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2013)

2013.03.26 23:34

DJUNA 조회 수:10845


차종우는 낮에는 카센터 직원으로, 밤에는 콜전문 운전기사로 일하면서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는 전과자입니다. 범죄를 업으로 삼던 시절, 그는 별볼일 없는 잡범에 불과했지만, 경찰로부터 달아나는 것 하나는 엄청 잘했지요. 

영화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녹슬지 않은 그의 실력을 다시 뽐낼 기회가 옵니다. 그것도 아주 불유쾌한 방식으로요. 그가 밤에 태운 손님이 뒷좌석에서 칼에 찔린 시체로 발견된 것이죠. 겁에 질린 그는 달아나고, 경찰, 국정원 그리고 수수께끼의 남자들의 그의 뒤를 쫓습니다. 그리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달아나는 것뿐이죠.

이건 굉장히 멋진 설정입니다. 지구상의 동물들에게 도망의 흥분만큼이나 원초적인 것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영화가 보여주는 것만 봐도 신하균이 연기하는 차종우는 멋진 도망꾼입니다. 그렇게 머리가 좋거나 완력이 센 건 아니지만, 잔머리가 잘 굴러가고 순간판단이 빠르며 무엇보다 잽쌉니다. 종우가 수많은 경찰과 국정원 요원을 따돌리며 서울 시내를 이리저리 누비는 걸 구경하는 건 분명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예상 외로 도망장면은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도망 장면은 기대했던 것보다 짧아요. 나머지 부분을 차지하는 건 종우와 아들 기혁의 신파극, 기혁과 신문기자 박선영이 음모를 밝혀내는 추리물 파트인데, 둘 다 큰 재미는 없습니다. 특히 신파극은 끔찍한 지경입니다. 이야기가 평범하기도 하지만 기혁의 캐릭터가 정말로 매력이 없어서 연기하는 배우가 불쌍해질 지경이니까요. 추리 파트도 별로 복잡하지 않은 미스터리를 질질 끌고 있으니 갑갑하고요. 이 역시 재미도 없고 머리도 그렇게 좋지 않으면서 소년 탐정 역까지 하려는 기혁의 존재 때문에 손해를 많이 봅니다. 이 영화 최악의 캐릭터예요. 그를 시작부터 제거했다면 영화가 훨씬 가볍게 잘 날았을 겁니다.

그래도 감독의 전작 [중천]보다는 낫습니다. 재미있는 장면들이 꽤 되고, 기혁을 연기한 불쌍한 이민호를 제외하면 배우들의 매력도 잘 살아있으니까요. 쉽게 비교대상이 될 [퀵]보다도 낫습니다. 적어도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니까요. 단지 질질 끄는 불필요한 찌꺼기들이 너무 많아서 127분의 러닝타임이 다 끝나면 얻은 것도 별로 없이 지칩니다.  (13/03/26)

★★☆

기타등등
이중의 카피 제목입니다. [런닝맨]은 SBS 히트 버라이어티 쇼의 제목인데, 그 제목 역시 스티븐 킹 소설을 각색한 아놀드 슈왈제네거 영화에서 가져왔으니까요. 하여간 전 지금 멀쩡하게 잘 방영되고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제목을 영화 제목으로 쓰는 건 처음 본 것 같습니다.

감독: 조동오, 배우: 신하균, 이민호, 김상호, 조은지, 오정세,  다른 제목: Running Man

IMDb http://www.imdb.com/title/tt276376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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