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와 함께 '나의 첫번째 장례식' 을 봤습니다.

벨기에 영화이고, 배우가 독일인이고

전체적인 영화 소품이 북유럽스러워서 눈이 좀 즐거웠습니다.

누구하나 눈에 익은 배우도 없는 영화지만, 네이버 평점을 믿고 봤어요.

 

타짜, 루시, 두근두근 내인생 모두 혹평이라, 요즘 영화관에 볼게 없어요.

 

다행히 CGV에서 교차상영이라도 상영해주니 고마울따름.

 

 

내용은, 자기의 차를 도난 당하고 갖가지 일로 실의에 빠진 주인공이, 친구네에 들러서 자고 일어났더니

TV에서 자신의 사망소식을 듣게 되고, 주변사람들에 대한 서운함과 실망에 빠져있던 주인공이

'내 장례식에서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지 알고싶다' 는 생각을 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입니다.

 

다소 황당한 주제를 풀어내는 방법이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위트있는데다가,

그 주제를 느끼는 관객의 무게를 고려해서 잘 만든 영화 인것 같습니다.

 

좌석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지만, 곳곳에서 키득거리고 실소를 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다같이 웃으면서 본 기분좋은 영화였네요.

물론 같이가서 본 엄마도 만족하신모양입니다.

얼마전에 비긴어게인도 같이 봤는데, 블록버스터나 천만영화만 선호하는게 아닌 다양한 영화와 작품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새삼 고맙네요.

엄마와 이런영화를 즐기는 딸이 몇있을까 그게 새삼 고마웠어요.

 

아무튼 주인공의 예상과 달리, 주인공의 아내는 변장한 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끼고, 주인공을 유혹(?) 합니다.

장인과 장모는 변장한 주인공에게 몰래 주인공의 험담을 하지요.

주인공이 '아무도 나를 좋게 생각하지 않아' 라고 했던 생각은 현실이 됩니다.

 

사실 이해는 잘 안가지만, 남편을 떠나보낸지 이틀만에 남편의 친구라는 변장한 남편과 사랑에 빠진 와이프.

그리고 결국은 그 연극은 들키고 말죠.

하지만 주인공은 어느새 변장한 모습으로 주변인들에게 사랑을 받습니다.

와이프역시도 주인공이 원래 그사람이 아닌 변장한 그 모습으로 남아주길 바라구요.

 

결국 영화는 아내가 좋아하는 변장한 주인공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 남자를 보여주며 끝이 납니다.

 

자기밖에 모르고 철딱서니 없어서, 자신의 장례식을 겪을 주변사람들은 생각도 안한채, 자기 서운한 것만 생각하고 자신이 생존해 있다는걸 알리지 않은 주인공.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고 했지만, 장례식에서 하는 칭찬 마저도 믿지않고 험담을 유도했죠.

결국 자기자신의 모습을 자기자신이 기정사실화 시켜버립니다.

그리고 자신도 싫어하던 자기 모습을 버리고 새 변장한 모습이 되었을때 비로소 자기를 좋아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져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면서 느끼는 기분은 '웃프다'입니다.

어느 리뷰에서 본것처럼 그냥 '웃프다'가 아니라 '웃웃프다'입니다.

슬픔보다는 웃김이 더하지요.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한것 같습니다. 내가 죽으면 남들이 나에게 뭐라고 할까.

그 판도라의 상자는 별로 궁금해 하지 않는것이 좋을것같아요.

 

좀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좀더 많은 감상평을 남겨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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