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 그외

2015.07.05 18:00

겨자 조회 수:997

1. 어쩌다 한국방송을 봤는데, 밀가루 빚은 것 같이 얼굴을 빚은 예쁘고 날씬한 기혼여성이 시어머니에게 안겨 울고 있더군요. 저게 뭐라는 거예요? 하고 물어보니 "렛미인"이라는 방송이랍니다. 몸매가 날씬하지 않고 얼굴에 지방이 두덕두덕 붙지 않아야 인간의 범주에 들어올 수 있다는 듯이, 너는 이제 인간 아닌 것에서 비로소 인간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듯이 울고 짜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더군요.


2. 리 다니엘스의 "더 버틀러". 시간 날 때마다 쪼개서 보고 있는데 볼 때마다 가슴이 조금씩 찢어집니다. 한국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늘어나도 큰 뉴스가 되지 않고, 세월호 사건이 더이상 큰 뉴스가 되지 않는 것처럼, 흑인들이 경찰의 총에 맞는 건 이 나라에서 그렇게 큰 뉴스가 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큰 뉴스가 된다고 착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옆마을에서 흑인이 총을 맞아 유족들이 시위한대, 라고 말해도 알고 있었어, 하는 사람들은 드뭅니다. 


3. "터미네이터 1"을 넷플릭스에서 틀어주더군요. 옛날 영화라서 화면의 질은 떨어지지만 잘 만들었습니다. 특히 초반부에 전혀 서두르는 기색없이 찬찬히 이야기를 쌓아가는 솜씨가 기막히네요. 제가 터미네이터 1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사라 코너가 "나는 가계부도 못쓰는데 어떻게 반란군 조직을 이끌 수 있겠냐"라고 말하는 장면이예요. 람보르기니를 타는 남자에게 질질 끌려다니던 사라 코너는 자주적인 인간, 리더로 변화합니다.  사라 코너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변화했기 때문이죠. 


4. 엠엠엠님이 쓰신 블루 자스민 이라는 포스팅. 남편을 신고한 뒤 자스민은 어떻게 행동했어야 파국을 막을 수 있는지 물어보셨죠. 


자스민은 대리 집필자 (ghost writer)를 고용해서 책을 쓸 수도 있었을 겁니다. 자기 남편이 즐겼던 화려한 생활을 낱낱이 까발기고, 자기는 왜 그런 결단을 내렸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해서 쓰겠죠. 세상사람들은 그녀를 욕하면서도 화려한 상류생활이 궁금해서 책을 샀을 것이고, 그런 화려한 생활을 즐기던 사람들의 몰락을 목격하기 위해서 또 책을 샀을 겁니다. 북클럽이나 낭독회, 팬들과의 만남을 통해 젊은 남자들을 만나고, 할리웃에 판권을 팔고, 셀러브리티로 등극하는 거죠. 포장만 잘하면 윤리적인 귀부인으로 순회강연도 가능할 걸요. 상처한 정치인은 모르지만 괜찮은 비즈니스맨은 충분히 만날 수 있을 겁니다. 


5. 다큐멘터리 "Stop at nothing". 역시 넷플릭스에서 제공하고 있네요. 자전거를 타는 랜스 암스트롱의 거짓말에 관한 다큐입니다. 뚜르 드 프랑스를 여러번 이긴 사람인데, 불법 약물을 맞아가며 우승했다고 하는군요. 다큐는, 이 사람만이 아니라 여러 사이클리스트들이 약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암스트롱이 달랐던 것은 최고의 기술자를 고용했다는 것, 그리고 이 사실을 밝히려 했던 자기 친구들 (Betsy 와 Frankie Andreu) 을 십년간이나 못살게 굴었다는 것이죠. 암스트롱은 그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도, 다른 건 인정해도 벳시가 진실을 말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암스트롱은 지금 그러면 뭐먹고 살고 있나? 하고 친구와 잡답을 했죠. 알고 보니 아주 부유하고 당당하게 살고 있더군요. 집도 여러채이고 자식도 다섯.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잘 하고 있고, 사업도 주식도 많이 가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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