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작에 런닝타임은 93분. 딱히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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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공식 포스터 이미지가 있는 게 신기해서 골라봤습니다. 개봉은 안 한 듯하고, 광고 카피는 또 절반은 거짓말입니다. ㅋㅋㅋ)



 - 숲속, 교통사고로 뒤집어진 차에서 조금만 다친 남자가 내립니다. 헤롱거리며 길가로 나와 마침 지나가는 차를 잡아 보려는데... 차가 갑자기 휘청거리며 위태롭게 정지해요. 가서 운전석을 보니 운전자는 눈동자가 허옇게 돼서 사망. 이게 뭐꼬! 하고 운전자의 핸드폰으로 911에 전화를 걸어보고서야 남자는 중요한 걸 깨달아요. 내가 누구였더라? 기억이 안 나네?

 그래서 운전자의 차를 타고 길을 가다 식당을 발견하고 들어가보지만 그곳 사람들도 다 동태 눈깔로 사망 상태이고. 결국 본인 주머니에 있던 신분증을 보고 자기 집을 찾아가 티비를 켜니 정체불명의 사망 사건들이 벌어진다고, 전염병일지 생화학 테러일지 분석 중이라는 뉴스가 나와요. 그런데 본인이 용의자입니다. 현장에 있던 차 때문이겠죠. 이게 뭐꼬!! 하고 부들부들하며 집에 처박혀 숨어 있던 주인공은, 운 없이 집 앞에 있던 아저씨와 자길 찾아오는 경찰들 덕에 한 가지 황당한 가설을 세우게 됩니다. 음? 이거 설마 나에게 접근하는 생명체(새도 죽었거든요)는 다 죽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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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보면 유명한(?) 분. 홈랜드, 블랙리스트 같은 인기 드라마 고정 캐스트였고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서 레지나 조지 남자친구셨어요. ㅋㅋ)



 - 상당히 매력적인 설정과 도입부입니다. 누구든 본인 반경 몇 m 안에 접근하면 즉각 다 죽어 버리는 능력이라니 희한하면서도 강렬하죠. 거기에다가 작가 편할 대로 만능템 기억 상실 설정을 넣어서 '왜? 어쩌다?' 라는 미스테리도 집어 넣구요. 그리고 또 이걸 본인이 눈치 채는데 시간이 걸리게 만들어 놔서 도입부는 참 흥미로우면서 스릴도 있어요. 도대체 뒷수습을 어떻게 할 건지 걱정은 되지만요. ㅋㅋ

 ...근데 솔직히 걱정은 안 했어요. 어차피 싱겁고 애매하게 처리해버릴 건 뻔한 일이니, 그냥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나 충분히 재밌게 해주길 바랐죠.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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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망.)



 - 생각해보니 이미 제목에 적어놨네요. ㅋㅋ 괜찮았습니다. 근데 예상했던 방향이 아니라 좀 다른 방향으로 괜찮았어요.

 도입부를 넘기면서 바로 또 작가 편할대로 재밌는 옵션 하나가 추가되거든요. 함께 있을 때 저절로 주인공의 능력을 억눌러주는 존재가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양반도 기억 상실 상태에요. 그런데 영문을 알 수 없게 둘이 다 흐릿하게 서로를 기억하는 거죠. 그래서 이 둘은 이러쿵 저러쿵 아웅다웅의 과정을 거쳐 한 팀이 되고, 함께 진상을 찾아 다닙니다. 그 길엔 남자를 테러리스트라고 지목해버린 경찰들이 함께하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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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보면 '초능력자'랑도 비슷하네요. 능력자와 그 능력이 안 통하는 자. 디테일도 다르고 이야기도 전혀 다릅니다만.)



 - 중요한 건 기억을 상실해버린 이 두 사람이 참 선량한 인물들이라는 겁니다. 쌩뚱맞지만 이게 이 영화의 핵심이에요. 

 여자가 남자를 떠나지 않는 이유부터 선량하기 그지 없죠. 자기가 떠나면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걸 막을 수 없고, 또 이 남자 자체도 뭔가 딱해 보이구요. 물론 본인의 기억 상실도 문제지만 그건 경찰서 찾아가면 해결될 문제잖아요? 그런데 굳이 남자와 함께 경찰을 피해 따라다니며 도움을 줘요.

