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not alone

2021.03.25 14:15

daviddain 조회 수:729

어제 저녁에 <맨 오브 스틸>다시 보는데 조드가 방송할 때 저 대사를 말하더군요. 스나이더 컷에서도 나오기는 하죠.
슈퍼맨이 지구에 있음과 맞물려 외계 생명체들의 공격이 시작되는 앞으로를 예고해 주는 대사더군요.

수퍼맨 인간 아버지가 케빈 코스트너,다이앤 레인인 거 보고 수퍼맨은 키워 준 부모도 미남미녀라고 생각했죠. 리처드 도너 판에서는 글렌 포드가 조나단 켄트,조엘은 마론 브란도.

스나이더 버전의 캐스팅은 흠잡을 데가 없네요. 피사체로서도 빛을 발하는 미남미녀들을 뒷모습부터 잡아 초인적인 존재로 드러내는 것, <벤허>에서 예수를 뒷모습으로 등장시킨 거와 비슷한 거 같네요.


헨리 카빌이 10대였던 <몽테크리스토 백작>리뷰에서 짐 호버만이었나 로저 이버트였나 유명한 평론가가 딱 집어서 주목할 만하다고 쓴 걸 읽은 적 있어요. 그 후 생각보다 안 풀리긴 했는데 귀족 역을 많이 맡긴 하더군요,외모와 분위기때문인지. 위든 컷에서 부활한 수퍼맨이 배트맨 보자마자 하는 대사가 Do you

bleed?였는데 그 허접한 대사를 치는 거 보면서 그나마 연기가 되니까 저 정도 하지 싶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마사보다 더 별로인 대사입니다.

크리스토퍼 리브와 브랜든 라우스가 엄청나게 잘생기고 훤칠하면서도 사람들 안에 섞여 드는 인상이었던 것보다는 카빌은 차가운 느낌이 있어서 비지구인의 느낌은 계속 살아 있어요.

스나이더 컷부터 역주행하다 보니 이미 1편에 앞으로 펼쳐질 갈등의 씨앗은 다 있었어요. 세상이 아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 불안하다는 아버지의 대사, 엄청난 기물파괴와 그로 인한 인명 손상 등, 배대슈의 갈등은 예고된 거고 소위 스나이더버스 안에 들어가는 거겠죠. 스나이더가 큰 그림이 있기는 했어요. 그러고 큰 돈이 들어간 영화 만들면서도 마이클 베이처럼 자기 색이 묻어 나오는 영화 찍을 줄 알고요.



빙산의 일각 이야기를 풀어보자. DCEU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모든 캐릭터들을 솔로 영화를 통해 하나씩 소개한 뒤에 이벤트성 <어벤져스>를 터트렸던 MCU와 달리 DCEU는 <슈퍼맨>을 중심으로 세계관의 큰 그림을 먼저 그리는 길을 택한다. 자잘한 쿠키나 단서들을 제외하면 독립된 영화로 볼 수 있었던 MCU 단독 영화들과 달리 <저스티스 리그> 2부작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이들 영화는 영화의 큰 덩어리를 다음 영화의 일부로 남겨놓는다. <맨 오브 스틸>의 클라이맥스 전투 장면이 <배트맨 대 슈퍼맨> 전반에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재등장하는지를 보라. 다시 말해 각 영화의 조각들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보다 큰 그림을 봐야 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일종의 프리퀄로서 독립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평가는 어느 정도 유보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른 식의 스토리엔 다른 식의 감상이 필수다. 충분한 캐릭터 소개 없이 <저스티스 리그>로 뛰어든다는 불평이 많지만, 만약에 <원더우먼>의 솔로 영화가 먼저 나왔다면 이렇게 인상적인 캐릭터 소개가 가능했을까.

중략


물론 얼렁뚱땅하는 건 여전하다. 말도 안 되는 설정이 이야기의 발목을 잡는 건 여기나 저기나 마찬가지다. 암만 봐도 배트맨과 슈퍼맨이 굳이 싸워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마사’ 드립은 왜 엄청난 돈을 받는 그 멀쩡한 작가들이 걸러내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렉스 루터는 아무런 생각이 없나보다. 막판의 액션은 모든 슈퍼히어로팀 이야기가 피할 수 없는 개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논리 같은 건 조용히 날아가버린다. 마블의 작가들, 특히 조스 웨던이 꼼꼼하게 삽입해 설정 틈을 채우는 시멘트로 썼던 유머가 일부러 제거된 DCEU의 세계에서는 이 결함이 더 크게 보인다.

그런데 이게 과연 나쁘기만 할까. 자기방어적 유머의 보호 아래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뻔뻔스러운 난장판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생산적으로 보인다. 어차피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면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정공법을 취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그러니 <배트맨 대 슈퍼맨>보다는 이 작품이 품고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보기로 하자. 앞으로 DCEU에 속한 영화를 만들 감독들은 모두 자기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다. 이들 영화가 MCU의 영화들처럼 자연스러운 하나의 흐름 안에 통합될 것이란 생각은 안 든다. 대신 엇맞추어진 큰 덩어리들이 불균질한 구조물처럼 쌓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 중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지, 얼마나 슈퍼히어로영화의 피로감을 뚫고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모른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배트맨 대 슈퍼맨>이 기반의 일부로서 충분했다는 것이다.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140/0000030003



어제 보면서 겨자 님이 <미나리>리뷰에서 농부가 미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에 관해 쓰셨는데 수퍼맨이 캔자스 농장에서 자랐다는 설정을 괜히 한 게 아니더군요. 수퍼맨도 이민자고 미군들과 만날 때 캔자스에서 자란 미국인임을 강조하죠. 캔자스하면 도로시 생각나지  않을 수 없긴 합니다.


수퍼맨이 영상화하기 힘든 건 맞는 듯 합니다. 스나이더가 바로 다음 편에서 배트맨 등장시키면서 수퍼맨에게 의문을 던지는 듯 한 시선으로 본 것도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고요.


배대슈에서는 닐 디그래스 타이슨이 나와 we are not alone.로렌스 피시번은 아예 대놓고 구두굽 세 번 부딪히고 캔자스로 돌아갔냐고 도로시 인용하고요.배트맨이 부모와 보러 간 영화가 엑스칼리버란 것도 복선이겠죠.  Martha won't die tonight이라고 배트맨이 말하고 실제로 구한 것도 배트맨의 응어리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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