를 거니까요. 술자리...놀러갔던 곳...새벽에 택시 타고 들어가겠다는데 자신이 데려다 주겠다며 바득바득 차를 운전해서 편하게 귀가시켜줬던 일...그런 것들요. 도박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내버려두고 떠나버리면 당신은 그 일이 계속 생각날 거거든요. 그러니까 한 번은 도와줘야 해요.



 7.그렇게 한 번 도와주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나보다 영악하다면 한 번만 도와준걸로도 깨닫게 돼요. 같이 술마시고 놀러다녔고, 차로 나를 친절히 데려다 주던 그 젠틀한 사람은 이제 없다는 걸요. 그곳에서 내게 손을 잡아달라고 외치는 그 사람은 이미 당신이 알던 그 사람이 아니라는 걸 말이죠. 거기에는 당신까지도 늪에 끌여들여서 같이 가라앉으려는 악마가 있을 뿐이예요. 도박이라는 악마가 그의 몸을 차지해버렸고, 그 사람은 이미 없어져버린 거니까요. 



 8.그래서 만나면 돈이 없는 척 엄살부리면서 식사랑 커피라도 할까...싶었지만 생각해보니 역시 마주하는 게 걱정스러워요. 그 글을 쓴 날짜를 보니 아마 거리두기 기간이 1주 연장된 때라서 괜히 기분이 꿉꿉해서 그랬던 것 같네요.


 어쨌든 열심히 살아야죠. 또 월요일이 됐으니까요. 열심히 살면 좋은건수가 어디선가 들어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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