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무능력이 곧 정치의 무능력

2021.01.18 22:50

Sonny 조회 수:1536

저는 인간 문재인의 인격이나 품성을 의심해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는 아마도 좋은 사람이고 대통령이라는 직에 맞는 언행을 보이려 애쓰는 사람일 겁니다. 그를 보면 꾹 참고 뭔가를 해내는 곧은 심지같은 걸 느낍니다. 나름의 단호함도 있을 거 같구요. 


그렇지만 그는 정말 둔합니다. 장점이 곧 단점이라고, 사람이 단단하고 꿈쩍하지 않는만큼 트릿하고 무딥니다. 그래서 정확한 언어를 쓸 줄 몰라요. 지지자들은 다 까먹었겠지만 문재인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 기억합니다. 대선 토론 때 성소수자를 반대한다는 그 말을요. 아무도 문재인이 포비아 씩이나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정치판에서만 굴러먹던 그 나이대 어르신이 뭘 알겠습니까? 문재인은 섬세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딱 경상도 남자가 스스로 이미지메이킹하는 그 모습에 딱 갇혀버린 사람입니다. 특전사 나온 걸로 사내다움을 뽐낼 순 있지만 군대를 안간 사람들을 배제하는 줄은 모르는 그런 사람이죠. 오늘 입양 발언도 딱 그 짝입니다.  아이를 어떻게 바꿉니까? 이미 산 옷도 텍 떼면 교환 안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람을 입양해서 가정을 꾸리고 살기로 해놓고 그걸 "바꾼다"는 말을 합니까? 입양이 뭔가 호의를 베푸는 거라고들 생각하나본데 입양은 생물학적인 임신과 출산만 안거쳤을 뿐이지 사회적으로 자기 자식을 정해놓고 키우겠다는 절차입니다. 부모자식간이 된다는 사회적 결과는 똑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아이를 바꿉니까? 이건 진짜 할 수 없는 말입니다. 


이런 게 한두번입니까? 제가 아직도 기억하는 게, 문재인이 세월호 희생자들보고 고맙다고 한 이야기에요. 뭐가 고맙습니까? 자기 나름의 소회를 밝힐려고 했던 거고 유족들을 마음에 품고 정치를 하겠다, 이런 결심이었겠죠. 그런데 그 마음을, "고맙다"고 표현한 사람이 바로 문재인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희생자들의 그 사고 자체를 감사하다고 여기는 것밖에 또 됩니까? 아직도 그 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화가 납니다. 그 때 문재인 지지자들과 온라인에서 엄청 싸웠어요.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언어는 인간의 본심과 의지를 표현하는 가장 기초적인 수단입니다. 정치인은 자기 마음을 잘 표현해야해요. 여기서 "잘"이란 무슨 세련되거나 미사여구로 현란하게 뜻을 전달하라는 게 아니라 오해의 여지가 없게끔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하라는 뜻입니다. 그냥 약속되어있는 의미를 다른 생각 안나게 무난하게 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에요. 그런데 문재인은 이걸 못합니다. 이게 쉬운 건 아닌데요. 그런데 잡음이 나지 않게는 해야죠. 이런 게 계속 반복됩니다. 지금 동네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을려는 게 아니라요. 국가를 대표하는 수장이, 권력을 가지고 하는 언어를 듣는 겁니다. 그런데 문재인이 이렇게 개판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어떻게 해야합니까? 


여기서 부작용이 터집니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왜 문재인을 공격하냐면서 비판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적폐세력, 혹은 적폐언론에 놀아난 인간들을 만들어버립니다. 정치가 이분법으로 갈라지고 진영론으로 퇴화합니다. 문재인 공격하면 나쁜 놈, 우리편 건들면 적으로 만듭니다. 문재인을 지지하면 지지할 수록 아집에 빠지고 빠 아니면 까라는 흑백논리로 사람들을 물들여놓습니다. 그러니까 정치가 발전이 안됩니다. 매번 노무현을 잃었네 어쨌네 하면서 본인들의 트라우마만 꺼내놓고 정치인의 과실을 다른 사람의 죽음을 동원해 덮게 만드는 그런 심리적 궁지몰기를 지지자들이 하게 합니다. 이건 나쁜 정치에요. 정치인이 좋으면요. 지지자들이 함께 성장합니다. 그런데 문재인의 정치는 어떻습니까? 허구헌날 트라우마를 꺼내놓게끔 정신적 퇴행을 거듭합니다. 뻑하면 본인들의 감정에 빠져서 우리 문통 괴롭히지 말라는 호소만 하게 하는 게 좋은 정치에요? 이건 누구 탓도 아닙니다. 그냥 문재인이 말을 실수한거죠. 그런데 문재인 때문에 지지자들이 문재인을 감싸느라 말도 안되는 변호를 하게 합니다. 이러니 정치가 나아져요? 저는 문재인 지지자들만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문재인과 그쪽 홍보세력들이 정말 개판이죠. 암만 정치가 이전투구여도 그렇죠. 개판도 작작 벌려야죠.


더 심각한 문제는 대통령의 잘못된 말 한마디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한참 후퇴해버린다는 겁니다. 문재인의 말이 잘못된 건 알지만 그래도 본심은 그게 아닐거라고 감싸면 양반이죠.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똑똑하지가 않고 자기 소신을 그렇게 꼿꼿이 지키지 않습니다. 윤리적으로 실패한 소리를 정치인이 하면 지지자들이 그걸 감싸려고, 자기 바닥을 꺼내보입니다. 제가 이걸 똑똑히 봤던 게 성소수자를 반대합니다 그 대선토론 때입니다. 문재인이 이 말을 한마디 하니까 성소수자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저 말이 뭐가 잘못됐냐면서 자기 무식을 당당하게 꺼내놓더라구요. 이번 입양 발언도 보세요. 사람들이 입양에 대해서 아주 깊게, 뭐는 절대 안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저런 말 할 수도 있는 거 아냐? 하고 자기 안의 최소한의 금기를 포기해버립니다. 이게 오버라고 생각하시면 트럼프가 미국에서 끼친 악영향을 떠올려보세요. 문재인이 트럼프만큼 나쁘고 멍청하다는 게 아니라, 정치인의 한마디는 그 정도로 세계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사람들의 가치관을 아예 바꿔놓는다는 겁니다. 요즘처럼 인터넷의 악의가 넘치는 판에 이제 디씨랑 남초 멍청이 친구들이 얼마나 저걸 또 드립으로 써먹으면서 말하고, 생각없는 사람들이 저 말을 긍정하겠습니까. 사회가 후퇴하는 건 금방입니다. 그건 도미노처럼 그냥 무너집니다. 


저는 문재인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안합니다. 그렇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정말 후지다고 생각해요. 문재인은, 말을 못하고 어버버대는 박근혜씨의 뒤를 잇는 정치인이에요. 그러면 이런 언어적 파국은 그만 좀 일으켰으면 좋겠습니다. 리허설도 네번이나 했다면서요. 그런데 저 말을 저렇게밖에 못하나요? 이해가 안갈 정도입니다. 국민들의 정서건강을 위해서라도, 사회적 가치관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기자회견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일을 아무리 잘해도(이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말을 저렇게 하니 진짜 정나미가 떨어지네요. 민주당은 검찰이랑 패싸움하기 바빠... 대통령은 사회 현안에 대해 저런 패륜 가득한 말이나 해... 무슨 아프리카 비제이도 아니고 어떻게 말을 저렇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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