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상은 당연히 어떤 분께서 직촬하셔서 유튜브에 업로드한 것입니다


이렇게 다수의 입장객을 받는 락 페스티벌이 거의 3년만이라 참 반가웠습니다. 락이라는 장르를 특별히 좋아하진 않지만 이전에 부산 락 페스티벌에 다녀왔던 경험이 워낙 인상깊어서 이번 인천 락 페스티벌은 무조건 다녀와야겠다고 결심했거든요. 다만 가기 전까지 한 주를 조금 진이 빠질 정도로 보내서 막상 주말이 오니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습니다. 송도는 인천에서도 한시간을 더 가야하는 곳이니까요. 역시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서 땀에 절은 채로 지하철을 타니 에어컨 바람에 계속 재채기를...


도착했는데 사람이 바글바글하더군요. 괜한 감회에 젖었습니다. 다른 공연과 달리 락페스티벌은 유난히도 락 장르에 대한 애착이 좀 솟아나는 것 같아요. 이제 힙합에 다 밀린 장르이지만 그래도 락은 절대 죽지 않는다면서 바득바득 고집부리는 전통주의자들의 모임 같다고 할까. 햇볕이 무지하게 뜨거워서 밀짚모자를 안썼으면 정말 큰일날 뻔 했습니다. 팔토시가 정말 요긴했어요. 그래도 늦지 않게 도착해서 뒤쪽에 돗자리를 깔았습니다. 한 한시간 뒤에 도착한 제 친구는 텐트를 치려고 할 때마다 행사요원에게 제지당해서 맨 오른쪽 구석으로 가야했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먹거리 판매 운영은 너무 안좋았습니다. 저희는 토요일에 입장했는데 금요일에는 먹거리 반입 금지라면서 온 가방을 다 뒤지는 바람에 행사장 출입이 한시간이 걸렸다고 하더군요. 수련회 술 검사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반입이 어려우면 안에서 넉넉하게 팔면 상관이 없는데 부스가 너무 적어서 술 한잔 사려면 몇십분식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저기서 저렇게 줄을 서느니 차라리 행사장 밖의 편의점에서 물이든 음료든 마시고 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네요. 인기가수 공연이 끝나면 조금 한가한 가수 타임대에는 다들 줄 서느라 복작복작...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딸리고 제한적이어서 좀 그랬습니다. 저는 물이랑 이온음료를 싸갔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탈수로 쓰러졌을지도요.


가수들 공연은 너무나 좋았습니다. 저는 이번 락페에서 실리카겔을 처음 접했는데, 확실히 제가 도회적인 락을 좋아하긴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흥분하지도 않고 알 수 없는 희미한 정서를 멜랑꼴리한 멜로디에 담아내는 걸 좋아하나봅니다. 이번 락페로 이 그룹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공연에도 굉장히 많이 초청되더군요. 다른 공연에서 볼 일이 있으면 무조건 예습을 하고 가려고 합니다. 그 때는 떼창을 더 자신있고 정확하게 할 수 있겠죠 ㅋ


그리고... 비비... 이번 락페의 최대 목적이었습니다. 블로그 잇님이 추천해주셔서 알게 된 랩퍼인데,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서 소개가 딱히 필요가 없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Fedex Girl을 못들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다른 곡들을 실제로 처음 들어서 정말 흥분했습니다. 유튜브로 공연영상을 수십번 봤던 그 비누를 직접 들을 수 있다니! 사람들이 말하더라~ 새것마냥 키레이다떼~ 카지노도 불렀고 미공개곡인 범파도 불렀고... 시가렛 앤 콘돔도 직접 들어서 행복했습니다. 제가 실제로 본 가수 중 가장 교태를 잘 부리는 가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조금 탁하지만 나른한 음색으로 노래를 하면서 아이즈 와이드 셧으로 관객들을 바라보는데 코피가 터지는 줄 알았네요. 특히나 마지막 곡은 블루스 락 같은 느낌이었는데 빠른 템포로 지르는 곡이라 락페에 제대로 걸맞는 엔딩이었습니다. 


새소년도 이번에 실물로 처음 영접했습니다. 이번에 락페간답시고 예습하면서 가장 짜릿했던 그룹이었습니다. 이 전까지 파도라는 노래밖에 몰랐는데 긴꿈과 심야행 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단번에 충격이 오더군요. 이렇게 세련될 수가 있나... 처음 들었을 땐 깅가밍가하다가 서서히 스며드는 노래가 있고, 한참 후에서야 와닿는 노래도 있는데 새소년의 저 두 곡은 듣자마자 바로 꽂히더군요. 그래서 새소년의 무대를 직접 경험하는 게 참 황홀했습니다. 기타 피크를 입에 물고 그 특유의 꿀렁거림을 보여주는 황소윤도 매력적이었어요. 기타 피크에 관객들의 목신경이 연결되어있는 줄 알았습니다. 피크를 깨물때마다 객석에서 여지없이 신음소리가 ㅋㅋ


그리고 잔나비! 제가 이 그룹을 잘 몰라서 작은 오해를 품고 있었습니다. 평소에 말랑말랑한 노래만 부르는 그룹이라서 좀 매가리 없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웬걸? 공연 시작부터 쎈 곡으로 빵 터트리는데... 그 때 제가 너무 피곤하고 옷도 젖어있어서 자리에 들어와 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들어온 게 후회가 되더라고요. 쎈 곡으로 빵빵 터트리는데 누가 뭐래도 락!! (모던 락이 락이 아니라는 건 아닙니다 ㅋ) 본인들도 그런 걸 좀 의식했는지 우린 락이다 이런 귀여운 발언들도 하고 ㅎㅎ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나 전설 같은 노래들을 실제로 들으니까 괜히 눈물도 맺히더군요. 잔잔한 노래 부를 때 객석에 나가서 손으로 열심히 파도를 치다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다 들었으니까 이제 가시는 분들 많을 텐데~" 라고 말해서 좀 뜨끔했네요. 그래도 What's up 같은 노래도 불러주고 너무 신나서 좋았습니다!


제가 컨디션이 별로 안좋아서 이틀 입장권을 사놓고 그 다음날에는 갤갤대서 포기를 했어요. 체리 필터 공연도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날도 좀 뜨겁고 사람도 많고 해서 갔다간 몸살만 날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자우림이 저녁 9시에 오는 건 제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스케쥴이기도 했고... 이번 락페의 최대 수확이라면 역시 가수는 무대에서 직접 보고 들어야 그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점입니다. 음원으로는 이 가수들의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기회 되면 공연 좀 자주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벌써 전주 음악 페스티벌 예매완료 했답니다 ㅋㅋ 그곳에선 자우림과 뛰어놀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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