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말 스포일러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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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화권의 유명한 조폭 조직 삼합회. 이름에 '삼'자가 들어가는 이유가 세 종류의 조직이 하나로 합쳐진 형태라서 그렇다네요. 그 중에서 우리가 익히 아는 어둠의 조폭 무리들이 바로 '흑사회'입니다. 몇십개가 난립하는 삼합회 중에 '워롄싱'이라는 한 조직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구요.

 이 조직의 전통은 2년마다 자율적으로 후보를 받아서 조직 원로들의 투표로 우두머리를 정한다는 겁니다. (오오 민주적!!!) 영화가 시작되면 새로운 선거가 눈앞에 닥쳐 있고, 당선이 가장 유력한 후보는 매너 좋고 조직원들 잘 챙기며 홀몸으로 어린 아들을 살뜰하게 보살피며 잘 키우고 있는 훈훈한 남자 임달화. 하지만 '이 구역의 미친 개' 양가휘 역시 자신의 사업 수완을 내세우며 적극적인 로비에 나서 회장 당선을 노리는데, 결국 전통과 안정을 중시하는 입김 센 짱짱 원로의 지원을 받은 임달화가 당선이 돼요. 근데 좀 웃기는 건 당선자가 진짜 회장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회장의 징표, 용 뭐시기라는 나무 몽둥이를 물려 받아야 하는데 이게 중국 본토 어딘가에 숨겨져 있습니다. 

 고로 그걸 찾아오라고 사람을 보내지만 막판 일발역전을 노리는 양가휘 역시 부하들을 보내서 탈취를 노리고. 그래서 중국 본토에선 양측 부하들이 물고 물리는 몽둥이 쟁탈전, 홍콩에서는 두 미니 보스와 그 각각을 따르는 계파들간의 회장 쟁탈전이 동시에 전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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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



 - 워낙 유명한 영화라 사실 제가 무슨 얘길 해도 동어 반복이겠죠. 하지만 제가 쓴 다른 영화 소감글이라고 해서 별다를 게 있었던 건 아니니 그냥... ㅋㅋㅋ


 일단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건조하다'는 겁니다. 홍콩의 암흑 세계를 다룬 영화 치고는 보기 드물게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건조하고 냉정한 톤을 유지해요. 유머도 없고 감정 과잉도 없고 걍 시종일관 팍팍해요. 이들의 세상엔 이쪽 편과 저쪽 편이 있을 뿐 분명한 정의도 없고 악도 없습니다. 조직의 전통을 고수하겠다는 쪽이나 거기에 반기를 드는 쪽이나 결국엔 다 자신에게 유리한 길을 선택한 것 뿐이죠. 결국 모두가 그 밥에 그 나물인 인종들이고 이들이 회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사투는 거의 동물의 왕국 내지는 내셔널 지오그래피 동물 다큐 같은 톤으로 중계가 돼요. 심지어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에선 잠시지만 정말로 동물 다큐가 되기도 합니다 ㅋㅋㅋㅋ


 또 한 가지 특징이라면 주인공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거에요. 내용상 주인공은 분명히 임달화 캐릭터인데, 비춰주는 비중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일단 전체 내용의 거의 절반을 잡아 먹는 몽둥이 쟁탈 및 배송 작전에 임달화는 아예 등장도 안 하죠. 나머지 절반 중 또 절반 정도는 유치장에 갇혀만 있구요. 막판 클라이막스 장면을 제외하곤 임달화도 역시 그저 '조직의 일부'로 비춰질 뿐이에요. 그저 그냥 일부가 아니라 좀 덩어리가 큰 일부라는 정도.

 그래서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조직 그 자체' 입니다. 삼합회라는 게 어떤 조직인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부적으로 자기들끼린 그토록 진지하고 심각한데 외부에서 관조할 땐 얼마나 어처구니 없이 웃기는 놈들인지를 100분 동안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중심 내용... 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상황을 원경에서 잡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특정 인물에 감정 이입하지 말고 걍 멀리서 여유롭게 구경하면서 큰 그림을 보라는 의도겠죠.



 - 이런 이 영화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건 대륙에서 벌어지는 몽둥이 쟁탈전이었습니다.

 영화 전체가 그렇지만 특히 이 파트는 주인공이 무슨 이어달리기 식으로 계속 바뀌어요. 몽둥이=바톤 몽둥이를 가지러 간 임달화 부하 둘이 주인공이었다가, 잠시 후 그게 한 명으로 줄어들고, 잠시 후 추격자가 나타나고, 빼앗겨서 한참 또 추격자가 주인공이었다가, 다음에 또 무슨 일이 생겨서 주인공이... 이렇게 릴레이로 이어지면서 그들을 컨트롤하는 홍콩의 윗사람들 드라마가 동시에 전개되는데 그게 참 엎치락 뒷치락하는 재미도 있으면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삼합회 그 자체'라는 걸 잘 보여준 부분이었네요. 

