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에 나온 영화입니다. 장르는 코믹 범죄극, 런닝타임은 93분이에요. 스포일러 없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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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쪼꼬미 올리비아 쿡과 남자 배우들 키를 맞추기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포스터입니다.)



 - 제목이 '픽시'지만 요정이나 쬐끄만 자전거 같은 거 안 나오구요. 그냥 올리비아 쿡이 맡은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첫 장면에서 자기 엄마의 묘 앞에 서서 복수를 다짐해요. 그래서 뭔가 비장한 복수극인가... 했더니만. 장면이 바뀌면 쌩뚱맞게 얼빵해 보이는 남자 둘의 마약 털이 씬이 나오고. 근데 지들끼리 싸움이 붙어서 한 놈이 다른 놈을 죽여 버리네요. 알고 보니 죽인 놈은 픽시의 애인이었고, 죽은 놈은 픽시가 애인 몰래 바람 피우는 상대였나 보네요. 그걸 하필 강도질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들켜 버린 거죠. 

 바람 상대에게 강도질 성과물을 받아 해외로 뜰 계획이었던 픽시찡은 계획이 꼬여서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데, 평소에 이 분을 짝사랑하던 사실은 그냥 한 번 하고 싶어했던 동네 총각이 하필 그 날 용기를 내서 찾아오고. 하필 또 바로 그 시각에 방금 사람 죽인 원래 남자 친구도 찾아오고. 마약 강도질을 당한 쪽과 강도질 한 놈들의 원래 소속 갱단도 그들의 뒤를 쫓구요. 그렇게 상황이 꼬이고 꼬여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믹 스릴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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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걸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



 - 걍 올리비아 쿡이 나오네! 범죄물이네!! 라는 것만 알고 룰루랄라 틀었던 영홥니다. 올리비아 쿡은 좋은데 출연작들 중에 재밌게 본 게 별로 없고 애초에 제 취향 영화도 별로 없던 와중에 이 영화는 왠지 괜찮아 보였거든요. '레디 플레이어 원'을 재밌게 봤지만 올리비아 쿡의 역할은 그냥 그랬고. '서러브레드'에선 역할은 좋았지만 영화가 기대보다 그냥 그랬구요. '위자'는 언급하기도 귀찮은 영화였고... 그나마 '콰이어트 원'이 제 취향으로 괜찮았네요. 저렴한 호러지만 나름 소소하게 재밌었고 올리비아 쿡의 캐릭터도 매력적이었어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냥 예뻐서 좋았습니다. ㅋㅋ 연기할 건 거의 없는 캐릭터였죠.

 암튼 뭐 그래서 봤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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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상은 이런 영화라서요. ㅋㅋㅋㅋ)



 - 일단 이 영화가 제 기대에 맞았던 이유 하나는, 올리비아 쿡이 원탑롤이었다는 거. ㅋㅋ 제목부터 주인공 이름이니까요. 잉글랜드제 요정이 아일랜드 배경 영화에 등장하는 게 좀 웃기지만 어차피 전 평소에 둘을 잘 구분하지도 못하니 그냥 그런 셈치구요. 본인 이름의 출처처럼 사람 골탕 먹이는 좀 못된 장난꾸러기 캐릭터입니다. 마약 강도도 계획하고 엄마 복수도 해야 하고 종종 사람을 총으로 쏘기도 하니 '장난꾸러기'라고 가볍게 말하기 좀 어색하지만 그 다양한 나쁜 짓들을 정말로 장난스럽게 저질러요. 상황이 꼬이고 위기에 빠져도 크게 쫄지도 않구요. 아예 초현실로 날아가버리지는 않으면서도 격하게 비현실적인 사고뭉치 캐릭터를 유지하는데 그게 나름 재밌고 유쾌하고 귀엽습니다. 되게 걸작 캐릭터... 와는 거리가 멀지만 이 정도면 그래도 재밌는 캐릭터였어요. 저처럼 올리비아 쿡 때문에 보신다면 크게 후회하진 않으실 겁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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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비아 쿡이 벌써 한국 나이로 30입니다 여러분. ㅠㅜ)



 - 그리고 영화의 분위기도 이 캐릭터 성격에 대략 맞춰져 있습니다.

