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는 넷플릭스 개봉이었다던데 한국에선 극장 개봉을 하고 넷플릭스엔 아직 안 올라왔죠. 원제는 I care a lot. 2020년작이고 장르는 코미디/스릴러쯤 됩니다. 스포일러 없게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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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이미지 깔끔하고 좋습니다.)



 - 영화가 시작되면 양로원의 노인들 모습을 보여주며 주인공의 나레이션이 흘러 나옵니다. 대략 '정정당당' 같은 건 다 있는 놈들이 호구들 뜯어 먹으려고 지어낸 헛소리고 센 놈이 이기는 게 세상 이치래요. 세상 사람은  사자와 양 두 가지로 분류 가능하고 자긴 사자가 될 거라는 거죠.

 그리고 장면이 바뀌면 우리의 주인공, '나를 찾아줘'의 그 천하의 xx 로즈먼드 파이크가 등장합니다. 이 분은 악당이에요. 그것도 정말 사악하고 무시무시한 악당입니다. 고급진 양로원 운영자이자 사회 복지의 한 축을 담당하는 좋은 일 하는 사람... 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실은 재산 좀 있고 만만한 노인네들을 미국 복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자기 양로원에 감금한 후 재산을 쪽쪽 다 빨아 먹는 (그냥 바가지 씌우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그냥 재산을 탈탈 털어 버립니다;) 마귀 같은 존재죠. 뭐, 그러면서도 '내 여자에겐 따뜻'하긴 합니다만.

 그렇게 잘 먹고 잘 살던 주인공에게 어느 날 하늘이 내린 선물과도 같은 멋진 표적이 등장해요. 재산 많음, 보험도 잔뜩 들었음, 근데 피붙이가 하나도 없는 데다가 가벼운 치매끼가 보여서 잡아다 가둬 놓기도 좋은 독신 할매. 그래서 유쾌 상쾌 통쾌(?)하게 속전속결로 그 할매를 잡아 가두고 재산 털이를 시작하는데... 알고 보니 이 할매는 사실 비밀이 참 많은 위험한 인간이었고. 심각한 위기가 닥쳐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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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드킥, 호구 할매인 줄 알았던 사람, 메인 빌런이자 주인공)



 - 일단 이 영화의 장르와 성격을 정확히 알아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장르가 코미디... 라고 주장하고 그게 맞긴 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류의 살벌한 블랙 코미디입니다. 등장 인물들 중에 선역이라곤 단 하나도 없고 그 중에서도 제일 나쁜, 정말 궁서체로 진지하게 악랄하기 짝이 없는 게 주인공이에요. 어찌보면 오프닝의 나레이션을 참 충실하게 이야기로 구성해서 보여주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정의 같은 건 다 있는 자들의 세뇌 아이템일 뿐 현실에 존재하지 않고, 세상은 강자가 약자를 잡아 먹는 약육강식. 그러니 양떼들의 모습 같은 데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사자들 이야기만 하다가 끝나는 영화입니다. 그러니 가볍게 웃고 즐길 류의 영화를 원하신다면 다른 영화를 선택하심이 현명할 겁니다.


 

 - 주인공 캐릭터가 상당히 걸작인데... 우린 이미 같은 배우가 연기한 참 많이 비슷한 캐릭터를 경험한 바 있죠. '나를 찾아줘'의 그 사람 미치게 만드는 빌런 말입니다. 그냥 갸가 다른 상황, 다른 처지에서 자라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통하는 구석이 많아요. 더불어서 그런 캐릭터가 어설프게 자길 도발하는 다른 빌런들을 철저히 즈려밟는 이야기라는 점도 비슷하구요.


 영화의 초반은 이 천하의 나쁜 놈이 어떤 식으로 죄 없고 만만한 노인네들을 착취하는지 보여주는데, 그 톤이 심히 경쾌하고도 상큼합니다. 현실성을 상당히 무시해가면서까지 그렇게 상큼한 톤을 보여주죠. 그래서 코미디인 건 맞는데,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에게 이입하거나 주인공을 이해할 여지 같은 건 절대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주인공은 철저한 악당이고 정말 바로 길 가다 차에 치어 죽어 버리는 게 이 지구에 이익이 될 그런 인간으로 묘사됩니다. 게다가 승부욕까지 강해서 중간에 자신이 아주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눈치 채고도 정말 무모한 선택을 하죠.


 영화가 가장 재밌고 웃기는 건 그 즈음입니다. 알고 보니 그 '최고의 호구' 할매에겐 무시무시하고 사악한 뒷배경이 있어요. 그래서 그 '뒷배경'은 할매를 돌려 받으려고 애쓰는데. 이 무시무시한 놈들이 은근 허술하고 웃깁니다? 그래서 결국 저놈들이 제발 성공하고 주인공은 총에 맞든 철창에 처박히든 하게 되길 바라게 되죠. 잠시 주인공과 적의 위치가 바뀐다고나 할까요. 그 놈들도 분명한 악당들이고 각 잡고 따져보면 주인공보다 훨씬 나쁜 놈들인데, 갸들을 응원하며 주인공을 무찌르길 바라는 심정이 되어 버리니 일단 그것만으로도 웃깁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이야기도 가장 잘 짰어요. 속도감도 있고 반전 비슷한 게 드러날 때마다 신나는 느낌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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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악하고 무시무시한 빌런의 위용!!!)



