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경기도민이었는데 지난해부터 사정상 다음 총선 이후까지 서울특별시민 종로구민일 예정인 유권자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두 장의 투표용지를 받았습니다.

 대선과 종로구 국회의원보궐 선거였죠.


 종로는 이낙연의 지역구였는데  이악연이 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에게 밀리자 만회 좀 해보겠다고 의원직 사퇴를 해버렸습니다. 

 참 가지가지 하는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나마 이번에 민주당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았어요.

 측근에게 이번에 정의당이  종로에서 진보4개정당단일 후보로 나왔고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으니 30%는 넘기겠다고 신이 나서 말했더니

 측근이 찬물을 끼얹더군요.  전직 민주당 소속 종로구청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고 -_-;

 나도 모르게 거의 비명에 가까운 쌍욕이 튀어 나왔어요.  아아아악~~…ㅅㅂ 이런 민주당개늠들아!!!!

 “그…래도 20%는 넘겠지?”

 “몰라…10%는 넘길까 -_-++”


 기호는 3번이지만 선거벽보나 투표용지에서는 당당 두번째입니다. 

 이렇게 한참 위쪽의 기표란에 도장 꾹 누르는게 참 낯설었고 기분 좋았어요.

 생각해보니 오랜 진보정당 지지자라면 이 기분  다 아실듯….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점점 앞으로 전면으로 나오는걸 보는 느낌

 마치 연습생 시절부터 팔로우 하던 아이돌이 데뷔하며 물적 물적 네임드가 되기는 과정을 보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요? ㅎㅎ


 하지만 투표장에 가는 내내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측근은 계속 옆에서 초를 칩니다. 

 그럴만한게 자신이 찐으로 애정하며 후원하던 이정미도 지난 총선에서 20%를 못 넘기는 거에 충격 + 좌절이 컸거든요. 


 “그래…도 10%는 넘겠지 넘을거야 ㅠ.ㅜ”


 그런데 결과는 두둥 무려 15%를 넘는 득표를 했습니다. 


 https://twitter.com/21bokjoo/status/1502197874423402502?s=21

 이 트위터에서는 배복주 부대표가 직접 여러 사람을 통해 경청하여 정리한 15% 득표의 의미가 있습니다.

 상당 부분 그 지역주민으로서 동의합니다 :) 


15%가 넘었다는 것은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배복주 부대표가 설령 무명의 더쿠는 아니더라도 그 이름 석자를 보고 투표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일단 정의당이 민주당이 없는 지역구에서 그 정도 표는 받을만한 정당은 된다는 의미라 생각합니다.


심상정이 지난 19대 대선에서 6%를 넘는 득표를 거두었습니다.

나는 이것이 민주당 포함한 다자구도 전국단위 선거에서 정의당이 얻을 수 있는 최대치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당시에 이번처럼 1,2위가 근소한 차이로 접전 양상의 선거였다면 이번처럼 3%도 넘기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해요.


한편, 배복주의 종로구에서 (민주당 출신 전구청장이 출마했음에도)15% 득표를 했다는 의미는

종로라는 지역처럼 주민들의 정치 관심도가 높은 경향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의당은 

1. 지역선거에 따라 진보정당과의 연합 + 민주당(간판)이 없는 지역이라면

2.출마자가 심상정이나 노회찬 같은 전국구급 네임드가 아니라해도 (이게 가장 중요)

3. 당선권도 충분히 가능하다.


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역사(해방후부터 지금까지 무려 70년 이상)를 갖고 있는 양대 보수정당 틈바구니에서 

10년도 채 안되는 꼬마정당이 그것도 진보정당이 명망가의 개인기 없이 정당의 이름으로만 이런 득표를 받은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 무럭 무럭 자라나고 있는 정의당이 당선에까지 이르려면 한가지 넘어야할 능선이 있습니다.

어떠한 형태나 방식으로든  ‘민주당과의 선거연대’가 그것입니다.

전략적인 연합공천을 10개를 합의해도 좋고 5개를 합의해도 좋습니다. 


혹자는 언제까지 민주대연합론 할거냐고 80년대식 비꼼질을 하는데

이건 민주대연합 같은 그런게 아닙니다.


그냥 솔직해 지자는거죠.

정책적 유사성이 있고 지지층이 일부분이라도 겹치는 정당끼리 연대하는건 그냥 매우 정치적으로 실-용-적 인겁니다.


정의당이 운동단체가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계속 전진하려고 한다면 이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지난 총선에서도 그랬지만 ‘각 지역구마다 반발이 심해서’ 선거연합이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민주당의 핑계입니다. 

그리고 민주당이 여차하면 워낙 콩가루 집안이 되는 속성 탓에 당중앙에서 전략지역으로 지정하고 무공천하여 정의당과 선거인단을 했다고 해도

이번 종로처럼 무소속으로 튀어 나오는 전직 의원이나 전직 모모가 생겨서 파토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이번에 대선 막판에 이재명이 다당제에 대한 자신의 소신과 정치교체를 공언했습니다. 

그는 낙선자이고 당내 비주류라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런 주장이 큰 목소리로 나온거 자체는 주워 담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의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설마 뭐….겠어? 라고 비아냥 대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그 민주당이 막나간다고 딱히 득 될 것도 없다는 것도 좀 알 필요가 있어요. 

그게 종로 보궐 선거의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선거연대 없이는 지방선거는 두 정당 모두 망하는거 예약되어 있어요.

또 다음 총선에서 선거연대를 한다면 적어도 검찰독재정권의 독주 정도는 견제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민주당의 통큰 양보?겠지만  정의당 역시 보다 실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정치할 수는 없잖아요.


나는 87년 이후 역대 대선 승률 0% 를 자랑하는,  지역구에서도 진보정당 출마자만 있다면 무조건 찍고 보던 현직 정의당 당원입니다.

또 어떤 정의당보이인지 걸이 나를 두고 민주당 프락치라고 비아냥 댈지 모르지만  

진보세력의 독자정치세력화라는 노선을 30년 가까이 지지해 오고 힘을 보태어 오던 나의 신념은 사라지지 않아요.

언제까지 정의당은 소수정당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NL 타령하고 민주당탓 타령이나 하며 허송세월하는 애들에게 휘둘릴건가요?

대중정당은 결국 의원수 하나라도 더 많아야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그 목소리를 통하여 소수자, 노동자, 여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를 조금이라도 실현 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선거연대 관련하여 무조건 한 석이라도 더 만드는 전략으로 나가길 바랍니다.  무조건이요. 

그리고 그런 선거연대와 관련하여 나는 심상정이라는 정치인에 대해 신뢰와 기대가 많이 약해졌습니다. 

특히 이번에 다른 진보정당들에 대한 태도를 보며 더욱 더 실망이 컸어요. 

선거 직후라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참고 있을 뿐입니다.  스스로 거취에 대해 진지하고 납득이 살만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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