 마약 털이에다가 두 범죄 조직의 충돌이 벌어지고 영화 내내 드문드문 죽어나가던 사람들이 막판엔 한 방에 와장창 피떡이 되는 이야기지만 그냥 시종일관 가벼워요. 얼떨결에 픽시의 동행이 되어 버리는 두 동네 총각들은 느끼한 생김새와 달리 시작부터 끝까지 픽시에게 우롱당하면서도 좋다고 헤헤거리는 게 참 귀엽구요. 가끔 정색하고 살벌하게 덤비는 악당들은 늘 별 부담 없이 깔끔하게 처리되구요. 어쩌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도 늘 쉽게쉽게, 코믹하게 풀립니다. 


 그러려다보니 이야기가 헐거워지기도 해요. 아니 사실은 그냥 시종일관 헐겁습니다. ㅋㅋ 애초에 시작을 장식하는 떡밥이었던 엄마 복수도 픽시의 계획과 별개로 그냥 어쩌다 우연히 풀리구요. 픽시의 모험엔 늘 우연과 행운이 함께하구요. 이야기의 개연성도 그렇고 사건과 사건의 연결도 그렇고 정색하고 따지고 봐도 납득이 갈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풀리는 일이 별로 없어요. 잘 짜여진 수준급 각본 같은 거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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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정말로 젊은 시절 알렉 볼드윈은 싫어했는데요. 나이 먹으니 왜 이리 호감형이 되시는지... ㅋㅋㅋㅋ)



 - 제가 좀 호의적으로 글을 적고 있어서 한 가지 분명하게 못을 박자면. 이거 막 되게 재밌고 되게 웃기고 그런 영화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야기는 헐겁고 싱거우며 유머도 딱히 강력하고 그렇지 않아요. '허허실실 피식피식'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걸 재밌게 본 이유는 뭐랄까... 애초에 영화가 그냥 이 정도를 의도하고 거기에 맞춰 만들어진 느낌이라서 그랬습니다. 세상 아무 야심 없이 만들어진 영화라는 느낌이거든요. 그러니까 무리하게 웃기려다 실패하는 것도 별로 없고, 무리하게 센스 있는 척하다가 민망해지는 것도 없고, 괜히 나름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려는 척하다가 스탭 꼬이는 것도 거의 없구요.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허허실실'로 달리니 그냥 거기에 기대를 맞추고 보게 되고, 그러니 딱히 실망할 것도 없구요.

 뭐 별 것도 아닌 걸 칭찬이라고 하고 있네... 라고 느끼실 수도 있겠는데. 제가 바로 며칠 전까지 스스로가 세상 센스 넘치는 영화라고 착각하는 못 만든 영화들 몇 편을 연달아 봐서 (블룸하우스 앤솔로지... ㅂㄷㅂㄷ) 이 영화의 야심 없는 태도가 더 격하게 맘에 든 걸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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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실실 패거리)


 - 마지막으로 배우들과 배경이 좋습니다.

 올리비아 쿡과 얼간이 친구들도, 콤 미니나 알렉 볼드윈 같은 노익장들도 모두 걍 부담 없이 편하게, 적당히 영화를 즐기는 느낌으로 가볍고 귀여운 연기들을 보여주는 게 그게 참 좋았구요.

 영화의 배경인 아일랜드의 무뚝뚝한 풍광도 자칫 걍 흔하게 싱거운 영화가 될 수 있었던 이 영화에 나름 유니크한 톤을 불어넣어 주면서 영화를 실제보다 좀 더 있어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해요. 아마 배경이 익숙한 미국 시골 동네였다면 지금보다 좀 더 싱겁단 느낌을 받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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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서 자주 보다가 처음으로 이름 찾아본 배우 : 콤 미니씨. 애초에 아일랜드분이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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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서 자주 보다가 처음으로 이름 찾아본 배우 2 : 네드 데니히씨. 이 분은 영국분.)



 - 그러니까... 기대치가 중요한 영홥니다. 진짜 아무 야심 없는, 그냥 힘 빼고 편하게 피식거리며 한 번 즐기기 좋은 가벼운 코미디에요.

 감독, 배우, 작가 등등 참여한 그 누구에게도 '인생작'은 될 일이 없는 싱겁게 즐거운 오락물이지만. 세상에 이런 영화도 잔뜩 있어야 더 즐겁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전 그냥 재밌게 봤습니다. ㅋㅋ 혹시 보실 분들은 저처럼 기대 쭉 빼고 편하게 보시라는 거.




 + '올레티비 최초 공개!' 라는 딱지를 붙여서 올려놨던데. 검색해보니 네이버 영화에도 그냥 나오네요. 최초 공개를 좀 오래 전에 했나? 저야 뭐 올레티비 켜면 늘 프라임무비팩 신작 업데이트만 보니 vod 출시가 언제였는진 모르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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