 - 문제는 중후반에 찾아오는 '주인공의 결정적인 위기!' 파트였습니다.


 음... 일단 이야기 자체가 문제가 많아요. 악당들은 너무 허술해서 본인들이 잡은 기회를 어이 없이 다 날려 버리고 그 와중에 주인공은 너무 운이 좋아요. 게다가 이 부분은 코믹한 톤도 아니어서 이런 허술함이 더 강하게 느껴지구요. 꽤 잘 먹히던 코믹 드라마가 갑자기 진지하고 어두워지니 맘 상하고. 그러면서 정작 이야기는 개연성 실종이니 허탈하고. 여러모로 문제죠.


 또 한 가지는... 제작진이 이쯤에서 나름 주인공편을 응원할만한 상황과 드라마를 만들어주긴 하는데, 그게 좀 약합니다. 적어도 제겐 그랬어요. 그래서 전 계속해서 주인공이 능지처참이라도 당하길 바라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이 파트는 정말 속터지는 부분이 되어 버렸죠. 것두 아니 진지하게 속 터지는... ㅋㅋㅋㅋ 


 근데 정말 주인공이 제대로 능력 발휘를 해서 위기를 탈출하는 식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갑자기 '주인공 보정'을 150% 먹고 운빨 하나로 그 모든 걸 헤쳐나가니 탈력감이 올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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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무능덩어리 판사가 아니었으면 주인공의 사기 행각 자체가 성립 불가능하다는 것도 개연성 측면에서 좀...)



 - 그리고 문제의 결말. 이건 정말 격렬하게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일단 메인 스토리의 일단락이 있고 그 후의 에필로그격 마무리가 있는데. 둘 다 그다지 상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이치에 맞고 납득은 되는데 그냥 그 내용과 메시지 자체가 참 싫은 거죠. 참 새삼스런 교훈을 우악스럽게 밀어 붙인다는 느낌도 들고. 그러면서 또 최종 마무리는 어쩔 수 없었던 타협의 결과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달갑지 않았구요.



 - 대충 결론을 내자면...

 좀 가벼운 코미디 톤으로 시작해서 아주 쓴맛으로 끝을 내는 영화입니다.

 그 쓴맛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가 맘에 드냐 아니냐에 따라 소감이 많이 갈릴 것 같은데, 제겐 그게 영 별로였어요.

 하지만 주인공팀과 빌런팀 모두 캐릭터는 재밌게 잘 살아 있고 배우들도 잘 캐스팅되어서 좋은 연기 보여주고요.

 또 앞서 말했듯이 영화 전체 분량의 2/3 정도까진 저도 상당히 재밌게 잘 봤습니다.

 그러니 참... 뭐라고 심플하게 결론을 내기가 애매하네요. ㅋㅋ 그냥 '나를 찾아줘'의 그 우주급 빌런이 맘에 드셨던 분이라면 보세요.

 시니컬한 사회 풍자극 좋아하는 분들도 보실만 하구요. 다만 상쾌한 마무리를 중시하는 분들이라면 그냥 패스하셔도 좋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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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이 보기 좋은 커플의 운명은!!!?)



 + 제가 아주 먼 옛날에 알리시아 위트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죠. 이 영화에서 정말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는데, 역할은 참 하찮습니다.



 ++ 주인공의 파트너급 비서이자 연인으로 나오는 배우가 아주 매력적이에요. 근데 구글로 사진을 찾아보니... 사진빨 참 안 받는 분인 듯?; 영화 속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이 훨씬 매력적이더라구요.



 +++ 애초에 우화 같은 분위기로 밀고 나가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주인공이 벌이는 '사업'이 과연 성공 가능한 사업인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조금 양보해서 본인이 인맥 뻗어 장악한 동네의 양로원 하나 정도라면 괜찮겠는데. 그걸 전국구로 확대하는 건 전혀...

 뭣보다 그 많은 노인들을 아예 외부와 연락 및 만남을 차단한 채로 가둬놓고 빨아 먹는다는 게 21세기에 과연 가능할까요. 진지하게 따지고 들면 지는 설정 같지만, 그래도 조금은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 영화 막판에 보여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니 엘리자베스 홈즈 생각이 나더군요. 외모가 닮았다기 보단 (사실 배우는 전혀 안 닮았죠. 금발 백인 미녀라는 거 빼곤.) 그냥 캐릭터가 비슷하달까.



 +++++ 사실 제가 기대했던 건 '부탁 하나만 들어줘' 같은 끝까지 상큼하게 사악한 범죄물이었어요. 그 영화 비슷한 작품 어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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