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갯수는 아홉개네요. 편당 50분쯤 되는데 마지막 에피소드는 좀 짧구요. 스포일러는 안 적겠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가운데 적혀 있는 걸 보면 공식 포스터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걍 캐릭터들 골고루 골라 넣은 게 맘에 들어서 이걸로.)



 - 1970년. '레드우드'라는 어린이 캠핑장의 교관 숙소에 피바람이 붑니다. 순식간에 아홉명이 난도질 당해 죽었어요. 월남전 참전 용사였던 직원 하나가 범인으로 잡혀가 정신병원에 갇히죠. 그 양반은 이 사건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급기야 '미스터 징글'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됩니다. 

 14년이 흐른 1984년. 얌전하고 내향적이며 순수하고 착실한 엠마 로버츠(라니!!!!!!)는 에어로빅 교실에서 만나 갓 알게 된 무리들과 어울리게 되는데, 때마침 그 동네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나이트 스토커'라는 살인마의 표적이 되어 공포에 떨다가... 에어로빅 친구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14년만에 재개장하는 레드우드 캠핑장에 임시 교관일을 하러 갑니다. 이만큼 멀리 떠나서 한참 있다 돌아오면 살인마도 잡히든가 나를 잊든가 하겠지... 라는 마음이었던 거죠.

 그리고 이야기는 순리대로 흘러서 미스터 징글이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정신병원을 탈출하고. 심지어 그 나이트 스토커놈 마저 표적의 행방을 어떻게 알고 먼 길을 달려 캠핑장에 나타난 것 같습니다. 과연 우리의 얌전하고 내향적이며 순수하고 착실한 엠마 로버츠의 운명은!!!!?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라는 시리즈는 좀 특이하죠. 일단 확고한 자기 개성이 있습니다. 매 시즌마다 아예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도 전 시즌의 배우들을 다시 기용한다든가. 제목이 '호러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호러 측면에선 그리 호평할만한 구석이 없는 가운데 강력한 막장 스토리로 승부한다든가. 작가놈들이 시청자들이 내용을 예측할까봐 부들부들 떠는 편집증 환자라도 되는 듯이 엄청나게 빠른 페이스로 국면 전환을 마구마구 밀어 넣는다든가. 사람을 죽일 때 괴이할 정도로 높은 빈도로 날붙이로 목을 긋는 장면을 선호한다든가. 매번 여자 캐릭터들을 미칠 듯한 개고생에 밀어 넣으면서도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전달하는데 힘을 쏟는다든가... 등등등.


 이번 시즌에도 그런 부분들은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80년대 슬래셔 무비에 대한 오마주 시즌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말 그런 내용은 전반부에만 해당되다 말구요. 그나마도 창의적이거나 깊이(?)있다 싶은 슬래셔 장면들은 거의 없어요. 주요 등장 인물들 중 과반이 사연 많은 캐릭터로 자꾸만 반전을 일으키며 이야기를 산꼭대기를 넘어 우주로 날려 버리구요. 그렇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다가 시즌 중반을 넘기면 초반과는 다른 장르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죠.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순식간에, 연달아 달리고 또 달려서 어느새 끝을 보게 됩니다. 제가 아는 미국 드라마들 중 가장 완벽한 '불량식품'이에요.



 - 그런데 이번 시즌은 나름 제작진이 이 시리즈에 변화를 주고자 시도한 부분들이 눈에 띕니다.


 일단 반복되는 캐스팅... 자체는 그대로지만 물갈이가 크게 있었어요. 간단히 말해 사라 폴슨과 에반 피터스가 코빼기도 비치지 않습니다. 주역들 중 기존 출연자들은 엠마 로버츠를 제외하면 이 시리즈에 탑승한지 비교적 얼마 안 된 배우들이구요. 후반부에 레귤러 멤버 둘이 나오긴 하지만 비중은 특별 출연 수준.


