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BO 유럽에서 제작한 시리즈입니다. 에피소드는 여덟개. 보통 한 시간 정도인데 첫 편만 무려 120분이에요. ㅋㅋ 장르는 제목에 적은 대로 오컬트 호러 & 살짝 코미디 정도 되구요. 스포일러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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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BO 에스빠냐~)



 - 초반 스포일러까지 최대한 자제하면서 설명하자면 대략 이런 이야기입니다. 

 스페인의 소도시 '세고비아'라는 곳이 배경이구요. 검색해보니 실존하는 곳이고 전체 인구가 5만 정도라네요. 그곳에 맨손으로 악마를 두들겨 팰 듯한 인상의 신부님이 부임하는데. 이 분의 부임 이후로 괴상한 일들이 막 벌어지는 겁니다. 목장의 소가 인간 아기를 낳는다거나 하는?

 당연히 이 신부님에겐 비밀이 있고, 여기서 벌어지는 괴상한 일들은 다 그 비밀 때문이구요. 그래서 매 에피소드마다 신부님이 가진 뭔가를 노린 초자연적 존재들이 마을에 나타나 민폐를 끼치고, 그 와중에 저 소 아기(....) 사건 떄문에 운 나쁘게 엮인 미모의 수의사와 본인 직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얽힌 어리버리 훈남 시장님이 신부님과 함께 개고생을 합니다... 라는 게 기본 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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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 번 써먹는 카리스마 신부님 짤.)



 - 오프닝이 인상적이에요. 예수의 십자가 처형부터 유다의 자살까지를 살짝 '300'풍으로 재현해서 보여주는데. 이때 예수가 짓는 표정만 봐도 이게 그렇게 교회 사람들이 좋아할 이야기는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죠. 애초에 감독이 '야수의 날'을 만든 양반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 있겠는데, 그게 이미 26년된 영화이니 이 감독님 취향도 참 한결 같은 소나무라고 밖엔... ㅋㅋ


 교회 관련 음모론이나 신비주의 떡밥 같은 데 관심 많으신 분들이라면 많이들 들어보셨을 유다 복음서, 영지주의, 카인파... 뭐 이런 게 마구마구 튀어나와서 불경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입니다. 그렇게 깊이 들어가진 않아요. 딱 그냥 '흥미롭고 재밌을만큼'만 파고 멈추는 수준인데요. 이런 식의 기독교 음모론 스토리도 제겐 꽤 오랫만이라 정겨운 느낌 들어서 좋았습니다. 하하.



 (심심하면 어떤 느낌인가 한 번 보셔도 좋겠습니다. 인트로 무비에요.)



 - 그래서 얼토당토 않은 종말 내지는 세계 지배 떡밥이 중심 스토리로 흘러가는 가운데 실질적으로 이야기를 채우는 것은 시골 마을 호러 코미디입니다. 매 에피소드마다 뭔가가 하나씩 마을에 출몰하고, 그것 때문에 수의사, 시장, 신부가 개고생을 하다 어찌저찌 처단하고 수습하는 식으로 마무리가 돼요. 개인적으론 이렇게 '에피소드 하나에 사건 하나' 형식을 아주 선호하는 편이라 맘에 들었습니다. 캐릭터들도 보다 보면 정들어요. 처음엔 다들 외모부터 성격까지 너무 전형적인 캐릭터들 아닌가... 싶었는데. 자꾸 심각한 순간에 실없는 개그들을 치는 허술한 모습들에 그만 빠져들어 버렸...


 등장하는 적들은 뭐 에일리언 변종 괴물도 있고 위자 보드도 있고 귀신 들린(?) 거울도 있고 참 뻔하고 고풍스럽습니다만. 어쨌든 편마다 매번 전혀 다른 성격의 적이 등장하니 다채로운 맛도 있구요. 또 감독님이 '우왕 한 번에 호러 영화 여덟개 찍는 기분이야! 최고야!! 짜릿해!!!!' 라는 느낌으로 각각의 소재들을 나름 재밌게들 잘 연출해서 보여주십니다. 꽤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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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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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런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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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놈 등등 나오는 적들은 다양한데, 하나 같이 다 전통적인 호러 아이템들이라는 게 나름 특징입니다.)



 - 근데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요. 저번 글에도 적었듯이 시리즈가 처음부터 쭉 내내 거칠거칠 울퉁불퉁합니다.

 개연성 착착 챙기고 캐릭터들 성격 꾸준히 유지하면서 매끈하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매 에피소드마다, 그리고 에피소드 하나에서도 상황마다 캐릭터들 성격이 요동을 치고 종종 액션의 논리도 허술해지구요. 흑막의 음모나 계획들도 '그럼 그냥 이렇게 하면 편하지 않아?' 싶은 것 투성이구요. 촌구석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했다는 핑계만으론 대충 넘어가기 어려운 사건들이 다 그냥 별 일 없는 듯이 묻히고 흘러가 버리는 경우도 다반사구요.