 또 영화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액션'의 비중이 큰 파트이기도 했구요. 사실 이 영화엔 액션이 별로 없거든요. 캐릭터들 간의 기싸움과 수싸움, 말빨 배틀 같은 게 주재료인 영화인데, 그것들 구경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그래도 홍콩 느와르에 액션이 너무 없어도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 근데 그렇게 건조하고 진지하며 삭막한 영화 치고는 상당히 재밌습니다.

 일단 이 삼합회라는 조직과 그 조직 문화 자체가 꽤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당연히 주변에 얼씬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영화로 보기엔 참 신기하고 재밌는 분들이구요. 특히 이 삼합회의 기원에 대한 부분은 굉장히 의외라서 더 흥미로웠네요.

 그리고 이야기의 전개가 빨라요. 너무 빨라서 가끔 읭? 하는 순간이 있을 정도로 쉬지 않고 사건들이 벌어지고 국면 전환이 벌어지니 지루할 틈이 없죠. 

 또 그렇게 빠르게 휙휙 전개되는 사건들 자체도 참 자극적이면서 재미가 있고 또 결정적으로 대충 순리에 맞아요. 

 그리고 거기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되게 환타스틱(?)하면서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 구역에서 탑으로 미친 놈' 역할인 양가휘처럼 되게 초현실적인 성질머리와 패악질을 자랑하는 캐릭터 조차도 보다보면 어느 순간 얜 좀 그럴만하네... 라는 생각이 들게 되구요. 임달화 캐릭터도 마찬가지구요. 사실 이 분이야말로 이야기 내내 좀 영화 톤이랑 안 어울리는 느낌이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갑자기 설득력이란 것이 폭발을... ㅋㅋㅋㅋ 이건 스포일러라서 설명하기 힘들지만 보신 분들은 이해하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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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분 영화를 거의 20년만에 보는 건데, 달라진 비주얼은 물론이고 꽤 괜찮은 연기력에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ㅋㅋ)



 - 단점은... 찾아보면 있긴 합니다.


 일단 이렇게 주인공이 여럿... 을 넘어 '대규모' 수준이다 보니 좀 버거운 느낌이 있습니다. 한 번 봐서는 인물들 파악하기가 어려워요. 등장 인물 숫자만 보면 한 세 시간은 되어야할 것 같은 영화가 한 시간 사십분만에 끝이 나니... ㅋㅋ 파악될만 하면 죽어버리거나 퇴장하거나, 파악하기도 전에 배신하고 진영을 갈아타 버리고 말이죠. 한 번 봐도 큰 그림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디테일까지 다 이해하려면 두 번은 봐야할 느낌.


 제가 그 동네 문화와 정서를 잘 몰라서 그런지 가끔 어떤 캐릭터들은 좀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을 하기도 하구요. 근데... 이건 한 번 더 봐야 확실해질 것 같네요. 앞서 말했듯이 등장 인물이 너무 많고 관계가 얽히고 꼬인 이야기라 그냥 제가 이해를 못 한 것일 수도 있어요. ㅋㅋ



 - 암튼 그래서.

 이야기 초반에 인물 관계도 파악이 난감한 걸 빼면 거의 흠잡을 데 없는 수작이었습니다.

 일단 뭣보다 재밌구요. 짧은 시간 동안 알차게 경제적으로 질주하는 이야기라는 게 개인적으로 참 맘에 들었습니다.

 극찬하는 평자들의 이야기들처럼 당시 홍콩의 현실 같은 걸 은유하는 영화로 생각하며 따져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거구요.

 폭력 단체에 대한 영화지만 그렇게 보기 불편할 정도로 폭력적인 장면도 거의 없어서 보기 힘드신 분들도 없을 겁니다. 

 어차피 넷플릭스에 있으니 '요즘 넷플릭스 볼 게 너무 없다!!'는 분들 한 번 시도해보세요. ㅋㅋㅋ


 


 + 전 정말로 사람들 얘기하는 '흑사회'가 이 영화인 줄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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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스스로 선택한 그 길에 꽃씨를 뿌리고 영웅의 혼을 불태우리!!!!!)



 ++ 근데 영화 속 시간적 배경이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2005년 영화인데 현실의 홍콩은 20세기 말에 삼합회가 거의 뿌리가 뽑힌 상태였다고 하거든요.

 홍콩, 싱가폴과 중국 본토에서까지 탈탈 털리고 대만과 서양쪽 차이나타운 쪽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 '유민상 닮은 홍콩 배우'로 유명한 임설씨가 두기봉 단골답게 여기도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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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심각 진지 살벌하기 짝이 없는 영화에서 그나마 좀 웃게 해주는 캐릭터입니다. ㅋㅋ 개그캐릭터는 아닌데, 그냥 보다보면 웃기는 상황이 몇 번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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