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온도 (2013)

2013.03.12 00:10

DJUNA 조회 수:21884


장영과 이동희는 같은 직장에 다니는 3년차 사내 커플이었는데,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깨졌습니다. 연애하는 동안에는 비밀이었던 둘의 관계는 서로에 대한 유치한 보복이 날아다니는 동안 완전히 폭로되었지요. 각각 다른 사람들을 사귀기 시작하고, 서로의 인생에 시비를 걸며 난리를 치는 동안, 둘의 관계는 지난 몇 달 때보다 더 뜨거워졌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둘이 새로 시작해도 된다는 징조일까요?

노덕의 [연애의 온도]는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와 순서가 다릅니다. 보통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만남에서 시작해서 결혼이나 안정적인 관계로 끝나죠. 아니면 깨지면서 시작되어 재결합으로 끝이 나고요. 영화는 둘 다 아닙니다. 깨진 상태에서 시작해서 재결합하는 건 맞는데, 이게 영화 중간까지예요. 중간에 꼭대기까지 올라갔으니 이제 어째야 합니까?

여기서부터 영화는 일반적인 한국 로맨틱 코미디가 은근슬쩍 넘어가거나 감추는 소재로 넘어갑니다. 절정에서부터 서서히 시들어가는 커플의 이야기죠. 얼핏 보면 앞에 가야 할 이야기를 뒤로 보내는 것 같지만 의미는 다릅니다. 그들은 이미 한 번 겪었던 파국을 영화 초반에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했다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런 속도로 질주하니 이들의 '좋았던 과거'가 미화되거나 향수의 대상이 될 기회도 가볍게 날려버립니다. 냉정한 영화예요.

코미디와 대사의 리듬감이 좋은 영화입니다.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가끔 [연애의 목적]이 생각나더군요. 핸드헬드 카메라와 점프 컷이 날아다니는 중반까지는 경쾌한 재즈 공연을 보는 기분입니다. 코미디가 줄어드는 후반부에서도 속도가 떨어지는 일이 없고요. 

무대가 되는 은행의 묘사도 재미있습니다. 은행을 직장으로 삼은 적이 없으니 정말 대한민국 은행이 그런 곳인지는 저도 모르죠. 하지만 영화는 과장된 막장 드라마 상황과 꼼꼼한 디테일 묘사를 섞어가며 두 사람의 직장을 생동감 넘치는 진짜 세계로 만들고 있습니다. 연애 이야기를 떼어내더라도 그럴싸한 시트콤 하나를 만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김민희가 '믿고 보는 배우'가 될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연애의 온도]는 김민희가 스스로의 이미지와 매력을 통제하는 배우가 되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민기는 그에 비하면 살짝 단선적으로 보이긴 하는데, 그건 배우 탓이라기보다는 배우에게 정확하게 맞추어진 캐릭터 때문이며 단점이 아닙니다. 그냥 그런 사람이 주인공들 중 한 명인 이야기인 것이죠.  (13/03/12)

★★★

기타등등
영화는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전 그래도 동희 잘못이 더 큰 거 같습니다. 

감독: 노덕, 배우: 김민희, 이민기, 라미란, 최무성, 하연수, 이문정,  다른 제목: Degree of Love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Degree_of_Love.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6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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