 그런데 첫 화를 넘기고 2화, 3화 4화... 이렇게 계속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능력이 모자라서 이렇게 밖에 못 한 게 아니라, 걍 애초에 만든 사람이 그런 부분에 큰 관심이 없었구나... 라는 느낌? '그런 거 신경 쓸 시간에 난 호러 장면 하나 더 넣고 드립 한 번 더 칠 거야!!!' 라는 의지 같은 게 팍팍 느껴지거든요. ㅋㅋ


 그리고 이 시리즈의 호러나 유머, 분위기 잡기 같은 건 썩 괜찮아요. 21세기 넷플릭스 트렌드(?)인 느릿느릿 드라마 쌓고 차근차근 분위기로 압박... 과는 거의 정반대로 가는데요. 갑툭튀로 발동 걸고 다다다다 달리다가 뚝 끊어버리는 느낌을 반복하는데 그게 타이밍도 좋고 표현 수위도 적절하고 장면 연출 자체도 좋아서 꽤 재밌습니다. 그러다보니 앞서 말한 모자란 부분들도 걍 눈감아주게 되다가 나중엔 그냥 적응해버렸네요. 그냥 이건 원래 이런 드라마야... 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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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리즈의 가장 초자연적인 현상은 바로 이 둘이 사랑에 빠지는 것.... 입니다. 니들 왜 그러는데? 라는 생각이 계속. ㅋㅋㅋ)



 -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아무리 그래도 캐릭터들 행동에 좀 더 개연성이 있으면 좋을 걸 그랬죠. ㅋㅋ 특히 수의사님 캐릭터의 로맨스 같은 건 정말 별다른 밑밥도 설명도 없이 '원래 이랬는데, 그렇지 않아, 근데 그냥 이래.' 뭐 이런 식(?)으로 흘러가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거기에다가 웨이브의 영어 더빙판 강제 서비스 덕택에 이런 어설픈 느낌이 한층 더 강화되구요. 저는 보다가 나중엔 그냥 '아 뭐 지알로 영화 보는 느낌 들고 좋네' 이러고 말았습니다만. 이런 (좋게 말해서) B급 느낌이 취향이 아니신 분들은 안 보시는 게 좋을지도.


 그리고 분량이 중반 넘어가면서 '메인 스토리'의 비중이 커지고 캐릭터들이 심각해지고 나면 전반부의 그 허허실실 웃기고 무서운 느낌이 많이 죽어요. 다행히도 그 심각한 부분도 기본적인 재미는 충분히 해줍니다만. 제 취향은 전반부의 그런 허허실실 엉뚱한 스타일이었다 보니 많이 아쉽더군요. 결국 마지막까지도 이야기의 개연성이란 건 그냥 대충대충 넘기는 스타일을 고수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 정색하고 진지해지면 허술함이 그냥 허술함으로 느껴져버리기도 했구요.


 제 취향엔 그냥 '야수의 날' 처럼 시작부터 끝까지 하찮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시골 마을 오컬트 코미디로 갔어도 좋았을 텐데. 뒤로 가면서 마을 사람들 비중도 적어지고 그나마도 다들 심각해진 게 참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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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는 이 분이고 충분히 간지나는 모습 보여주십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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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작 보다보면 이 분이 훨씬 위험하고 처치 곤란하십니다. ㅋㅋ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로 생기셔서 나올 때마다 시선 강탈을.)



 - 뭐 대충 종합하자면 이렇습니다.

 뭔가 되게 종합적으로 세기말스럽고 B급스런 느낌이 가득한 오컬트 호러 시리즈입니다. 그리고 B급 분위기로 가면서도 좀 간지나는 비주얼이 필요할 땐 나름 돈 좀 들였네 싶은 괜찮은 모습들 잘 보여주기도 하구요. 뭣보다 가끔씩 튀어나오는 좀 쌩뚱 맞은 개그들이 제 취향을 마구 때려주더군요.

 이런 장르 좋아하시고 또 '개연성 그 까이 거!' 라는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보실 수 있어요. 

 전 솔직히 바로 전에 극찬했던 몇몇 작품들보다도 훨씬 재밌게 봤습니다만. 완성도가 끝내준다든가, 두루두루 추천할 수 있다든가... 하는 시리즈는 또 절대 아니라는 것. ㅋㅋ 앞서 말했듯이 후반부는 조금 텐션이 떨어지기도 하구요.

 그냥 호러 좋아하시고 웨이브 서비스 이용 중인 분들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시길. 첫 화가 맘에 들면 계속 보시고, 아니면 잊어버리시는 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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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마치면서 우리 신부님 좀 멀쩡하게 나온 짤도 하나. ㅋㅋㅋ)



 + 문제의 그 30개들이 '코인'들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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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 지식 많으신 분들이라면, 혹은 제가 위에 올린 인트로 영상을 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유다가 예수 팔아넘기고 받은 수고비가 은 30냥이었습니다.



 ++ 중요한 얘길 하나 빼먹을 뻔 했네요. 시즌 2가 예정된 모양입니다. 근데 시즌 1의 결말로 말하자면, 이걸로 완결이라 쳐도 되고 시즌 2가 나와도 되고... 이런 정도 느낌이라 시즌 2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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