 그리고 유머가 강해졌습니다. 원래 이 시리즈의 제작자 라이언 머피가 좀 코믹한 작품들을 잘 만드는 편이긴 하지만 이 시리즈에선 안 그랬거든요. 근데 이 시즌엔 자꾸만 유머가 튀어나와요. 개인적으론 맘에 들었습니다. 지난 시즌들을 보다 보면 하도 정색하고 미칠 듯이 목을 그어대서 중간 좀 넘기면 지치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 시즌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덜 지치고 금방 끝낼 수 있었던 게 그런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 같거든요. 그리고 애시당초 막장 전개와 유머는 잘 어울리는 짝이잖아요.


 마지막으로 뭐랄까... 이전 시즌들에 비해 등장 인물들에 대한 대우가 좀 좋아졌습니다. 여전히 가차 없이 죽어나가긴 하지만 이전 시즌들처럼 그렇게 허망하고 무자비한 느낌은 안 들어요. 스포일러라서 더 이상 설명은 못 하지만 암튼 그렇구요. 그것도 저는 맘에 드는 부분이었네요.



 - 또 배경이 배경이다 보니 80년대 추억팔이 내용들이 많이 나오는데.

 한국도 아니고 남의 나라 80년대이다 보니 뭐 그게 제겐 그렇게 잘 먹히진 않았어요. 그래서 '80년대를 잊지 말아요~' 라는 식의 엔딩도 딱히 와닿진 않았습니다만. 미국 사람이거나 80년대 미국 대중 문화에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저보다 더 재밌게 보실 수도 있겠다 싶었네요.



 - 종합하자면, 상대적으로 좀 웃기고 순한 맛의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입니다. 원래 특색은 거의 유지하고 있으니 기존 팬분들이면 무난히 보실 것이고.

 거기에다가 저랑 취향이 비슷한 분들이라면 전체 시즌들 중에서 대략 상위권에 올려 놓으실 수도 있을 거에요. 물론 정반대일 수도 있겠고.

 저는 잘 봤습니다. 시리즈의 변화 방향도 취향에 맞았거니와... 전 엠마 로버츠를 좋아하는데 이 분이 처음으로 이 시리즈 원탑 주인공이셔서. ㅋㅋㅋㅋㅋ

 노파심에 덧붙이지만 이 시리즈를 안 보신 분들이 이걸로 입문 하신다면 아마 좀 욕이 나오는 체험을 하면서 '재밌게 봤다'는 글을 적은 저에게 앙심을 품게 되실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다시 강조하는데 이 시리즈는 애초에 불량식품이에요. 그리고 저는 그 맛에 길들여진 가련한 호구 한 마리라는 걸 기억하시길. 핫핫하...;




 + 언제나 그렇듯 중간에 노골적으로 페미니즘적인 대사가 튀어나옵니다. 근데 이번엔 그게 내용과 잘 맞아떨어져서 괜찮았어요. 대략 이런 거였죠

 "찌질한 남자놈들이 만만한 여자들 수십명을 죽이면 감옥에 갇히고도 팬이 생겨서 러브레터를 보내대고 난리를 치잖아. 그리고 사람들은 늘 그 찌질이의 엄마, 아내, 애인을 비난하지. 왜 늘 여자한테만 난리야?"



 ++ 언제나 그렇듯 메인 남자 빌런은 똥폼 잡고 다니지만 실상은 찌질이... 인데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그래도 이번 시즌 빌런은 좀 괜찮았습니다. 그 찌질함과 똥폼이 대체로 유머로 승화되어 거부감을 줄여주거든요. 그리고 배우도 잘 뽑았어요. 잘 생겼는데 그런 역에 또 잘 어울려요. 실제 미국의 연쇄 살인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데 사진을 보니 실물이랑도 닮았더군요. ㄷㄷㄷ



 +++ 에피소드마다 제목이 있는데 그 중 어떤 에피소드 제목이 '100화'에요. 뭔 소린가 했더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전 시즌 통산 100번째 에피소드였다고 하네요. 뭡니까 이게. ㅋㅋㅋㅋㅋ



 ++++ 엠마 로버츠 좋아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이 분은 원래 '이 구역의 미친 x' 역할을 맡아줘야 제맛이긴 한데. 첨으로 한 시즌의 단독 주연으로 나오는데 하필이면 격한 캐릭터 변신(?)을 해서 아쉬웠지만. 뭐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전 이 분 때문에 '너브' 같은 한심한 영화도 끝까지 본 사람이니 뭐... ㅋㅋㅋㅋ



