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이 무려 152분!!!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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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이 모레츠는 카메오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친절한 자막으로 연도를 보여줍니다. 1977년 베를린. 원작 영화와 같은 시간대 같은 배경이네요. 근데... 시내에서 무슨 폭력 시위 같은 게 벌어지고 있고 누군지 알 수 없는 클로이 모레츠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요. 사라, 올가 같은 이름을 언급하는 걸 보면 얘가 수지인가? 싶지만 대략 10분 후에 밝혀지는 걸 보면 얘는 패트리샤입니다. 원작에서 시작과 동시에 '아이리스!! 돌려!!!!' 같은 소릴 외치고 뛰쳐나가 끔살 당했던 그 분이죠. 암튼 정신과 의사에게 마녀가 학교를... 운운하다 '내가 여기 있으면 당신도 위험해짐!' 이라고 말한 후 꼭 포옹해주고 나가는 걸 보면 정신 상태는 몰라도 일단 착한 애네요.


 그리고 장면이 바뀌면 진짜 주인공 수지가 도착합니다. 공항 대신 지하철역에서 등장하고 폭우 없이 대낮에 무사히 학교에 도착하구요. 나름 기괴한 분위기는 충만하지만 원작과 달리 칙칙하게 현실적인 분위기의 학교에서 오디션을 봅니다. '너 제대로 발레 해 본 적도 없는 애라며?' 라고 무시당하는 가운데 겁나 포스 넘치는 춤으로 인정 받고 합격하는 게 청소년 스포츠물 분위기 물씬. 그리고 기숙사에 들어가고, 사라와 올가를 만나고... 이후는 일단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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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알 주인공은 이 분. 다코타 존슨님이십니다. 전 잘 모르는 분인데 의외로 괜찮게 하셨던 듯.)



 - 보다시피 원작의 얼개는 거의 그대로 두고 진행되지만 분위기가 전혀 다릅니다. 물론 들어 있는 내용물도 달라요. 처음엔 걍 리얼리티를 마구 욱여 넣은 정도의 개작인가 싶지만 중반 이후로는 거의 아예 다른 이야기 수준으로 흘러가고 결말도 완전히 달라요.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역시 비주얼 차이입니다. 눈에 띄니까 비주얼

 뭔가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한 기숙사 여학교 이야기들 배경 같은 느낌? 고풍스럽게 멋지지만 기괴하면서 결정적으로 아주 현실적으로 구질구질해요. 일부러 톤을 다운 시킨 느낌의 화면빨도 거기 일조하구요. 배우들은 역시 예쁘고 폼나게 생긴 사람들로 우글거리며 춤 추는 장면 같은 데선 폼나는 의상도 종종 입지만 원작처럼 런웨이 패션 같은 걸 모두가 일상적으로 입고 다니진 않습니다. 그리고 몹시 당연히도 원작의 빠알갛고 파아란 조명 같은 것도 없어요. ㅋㅋㅋ


 음악 역시 마찬가집니다. 원작에선 고블린의 그 전설의 음악이 호러 장면마다 거의 영상보다 더 주인공인 느낌으로 튀어나와 마구 활약했는데. 이 영화의 음악은... 음. 나름 분위기 조성에 기여는 충분히 하지만 다 보고 나면 거의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무려 톰 요크의 음악이었다는 것도 영화 다 보고 나서 검색해보고서야 알았네요; 뭐 근데 영화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원작처럼 음악 하나가 다 쌈 싸먹는 스타일로 만들면 안 될 영화이긴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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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과 달리 칙칙한 톤. 현실적 배경입니다만 그래도 안 예쁘냐? 고 하면 그건 아니고, 안 괴상하냐? 고 하면 그것도 아니고 그렇습니다.)



 - 근데 역시 가장 큰 차이는 스토리입니다. 정확히는 스토리와 캐릭터... 라고 해야겠네요.


 우선 이 영화 속 캐릭터들은 원작에 비해 훨씬 인간적입니다. 학생들과 주인공이 처음 만나 인사하는 장면을 비교해보면 한 번에 이해가 가는데요. 원작의 학생들은 진짜 무슨 청소년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나쁜 아이들 느낌으로 수지에게 흥 핏 쳇 거리면서 아주 얄팍하게 얄미운 짓을 하는 걸로 그냥 끝이거든요. 이 영화의 학생들은 그냥 신입을 맞는 평범하게 경계하고 평범하게 반가워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 와중에 별 중요하지도 않은 인물들이라도 다들 조금씩 다른 리액션을 보여주고요. 그러니까 훨씬 말이 되고 훨씬 인간적인 캐릭터들이 나오는 이야기이고 이건 심지어 마녀들에게도 적용됩니다. (이거 스포일러 아니에요. 리메이크는 학교 선생들의 정체가 상당히 일찍 밝혀집니다. 애초에 도입부에서부터 언급되기도 하구요.) 이 학교의 마녀들은 각자 생각이 다른 존재들이고 그 중 몇몇은 당연히 빌런이지만 다른 몇몇은 정말로 진지한 무용 선생들이면서 학생들에게 진지하게 인생 교훈도 던져주고 그래요. '후보'로 선정되지 않아서 무사히 졸업할 수만 있다면 인생에 되게 도움되는 좋은 학교겠다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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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은 그냥 예쁜 배경이 아닌 핵심 소재이자 떡밥이 됩니다.)



