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식품관, 마트료시카인형

2021.02.02 05:30

여은성 조회 수:480


 1.피트니스에서 샤워시설까지는 개방한다는 문자가 와서 좀 망설였어요. 샤워시설만 개방이고 건식, 습식사우나랑 탕을 이용 못하면 별로일 것 같아서요. 


 그래도 역시 운동은 해야 하니 그냥 다시 가기로 하고 가봤죠. 마침 밤샘한 참에, 샤워하고 사우나 안에 있는 선베드에서 한숨 자면 딱이겠다 싶어서요.



 2.그렇게 가서 샤워를 하고 선베드에서 자려고 갔는데...도저히 견딜 수가 없이 추웠어요. 왜 이렇게 춥나 생각해보니, 평소에는 열탕 2곳에 뜨거운 물이 가득 채워져 있어서 그 복사열로 목욕탕 안이 뜨거웠던 거예요. 열탕 안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워놓는 건 탕을 이용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목욕탕 내부 전체의 온도를 올리는 효과도 있었던 거구나...하고 깨달았더랬죠.


 뜨거운 물이 실내에 있는 것만으로도 실내의 온도는 꽤 올라가는 거였어요. 그래서 탕이 꽉 차있어도 뜨거운 물을 계속 틀어놓는 건가봐요. 탕 안의 물을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계속 물을 갈고 들이붓고 하는걸거라고 생각했는데, 물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던 거 같네요. 열은 계속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니까 열탕 안의 물을 냅두면 탕에 있는 뜨거운 물의 온도는 점점 내려가겠죠.



 3.어쨌든 잠은 못 자게 돼서 그냥 운동하러 갔어요. 오랜만에 운동하는 거라 잘 될줄 알았는데...너무 쉬어서 그런지 전이랑 비슷한 무게로 운동하니까 순간적으로 눈앞이 하얘지는 기분이 몇번 들었어요.


 어쨌든 오랜만에 운동해보니 힘이 문제가 아니라 뼈나 관절 등등에 피로가 쌓이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무게를 여기서 더 늘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자동차를 예로 들면, 속도를 늘리려면 엔진만이 아니라 차체의 프레임과 내장재랑 타이어 같은 것도 갈아야 하잖아요? 다른 부품은 똑같은데 엔진 하나만 바꿔봤자 잠깐 빨리 달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차체가 마모될 테니까요.


 한데 근력 운동도 그래요. 인간의 몸은 근육이 커져서 더 많은 무게를 들 수 있게 되더라도 뼈나 관절부분이 강해질 수는 없는 거니까요. 벤치프레스 100킬로로 3셋트 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단련되는 건 근육뿐이지 뼈나 다른 부위는 소모될 뿐이라서 굳이 들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 근력 운동의 목표는 확장이 아니라 유지를 목적으로, 그냥 적당한 무게 안에서 계속 반복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4.휴.



 5.운동을 마치고 돌아가려다가 반찬을 파는 코너에 가봤어요. 9천원에 세팩이더군요. '이사람들아 장사는 이렇게 하는 게 아니야. 만원에 네팩은 주어야지...'라고 훈수를 두려다가 너무 꼰대가 되는 것 같아서 참았어요. 만원에 네팩을 노리려면 늦게 사러 가야 하겠죠.


 그러고보니 영등포 타임스퀘어 신세계는 '식품'를 중심으로 개편해서 더욱더 다양한 먹거리와 반찬을 팔고 있어요. 심지어는 저번에 갔을땐 백화점의 1층을 음식 코너로 꾸몄더군요. 내일 좀 늦게 운동을 가서, 운동을 마친 후 반찬코너가 닫기 직전에 가서 쓸어담아 올까...고민중이예요. 문닫기 직전의 세일 폭이 가장 크니까요.


 물론 그럴 때는 또 너무 늦게 가도 안 돼요. 쓸어담을 것이 남아 있을 때 가야지, 쓸어담을 것이 남아있지 않을 때 가면 반찬코너가 물량이 말라버린 게임스탑 주식처럼 되어있을 테니까요. 



 6.한데 그렇게 다양한 먹거리로 꾸며진 백화점 식품관을 가면 늘 사기로 하지 않은 것도 사버려서 문제예요. 다른 곳에 없는 어묵프랜차이즈라던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던 빵집이라던가 뭐 그런 것들 말이죠.



 7.어쨌든 또 밤새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있는데 힘드네요. 


 이야기라는 것은 마트료시카 인형을 만드는 것과 비슷해요. 인형을 하나 까면 그 안에서 인형이 하나 튀어나오고, 그걸 열어제끼면 또다시 색다른 인형이 튀어나오고...그걸 반복하다가 마지막 순간에는 인형을 까는 사람의 예측을 불허하는 인형이 나와야만 하는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좋은 마트료시카 인형을 만드는 게 영 쉽지 않아요. 


 사람들의 눈에 표면적으로 보이는 인형 안에 갖가지 인형들을 숨겨놓는 작업...물론 이걸 처음부터 계산하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이야기를 써내려가며 맞춰가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둘 다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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