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희 부서원들이 일하는 사무실에 에어콘이 고장났습니다.

워낙 오래된 거라 '수리불가'라고 합니다.

문제는 올해 에어콘 교체/수리예산을 다 써서 담당부서에서 올 한철만 버티라고 한다는 겁니다. 내년 예산 나오면 바꿔준다고...

(그리고 이런 곳에 들어오는 에어콘은 매우 비쌉니다... 에어콘 1대에 천만원씩 합니다. 본체만. 설치비 별도..)


그래서 저희 예산으로 선풍기라도 사서 넣어주려고 했는데... 제 옛 상사, 현 선임인 그분이 그냥 문열면 된다고 합니다.

문이랑 창문 열어봐야 환기도 안되는 구조의 사무실인데요...

본인은 에어콘 나오는 사무실에서 선풍기까지 돌리면서.... (저도 물론 그분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지만.


그래서 다른 부서에서 선풍기 한대 빌려서 넣어줬습니다. 내일 다시 현 상사에게 에어콘 고장 얘기를 하고 선풍기라도 일단 구매하자고 해봐야 겠습니다.


이 사람들이 협력사 파견직원이 아니라 우리 회사 정직원이어도 문열면 된다고 했을까?

어디 소속이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우리는 같은 팀이다.. 라고 말하면서 왜 은근히 너네는 을, 우리는 갑.. 이라는 티를 내려고 할까..



2.

제가 다니는 회사는 직장예비군이 있는 회사라 총무과장이 예비군 동대장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군인출신이죠.

(그리고 그분도 대위 출신...)

전 총무과장은 소령출신이었고, 현 총무과장은 대위출신입니다.


뭐 군인출신들이 윗사람들 보기에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거 인정합니다. 

그런데, 우리 회사만의 현상인지도 모르겠지만.. 동료 직원들도 자신이 통솔하는 대상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조업인지라 아침에 주차장에 모여서 체조를 하는데.. 이게 의무는 아닙니다. 애초에 체조시간이 출근시간보다 빠르거든요.

사람들 모아놓고 체초하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것도 같고.. 출근시간에 맞춰 오기 때문에 체조 안하는 후배직원들은 은근히 갈굽니다.

전 총무과장은 체조를 넘어서 아침에 주차장 X 바퀴 (약 2km) 구보를 하겠다는 계획을 게시판에 게시했었는데..

당시 범 무서운줄 모르는 하룻강아지 신입사원이었던 제가 '여기가 무슨 군대도 아니고 아침 구보가 왠말입니까?' 라고 항의해서...

팀장회의때 총무팀장이 '가땡땡 사원이 구보에 대해 이런 의견을 내놨다' 라고 해서 저희 팀장은 진땀 뺐으나.. 다른 팀장들이 '그치 구보는 좀 군대스럽지..' 이래서 안하게 되었던적도 있습니다. (솔직히 그양반들도 하기 싫었던 것이겠죠.)

그래서 한동안 찍혔었는데.. ㅎㅎ


지금 총무과장도 군인출신이라는 티를 팍팍 내고 있는데... 이제는 저도 신입사원이 아닌지라.... 

저번에는 부슬비가 오는데 체조를 한다고 나오라고 하길래 '먼 군대도 아니고 비맞으면서 무슨 체조..' 라고 하면서 개겼습니다.

총무팀에서 인력 사서 해야 하는 관리일도 자꾸 사원들 모아서 하려고 하길래 '총무팀 예산 아끼려고 하다가 다른 팀들 업무 방해되고 야근하게 된다' 라고 한소리 했더니 그 후로 저희쪽으로는 연락이 잘 안옵니다.

대회의실에서 수십명 모이는 회의를 하는데 에어콘을 안키길래 제가 가서 켰더니 전기 절약 어쩌구 하길래 가뜩이나 지루한 회의인데 더우면 다들 졸아요. 라고 쌩깠습니다.

총무팀장조차 끄란 소리 안하더구만요.


지원부서의 역활은 생산이나 판매부서가 일 잘하게 지원해주는 거지 이래라 저래라 군기 잡는게 일이 아닌데요.

왜 우리 회사 총무과장들은 군인출신이어야 하는 걸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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