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듀게와 지연 게시판 2.

2014.07.23 23:02

잔인한오후 조회 수:1599

일 년 전 여름에 지연 게시판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죠. 한국의 가상 커뮤니티를 이루는 근본적인 속성 중 하나가 제로보드라는 형식에서 왔다고 생각하는 바 (또한 계속 즉시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해가는 바), 그 특성을 다른 식으로 바꿔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고민하다가 생각해본 것 중에 하나입니다. 인터넷을 접할 때 초기에 접한 형태가 인터넷 세계를 파악하는 심층적인 직관으로 자리잡는다는 생각도 있고, 외국의 쓰레드 형태나 위키위키 형태의 커뮤니티였다면 현재 한국의 커뮤니티는 다른 느낌일꺼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온라인 커뮤니티를 카카오톡으로 처음 접하거나 트위터 같은 단문 SNS로 접하는 이들은 또 다르게 느끼겠죠. 그리고 게시판의 가시화를 바꾸는 방식도 생각해봤는데, 이미 제로보드 스킨에도 여러 시도를 하긴 했더라구요, 사람들이 전부 한 줄 단위 게시판을 좋아해서 그렇지. 격자 형태로 게시판 이름을 노출시키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그 자리를 어떤 식으로 바꿀 것인가가 문제가 되긴 하더군요. 24시간이 지나면 옅은 색으로 바뀌고 거기에 새 글을 쓸 수 있도록 한다던가. 그런데 옛글 보는게 귀찮겠습니다.


이번 게시판 개편 후에 옛 메인게시판 목록에 정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댓글이 없지만 목록 자체를 못 보는 것보단 낫죠. 저는 1년 전에 10년 단위의 지연 게시판을 구상했었는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이미 10년 전의 글이 있는 게시판을 확인할 수 있더라구요. 옛 메인게시판은 2004년 4월달부터 시작하고, 처음으로 댓글 달 수 있는 게시판 형식을 받아들이게 되었던 듯 하더군요. 모바일에서도 접근 가능하기에 현 듀게에서 피로함이 느껴지면 10년전 과거 듀게를 읽거나 했습니다. 다만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읽어오는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만 저야 워낙 느린 컴퓨터들을 오래 사용해왔기 때문에 별 불편은 없습니다.


이런 접근을 해보는 이유는 가끔 사람들이 과거의 듀게를 그렇게도 그리워하기 때문에 궁금증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누구나 10년 젊어지는 과거 게시판. 5년 전도 좋긴 하겠지만 딱 10년 빼는게 맘이 편하지 않습니까? 강산이 한번 변하기 전 그 시절을 6월 달에 가끔 가서 읽었었죠. 그 때 한 일주일 봤는데 알 수 있었던 건 꽤 다양한 사람들이 글을 쓴다는 것과 글의 조회수는 현재와 그닥 차이가 없다는 것, 그리고 글에 추천기능이 있었다는 것이 먼저 눈에 띄더군요. 다만 그 추천기능이 자주 사용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만. 그리고 당시 듀게는 한참 트래픽 문제로 하루를 못 버티고 어느 순간 닫혔기 때문에 하루에 올라오는 글은 한 페이지에서 한페이지 반 남짓 되었고 다들 바이트를 아끼기 위해(?) 글을 조심히 쓰는 경향이 있긴 했던 듯 합니다. 질문 글 같은 경우에야 댓글도 볼 수 없기도 하고.


그런데 질적으로 현재와 그렇게 차이가 있느냐? 하면 뭐 그렇게까지 많은 차이를 느끼진 못했습니다. 그 당시에도 어떤 소재에 불타오르면 이삼일 정도는 그 이야기가 나오고. 아직 노무현 대통령 임기 시절이었기 때문에 6월달에 세월호 문제가 한참 다뤄질 때, 옛 듀게에서는 김선일 문제가 한참 다뤄지더군요. 정부를 믿을 수 없고 어떻게 대처가 그런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구요. 그리고 동성애에 관해서 갑론을박하기도 했죠. 병리학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고 현재의 수용적인 입장도 나오고 그랬어요. 댓글을 못 보는게 아쉬웠지만. 듀나님은 ER을 보시며 매 번 감상을 올리시고.


http://www.djuna.kr/xe/index.php?mid=oldmain&page=7176


이게 10년 전 오늘의 듀게입니다. 현 듀게에서 과거 기록을 목록으로 가져오면 글을 지우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목록번호나 글번호로 가져오면 헤맬 수 있지만, 옛 듀게는 요청하지 않는 이상은 지워지지 않으니 고정되어 있다 봐도 무방하죠. 쓰레기 만두 이야기가 있는데 벌써 이게 10년이나 됐나요. 그 당시 게시판 조회수 순위 1위가 3000건도 되지 않는군요. 요새는 심심하면 4000건을 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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