 +++++ 무척 좋게 본 저의 소감과는 달리 이 시즌은 본토에서 상당히 확실하게 망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시즌 10은 캔슬될 위기에 처했다가 어찌저찌 살아나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그 시청률 하락 때문에 원조 레귤러 배우들을 다시 불러 모았대요. 말인즉 에반 피터스가 다시 나온다는 겁니다. ㅋㅋ 그리고 그 반대급부로 엠마 로버츠는 아예 빠져버린 듯. 헐리웃 가십에 관심 있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둘 사이에 워낙 심대한 문제가 있어서 말이죠.

 그리고 그 시즌 10은 원래 올해 나왔어야 했지만 코로나 크리로 내년 하반기에나 공개 가능할 것 같대요. 그럼 또 이 시리즈의 전통상 먼저 미국 FX 채널에서 방영할 것이고, 넷플릭스엔 그 후 1년은 지나야 올라올 테니 저는 2022년에나 볼 수 있는 걸로. ㅠㅜ



 ++++++ 빌리 아이돌은 과연 이 시즌을 즐겁게 봤을지 궁금하더군요. 정말 미칠 듯이, 지겹도록 언급되는데 그 팬덤 대장(?)이 찌질한 빌런이라서. 그리고 한국에선 그리 유명하지 않은 실존 밴드 하나가 또 등장하는데 여러모로 아주 격하게 험한 꼴과 취급을 당합니다. 허락은 받고 쓴 거겠죠 설마. ㅋㅋㅋ



...이번엔 유난이 본문보다 덤이 길어지는데. ㅋㅋ 스키너 부국장님이 잠깐 나오십니다. 정말 잠깐 나오고 별 역은 아닌데 그래도 시작할 때 이름은 적어주더라구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0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3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56
114129 어쌔씬크리드(영화) [6] 메피스토 2020.12.02 421
114128 죄인 2시즌 1-4 daviddain 2020.12.02 336
114127 (어떤) 인간은 왜 동물의 고통에 대해서는 공감능력을 철저히 잃는가 [18] 귤토피아 2020.12.02 1075
114126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플레이 -1일차 [8] 예상수 2020.12.02 348
114125 3060ti가 399달러라니 [6] Lunagazer 2020.12.02 429
114124 확실히 음주문화가 많이 바뀌긴 바뀌었군요. [11] 귀장 2020.12.02 1035
114123 성범죄자 교사자격 원천+영구 차단법 그리고 민주당도 적폐? [7] ssoboo 2020.12.02 705
114122 [영화바낭] 토탈리콜과 토탈리콜을 보았습니다 [16] 로이배티 2020.12.02 778
114121 저는 "콜" 많이 별로였습니다.. "런"이나 "프리키 데스데이"는 (비교적) 만족.. [12] 폴라포 2020.12.02 861
114120 엘렌 페이지가 개명을 했습니다 [14] Lunagazer 2020.12.02 1376
114119 Life Goes On [6] 어디로갈까 2020.12.02 836
» [넷플릭스바낭]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9, '1984'를 봤습니다 [10] 로이배티 2020.12.02 870
114117 죄인 1시즌 [5] daviddain 2020.12.01 371
114116 [넷플릭스] '콜' 대박이네요... [4] S.S.S. 2020.12.01 965
114115 얘 틀림없이 어른들이 써준거 같군요 [2] 가끔영화 2020.12.01 788
114114 김기태 전 KIA 감독, 요미우리 2군 수석 코치 부임 [5] daviddain 2020.12.01 339
114113 보수적 세상으로의 전향 [2] 예상수 2020.12.01 606
114112 여러분, A4용지를 손만 가지고 변형시켜서 자기만의 (미술적)표현을 한번 해보실래요? [24] 산호초2010 2020.12.01 647
114111 [정치바낭] 추 vs 윤... 캐삭빵의 끝은 서울/부산 재보궐.. [31] 가라 2020.12.01 1032
114110 서른 셋이면 삼십대 초반일까요? 중반일까요? [15] forritz 2020.12.01 126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