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면 전세로 옮겨다니다가 주거비용이 많이 들지않는 위치에 집을 얻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많은돈을 주거비용으로 깔고 앉을 생각이 없었고 결심이 단단했는데요.

요즘 같은 때는 그 결심이 흔들리네요.

 

계약기간이 아직 일년 정도 남았는데 반년 전부터 주인이 양해를 구하더군요.

집을 팔고싶어 내어놓았으니 협조해달라고요. 흔쾌히 협조했는데 이렇게 생활이 불편할 줄은 몰랐네요.

인기가 있는 지역입니다. 학군이나 교통의 편리성 때문에요.

한달에 두어번은 집 보러 오는군요. 중간에 취소되는 것까지 합치면 서너번도 되고요. 이게 참 사람을 미치게 하는데요.

내 집에 누군가를 들이는 것이 익숙지 않아 저나 남편이나 친구 한번 데려온 적 없는 집인데

언제든지 낯선 누군가가 집을 구경하러 와서 제 앞에서 평가하고 여기저기 뒤지고 열어보고 하는것이 스트레스예요.

남사스러우니까; 그때마다 어느정도 치워 손님을 맞아야 하고요.

이번주에도 어김없이 일가족이 우르르 집을 보러왔는데 이번에는 좀 심해서 제가 집에 있음에도 저는 투명인간 취급이더군요.

붙박이 옷장을 열어보고 여기저기 방의 불 화장실의 불과 환풍기를 다 켜놓고 끄지도 않고 창 밖을 보겠다고 빨래가 널린 건조대를 거칠게 밀고나간뒤에 밀친것을 제자리에 두지도 않고

그리고는 여기가 마치 모델하우스인 양 내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오랫동안 이 집의 장단점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구경하고   

여기는 내가 돈을 지불하고 2년동안 살 권리를 취득한 곳이고 사람이 사는 가정집인데 그걸 잊은 것 같더군요.

여러 팀이 드나들다보니 더이상 제 집 같은 느낌도 들지 않고요. 노마드라고 해야하나..안정감도 안느껴지고 도시의 유목민 된 심정이예요.    

앞으로 일년 더 이 짓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끔찍하군요.

남들은 흔쾌히 집 보여주고 신경 끄고 그러는데 제가 유독 스트레스를 받는걸까요.. 아악!!!!!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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