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이 손이나 발을 이용해서 사람을 때리는 장면을 보는게 너무 힘듭니다.

 

물론 대놓고 블록버스터급액션물 코미디액션물 하는건 그냥 즐기면서(?) 재밌게 보는데요.

그게 아니라 아주 생생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는걸 '맘먹고' 보여주는 영화들에서 나오는 폭력씬은 감당이 안되요;  

예를 들면 <아저씨> 같은거요. 그렇게 무차별한 폭행이 난무하는 화면을  근 두시간 가까이 보는데 너무 역겹고 힘들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저는 아저씨가 원빈나온다는것밖에 모르고 간 거라... 만약 그런 영화인줄 알았으면 절대 안 봤을거에요. 하긴 봤을때도 가리고 보느라고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만;

 

어제 본 <부당거래>는 사실 아저씨에 비하면 그런 장면들이 훨씬 간결하고 짧게 표현됩니다. 그런데도 보기가 힘들더라구요. 

특히 그 폭력이라는게  그냥 이 사람이 미워서 때리는 그런 감정적인 게 아니라 철저한 계산아래 조직된 폭력이라는 점이 너무 악랄하게 느껴져서 그랬는지;

특히 유해진이 공사장에서 용의자 때리는 장면에서는.... 뭐 거의 넋을 잃었어요. 하필 아이맥스관;; 에서 그것도 앞 자리에서 봐가지고는

내가 맞는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정말 너무 보기가 힘든거에요. 나갈까 나가야되나 별 생각 다들고 안절부절하다가 결국엔 눈물이 나더라구요;

 

거기서 한번 정신이 확 나가니깐 그 다음에는 더 이상 영화를 '이해하면서'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어제 봤는데도 영화 내용이 거의 생각이 안나요;

문득문득 기억이 나는 장면들은 전부 류승범(게중에 그나마 주먹을 덜 쓰지요;;) 아니면 폭력씬인데..

그것마저도 '소리'를 기억하는데 가까워요.  누가 맞을것 같거나, 때릴것 같다라는 촉이 오면 반사적으로 눈을 가리거든요.

더 최악은 장면은 잊어버리는데 그 순간 느꼈던 그 공포감들은 그날 내내 이어집니다. 어제도 영화 보고 집에 가는데 너무 기분이 안 좋드라구요 ㅠㅠ

 

사실 원래 피가 나오는 장면 자체를 잘 못보긴 해요... 그래서 칼이나 총을 쓰는 장면도 비슷하게 잘 못보는데, 

사람이 사람을 '손'으로 때리는 장면은 정말 갈수록 너무 보기 힘들어요. 그런 장면을 보고나면 하루 일이 잘 안되더라구요. 멍하고...

그렇다고 어릴적에 손바닥으로 맞은 (맞기야 했겠지만) 강렬한 기억같은게 있는것도 아닌데 말이죠....

더불어 그런 장면이 나올때 같이 등장하는 거의 속사포처럼 연속적이고 강렬하게 튀어나오는 욕의 향연들;;

거칠게 말하자면 진짜 귀로는 그런걸 들으면서 눈으로 그딴 장면들을 보고 있자니 미쳐버릴것 같더라구요.

그렇게 욕을 계속적으로 오래 듣고 있는게 정말 너무 ㅠㅠ 꼭 이렇게 만들어야만 하나 ㅠㅠ 별스런 생각도 들고.

 

이건 다 픽션이다, 라고 전제를 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괴로울게 없는거죠. 저 피도 가짜. 주먹으로 맞는 소리도 가짜소리. 맞는척하고 때리는 척하는거고. 

그런데 나이 먹으면 먹을수록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아 이건 픽션이야 하는 생각을 거의 전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그게 다 너무.. 사실 같은거에요. 진짜 같고. 이상하죠. 제가 생각해도 좀 제정신이 아닌것 같아요.. 저도 제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_-;;

 

이 부분은 쓸까 말까 계속 고민하다가 씁니다만.... 심지어 사실 류승완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던것 같은데;;; 보고 나오며 집에 돌아와서는

검찰 재벌 경찰의 유착과 비리에 대해서 괴로워하면서 저게 진짜면 어떡하지? (진짜겠지만;;) 너무 왠지 쪽팔리고 (전 그 어느쪽과도 관련이없는데;;)

보기 힘들고 ㅠㅠㅠㅠㅠ 저 자신이 촌스러워 죽겠으면서도 계속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서는 고민도 아니고 뭣도 아닌 여러 생각에 잠겨있다가 새벽에 자고;;

정말... 지금 생각해보면 부당거래는 제게 있어서만큼은 정녕 '풀세트'였습니다.  제가 유난히 심각하게 보는 주제에, 유난히 민감해하는 폭력과 욕 씬까지.

아마 지금껏 부당거래를 본 관객들 중에서 가장 촌스럽게 과잉몰입한 관객이 아니었을까... -_-;;

 

암튼 제가 너무 보기 힘들었다고 찡찡대니깐 같이 본 친구가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어뜨카냐..... 요새 나오는 영화들이 그런 장면 안 나오는 영화가 별로 없을텐데...;;;

그래서 저도 그랬지요. 이러다가 쌩로맨스영화나, 로맨틱코미디나 뽀로로극장판 같은 애니만 보게 생겼다고;;

 

ㅠㅠ 에효... 부당거래는 감독 배우 다 좋아서 한번 더 볼 마음까지 있었는데...조금 아쉽게 되었습니다.

그런 장면들이 그 영화에 있어서 꼭 필요한 장면이었는가를 확인해보고 싶긴 한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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