 그리고 남자 역시 마찬가집니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자기 때문에 죽은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구요. 또 영화 내내 사람들 안 죽게 하려고 애절하게 몸부림을 쳐요. 그리고 그게 상당히 진심으로 와닿게 잘 보여집니다.

 이렇게 정체는 모르겠지만 참 선량하고 매너 있고 보기 좋은 두 사람이 만나고, 부딪히고, 정들면서 본인 인생을 구함과 동시에 남들까지 도우려고 애를 쓰는 게 영화의 내용이고 그래서 참 '선량한 스릴러'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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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마!! 제발 이러지 말라고!!!!!!!!!)



 - 그리고 그게 영화의 개성이자 재미로 충분히 살아나요.

 이 영화의 스릴은 거의 대부분 남자가 주변 사람들을 안 죽게 만들려고 애를 쓰는 상황에서 나오거든요. 자꾸 이런저런 핑계로 여자와 조금씩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그럴 때마다 남자가, 혹은 여자가 진땀을 빼며 이리저리 날고 뛰며 다시 만나려고 몸부림치는 거죠. 그런데 이 몸부림 자체가 '선한 사람들이 남을 구하려는 노력'이 되기 때문에 그들이 느끼는 긴장감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와닿습니다. 당연히 응원하는 마음도 샘솟겠죠.

 이런 영화가 늘 그렇듯 (게다가 기억상실 설정까지 얹혔으니 더더욱 당연히) 막판에 큰 국면 전환이 하나 튀어나옵니다만. 그래도 이러한 스토리상 컨셉은 끝까지 유지가 되고, 마지막엔 심지어 살짝 감동... 까진 아니어도 대충 그거랑 비슷한 기분까지 들게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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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 말랬잖아효... 라며 매번 미안해하고 죄책감 느끼는 주인공님. 뭐 당연한 겁니다만. ㅋㅋ)



 - 먼저 말 했듯이 마무리가 문제이긴 합니다.

 일단 '왜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은 그냥 대애충 넘어갑니다. 분명히 밝혀지긴 하는데 그게 대체 말이 안 되는 거죠. 시침 뚝 떼고 '설명 들었지? 그럼 다시 진도 나간다?'로 퉁쳐버리는 과감함! 이것도 SF이고 저 설명도 과학이라면 '사랑의 블랙홀'은 하드 SF겠다... 뭐 이런 수준입니다. ㅋㅋ 저처럼 시작부터 아예 그런 부분은 포기하고 즐기는 분들이 아니라면 많이들 어이 없어 하실 것 같구요.

 또 하나는 위에서 말했던 막판 반전입니다. 이게 살짝 분위기를 좀 깨요. '굳이 이런 걸 넣을 필요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다행히도 그 반전은 이야기를 끝까지 다 보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납득이 갑니다. 반전 자체는 좀 캡사이신 같은 느낌이지만 이후의 전개가 나름 생각해 볼만한 여지가 있게 흘러가거든요. 특히 여자 캐릭터의 사연과 주인공 남자와의 인연(?)을 생각해보면 분명한 메시지 같은 것도 느껴지구요. 반전이 터지는 순간의 난감함은 여전히 단점이겠지만, 뭐 수습 잘 해서 끝내니 그렇게 나쁘진 않았던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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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개애애애애애애애애 파워!!!!!)



 - 정리하자면 뭐, 그냥 제목 그대로입니다.

 여전히 저예산 가난 스릴러이고, 이야기도 그렇게 정교하진 않아요. 보다보면 실제 주인공들의 행동보다 훨 현명해 보이는 선택지들이 떠오르고 그러거든요.

 그래도 아이디어 자체가 재밌으며 나름 다른 비슷한 이야기들과 차별화되는 톤을 잘 잡았구요. 

 보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적당히 긴장되는 상황들도 알차게 채워 넣었고, 인물간의 드라마도 흥미로우며 마지막엔 나름 짠한 감흥도 들게 해줬습니다.

 이 정도면 됐죠 뭐. ㅋㅋ 알차게 잘 만든 인디 스릴러였어요. 잘 봤습니다.




 + 근데 식물들은 왜 안 죽는 거지? 라는 생각은 계속 들더라구요. ㅋㅋㅋ

 중간에 무심한 듯 스쳐지나가는 사망의 원리 설명을 보면 식물들이라고 해서 무사할 수 없었을 것 같더라구요. 뭐 제작비 관계상, 그리고 이야기 구성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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