 스토리도 마찬가지네요. 일단 이 학교는 정말 무용 학교 분위기를 뿜뿜 풍겨요. 무용 장면들도 훨씬 크게, 스토리상으로도 아주 비중 있고 중요하게 다뤄지구요. 연습 과정에서 주인공과 학생들이 겪는 일들도 뭔가 '스타 탄생'류의 이야기를 품고 드라마틱하게 전개됩니다. 수지, 사라, 올가, 패트리샤 같은 주요 학생 캐릭터들도 원작보다 훨씬 깊은 감정을 품고 애틋한 관계들을 맺구요. 마녀들에 대한 묘사도 훨씬 많이 추가되어서 마녀들끼리의 드라마가 또 따로 전개되기도 하죠. 그리고... 이 리메이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독일의 역사' 입니다. 적군파의 테러 같은 게 당시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비중 있게 묘사 되구요. 나치의 흔적, 동서독의 분단, 이산 가족 등등 뭔가 무게감 있고 진지 심각한 궁서체 시대 배경이 쉴 새 없이 파고들며 클라이막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까지 해요.


 또 한 가지 재밌으면서도 참 당연하다... 고 느꼈던 건 여성주의적인 시각이었죠. 애초에 원작도 남자 캐릭터들은 할 일이 없는 여자들 이야기였잖아요. 하지만 그걸 갖고 무슨 이야길 하는 영화는 아니었는데 (아르젠토인데 당연! ㅋㅋ) 이 영화는 그냥 그 소재로 할만한 이야기는 다 뽕을 뽑습니다. 기숙사 여학생들끼리의 우정 같은 거라든가. 우정인지 사랑인지 애매한 관계들. 엄마와 딸의 관계라든가... 그리고 무려 이 영화의 마녀들은 그 사악함에도 불구하고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들입니다! ㅋㅋㅋ 아니 그냥 대놓고 대사로 나와요. '선생님들은 여자를 애 낳는 기계로만 생각하던 남성들에 맞서 싸우고 이 학교를 지켜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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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마녀도 있고, (비교적) 좋은 마녀도 있고 그렇습니다.)



 - 이쯤에서야 뒤늦게 감독 정보를 찾아봤는데요. 음? 여러가지로 제 짐작을 완벽하게 비껴가네요. 일단 성별이 남성이고요. 국적도 독일일 줄 알았더니 이탈리아 분이구요. 아 근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만드셨던 분이군요. 그 영화를 아직도 안 봐서 몰랐습니다. ㅋㅋㅋ 그땐 남자들 사랑 이야길 만드시더니 이번엔 여자들 이야기를 만드시고 취향이 폭 넓으신 듯.


 암튼 그래서 리메이크의 방향 정리 얘긴 그만하고 그냥 이 영화 얘기를 간략하게 해 보자면요.



 - 일단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뭔 소릴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겁니다. 껄껄껄.


 아니 그러니까 독일 역사와 현재의 문제들과 아픔 얘기도 하고 싶고. 여자들간의 유대 이야기도 하고 싶었던 것 같고. 뭣보다 여자들만 잔뜩 나오는 고전 명작 호러지만 그 여자들이 다 소모품이나 장식 취급이었던 원작을 가져다가 진짜 '여자들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던 것도 같고 그래요. 그리고 실제로 결과물도 그렇습니다만. 다 보고 나면 '그래서... 뭐죠?'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제가 왜 그랬냐면...


 앞서 말했듯이 리메이크는 주인공들을 훨씬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들로 만들어 놨거든요. 나름 성공적이에요. 다들 매력적이고 안타깝고 관계는 보기 좋으면서 긴장감도 느껴지고 그럽니다. 근데 그런 캐릭터들을 공들여 빚어 놓고, 완전 좋은 배우들까지 캐스팅해서 멋지게 살려 놓고서는... 결국 별다른 이야기를 안 해요. 

