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코와 유리코 Yuriko, Dasvidaniya (2011)

2012.04.24 02:08

DJUNA 조회 수:10905


유아사 요시코와 추조 유리코는 실존인물입니다. 유아사 요시코는 러시아 문학 번역가였고, 나카조 유리코는 십대 시절에 데뷔해 천재 소리를 들었던 소설가였죠. 둘은 공식적으로 친한 친구였고, 추조 유리코가 남편 아라키 시게루와 이혼한 뒤로는 몇 년간 같이 살았다고 하는데, 유아사 요시코의 고백에 따르면 당시 둘은 애인 사이였다고 합니다.

[요시코와 유리코]는 요시코와 유리코가 작가인 예코 노가미의 소개로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당시 요시코는 밥벌이 때문에 잡지 편집자 일을 하고 있었고, 유리코는 지나치게 빨리 한 결혼 때문에 숨막혀 하고 있었죠. 둘은 순식간에 친구가 되고 곧 서로에 대한 연애 감정을 느끼지만 둘 사이와 주변에는 극복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겉보기에, [요시코와 유리코]는 멜로드라마와는 거리가 먼 작품입니다. 물론 두 주인공의 상황은 충분히 로맨틱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멜로드라마로 접근하고 있지 않아요. 영화는 정서보다 이성에 집중하고 있고, 로맨틱하다기보다는 묘하게 희극적입니다.

이는 두 주인공의 성격과 입장 때문입니다. 이들은 그냥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아니에요. 1920년대 당시 그들은 시대의 첨단을 걷는 지식인이었고 작가들이었습니다. 아무리 사랑에 빠지고 혼란스러워도 그들의 머리는 늘 핑핑 돌아가요. 자신의 감정을 분석하고 설명하고 이들을 자신의 가치관 안에 끼워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죠. 그들은 사랑에 빠지기보다는 사랑에 빠진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심지어 둘이 같이 있을 때도 그래요.

이 정도면 묘하게 희극적이라는 말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적극적인 코미디를 의도한 영화는 아니에요. 관객들도 주인공들을 낮추어 볼 생각이 없고요. 하지만 이들은 1920년대 일본이라는 특수한 시대에 얽혀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고, 그 때문에 관객들은 그들의 한계 역시 봅니다. 그리고 첨단을 달리는 지성인들만큼이나 시대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사람들은 없잖아요. 그리고 유리코의 남편 아라키 시게루는 진짜로 코믹해요. 불쌍하지만 코믹합니다.

감정이입을 철저하게 억제하고, 이성적인 대사 위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영화지만, 그렇다고 요시코와 유리코가 지루하거나 단조로운 인물이라는 건 아닙니다. 정반대에요. 그들은 모두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열정적입니다.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한없이 잔인해질 수도 있는 사람들이고요. 그리고 영화의 드라마는 그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캐릭터들을 따라갑니다. 단지 그러는 동안에도 이성을 언제나 먼저 놓을 뿐이죠. 그리고 바로 이런 태도 때문에 [요시코와 유리코]라는 영화가 더 재미있어지는 거 같아요. (12/04/24) 

★★★

기타등등
캐스팅할 때 외모의 유사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더군요. 배우들이 실제 인물들과 전혀 닮지 않았더라고요. 하긴 그런 식으로 캐스팅했다면 로맨스 영화로 파는 게 어려웠을 수도. 실제 추조 유리코는 거트루드 스타인스러운 여장부던 걸요.

감독: Sachi Hamano, 출연: Hitomi Toi, Nahana, Ren Ohsugi, Kazuko Yoshiyuki, Hisako Ohkata 

IMDb http://www.imdb.com/title/tt175793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8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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