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버드 프리젠 Bud Friedgen
마이클 J. 셰리던 Michael J. Sheridan

주연
진 켈리
Gene Kelly
준 앨리슨
June Allyson
시드 셰리스
Cyd Charisse
리나 혼
Lena Horne
하워드 킬
Howard Keel
앤 밀러
Ann Miller
데비 레이놀즈
Debbie Reynolds
에스터 윌리엄스
Esther Williams
미키 루니
Mickey Rooney

'Two Faced Woman'

70년대에 MGM에서는 자사의 뮤지컬들을 총망라한 두 편의 [That's Entertainment!]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더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요? 이 두 편으로 MGM 뮤지컬의 정수는 다 뽑았는데 말입니다. MGM에서도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2편이 만들어진 1976년부터 3편이 만들어진 1994년 사이에 18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들의 생각이 바뀌었던 걸까요? 그건 그 동안 새로운 접근법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70년대에 만들어진 1편과 2편은 이미 만들어지고 완성된 걸작들에서 뮤지컬 클립들을 뽑았습니다. 하지만 3편은 훨씬 적극적이었어요. 그들은 완성된 영화들에서 클립을 발췌하는 옛 방법을 고수하는 대신 당시의 영화 제작 과정에 보다 깊이있게 접근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전체적으로 3편은 아주 잘 만들어진 DVD 부록과 같습니다. 이 경우는 MGM 영화라는 거대한 작품에 달린 부록이지요. 3편에서 흥미진진한 부분들은 대부분 삭제되거나 대체된 장면들, 어처구니 없지만 흥미로운 예술적 실수들, 당시의 작업 환경을 엿볼 수 있는 메이킹 필름들입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가 개봉될 때까지 대부분의 관객들은 존재 여부도 모르고 있었던 것들이죠.

가장 매력적이고 아쉬운 장면은 인디아 아담스가 부른 'Two Faced Woman'을 음악으로 사용한 두 뮤지컬 클립입니다. 하나는 시드 셰리스가 나오는 [악대차]의 한 장면이고 다른 장면은 조운 크로포드가 나오는 [토치 송]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는 둘 다 같은 사운드트랙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 같은 음악에 맞춘 다른 영화 장면들을 분할 화면으로 동시에 보여줍니다. 이 장면을 보면 탄식이 나옵니다. [토치 송]에서 살아남은 'Two Faced Woman'은 우스꽝스럽고 그로테스크합니다. 하지만 삭제된 [악대차]의 장면은 아름답고 섹시하며, 사용되지 않은 게 화가 날 정도로 유혹적입니다.

동일한 분할 화면을 이용해 영화는 프레드 아스테어가 [The Belle of New York]을 위해 찍은 두 버전의 'I Wanna be a Dancin' Man'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처음 버전을 찍었다가 의상이 맘에 안 든 회사에서 보다 프레드 아스테어다운 복장을 입혀 같은 장면을 다시 찍은 것이죠. 옷과 세트가 조금 바뀌긴 했지만 두 장면에서 아스테어의 동작은 기가 막힐 정도로 똑같습니다. 얼마나 많은 노력과 리허설이 이 장면을 위해 투여되었는지 알 수 있지요.

주디 갈란드 팬들에게 이 영화는 2편보다 더 좋습니다. 일단 영화는 갈란드가 해고당하기 전에 찍은 두 편의 [애니여, 총을 잡아라] 클립을 보여줍니다. 그것만으로 부족한지, 영화는 갈란드가 [이스터 퍼레이드]를 위해 찍은 'Mr. Monotony'도 서비스합니다. 이 장면이 주는 기시감은 너무나도 흥겨운데, [이스터 퍼레이드]에서 삭제된 이 장면을 위해 만든 턱시도는 나중에 [썸머 스톡]의 유명한 피날레에서 재활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그것말고도 수많은 구경거리들을 품고 있습니다. 엘리너 파웰이 탭댄스를 추는 동안 수많은 스탭들이 밑에서 조각조각난 무대를 옮기는 메이킹 필름이 대표적이죠. 영화는 다소 서글픈 고별사이기도 한데, 진 켈리는 이 영화를 통해 그가 사랑했던 할리우드와 전세계에 작별 인사를 고했기 때문입니다. 1,2편을 찍을 때만 해도 건강한 60대였던 그가 죽을 날을 기다리는 피로한 노인이 되어 다시 등장할 때, 우린 서글퍼지지 않을 수 없답니다.

3편은 할리우드 황금기를 정리하는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멋진 종막입니다. 옛날에 찍은 자기 영화들을 재편집하는 것만으로 세 편마다 모두 다른 개성을 부여하며 이처럼 엄청난 성과를 거둔 시리즈는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거예요. (05/01/04)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관객들에게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Two Faced Woman'만 해도 시드 셰리스나 조운 크로포드 버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혹시 DVD 부록으로 수록되었나하고 기대해봤지만 없더군요. 멀쩡하게 잘 활용될 수 있는 테크놀로지를 방치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