 왜냐면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역사 이야기 비중이 너무 커요. 그쪽 이야기 때문에 굳이 만들어 놓은 정신과 의사 캐릭터가 자꾸만 튀어나와서 비중을 잡아 먹는데, 얘는 어디까지나 국외자이고 학교 외부 인물이라 드라마에 영향을 전혀 안 미치거든요. 그런 캐릭터 이야기를 자꾸만 하니 런닝타임이 두 시간 반이나 되는데도 주인공들 데리고 할 이야기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대략 중반까진 나름 그럴싸하게, 흥미롭게 전개되던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간 후부터는 걍 허겁지겁 달립니다. 의무적으로 들어가야할 호러 장면에 캐릭터들 하나씩 던져 넣어 없애버리니 캐릭터간 드라마도 실종되구요. 마지막엔 걍 수지-블랑쌤 + 정신과의사 셋의 이야기만 남는데. 그나마 수지와 블랑쌤 이야기가 거의 끝까지 흥미를 던져주긴 하는데, 솔직히 이것도 배우빨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좀 들어요. 곱씹어 보면 이야기 자체는 별 게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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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이 캐릭터의 캐스팅은 참 이해가... 왜 그랬을까요? 다 보면 알게될 줄 알았는데 결국 전 모르겠더군요. ㅋㅋ)



 - 그리고 그놈의 독일 역사 얘기는요. 일단 저같은 세계사 일자무식 캐릭터에겐 그냥 쥐약... 이기도 한데요. 그게 주인공들의 이야기랑 그렇게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도 안 들어요.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은 못 하겠지만 제 느낌엔 결국 그 역사적 은유들이 후반에 가서 표면적 스토리보다 더 거대해지면서 결국 중심 스토리에 피해를 준다는 느낌이었구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유식한 분들이 나름 풀이해주신 글들도 몇 개 찾아봤는데. '아 그렇구나' 라고 이해는 되지만... 역시 상징과 숨겨진 의미 쪽에 집중하다가 정작 중심 스토리를 불친절하고 재미 없게 만들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네요. 적당히 좀 하셨음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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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젠토형! 보고 있지!! 이 영화는 우리가 함께 만든 거야!!!)



 - 결론적으로 이렇습니다.

 근사하게 매력적이고 화려하지만 알맹이가 없잖니! 라는 평을 듣던 원작을 가져다가 정반대 방향으로 미친 듯이 달려서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원작과 방향성은 정반대지만 이 영화 역시 비주얼은 근사하고 배우 질이 압도적으로 좋으며 캐릭터들의 디테일이나 매력들도 비교가 미안할 정도구요.

 하지만 뭔가 중요하고 심각하며 의미 깊은 이야기를 하려는 감독님의 열정이 제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동작하면서 재미를 상당히 깎아 먹어 버린 느낌입니다.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고 존재 가치도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제게 좋은, 재밌는 영화는 아니었어요.

 뭐 제가 개인적으로 기대한 방향과 달랐다... 는 이유로 작품을 깎아 내릴 순 없겠습니다만. 그걸 떠나서 생각해봐도 그 '사회상' 부분과 주인공들 이야기 간의 밸런스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껏 디테일하게 인물들 다듬어 놓고는 그걸 다 상징들로만 소비해버렸으니까요.

 그래서 아쉽지만, 전 좀 별로였습니다. ㅋㅋㅋ 틸다 스윈턴과 다코다 존슨 팬분들은 보셔도 좋겠습니다만. 원작 팬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건질만한 재미라곤 '어떻게 뜯어 고쳤나'를 찾아보는 재미 정도... 그걸로 끝이 아닐까 싶었네요.




 + 하지만 우리 틸다 여사님은 옳습니다. 언제나 옳아요. 여사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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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최강의 비인간 전문 배우 틸다 스윈턴 여사님. 그저 존재에 감사드릴 뿐.)



 ++ 세 마녀에 대한 언급도 나름 아르젠토 오리지널에 대한 존중에서 나온 소재겠죠. 그리고 서스'피'리아가 뭔 뜻인지를 챕터 제목으로 알려주는 게 좀 재밌었습니다. 원작 영화는 다 보고 나도 제목이 왜 그건지 알 수가 없었...



 +++ 기왕 이런 영화를 만들 거면 원작의 오리지널 수지 배우님도 카메오로라도 모셨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요. 

 미아 고스는 너무 평범하고 착한 캐릭터로 나와서 미아 고스라고 생각도 안 하며 보다가 중간에 '근데 미아 고스 어디?'하고 찾아보다 당황했구요. 다코타 존슨은 생각보다 연기나 비주얼이나 꽤 그럴싸해서 좀 놀랐고...



 ++++ 서스'페'리아의 수수께끼를 푼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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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영화의 일본판 포스터인데 가타가나로 분명히... ㅋㅋ 이것도 일본 걸 베이스로 번안하다 생긴 해프닝 같네요.

 그래서 원작의 일본 포스터도 찾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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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스페리아!)


 확정적이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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