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마침표 외.

2015.12.23 21:47

잔인한오후 조회 수:591

선거라는 건 마력이 대단하다. 선거를 치르고 나면 정치적 수준과 관계없이 나는 이제 어느 진영에 속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선거 기간에는 필연적으로 선본 간에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그런 과정을 통해 '너희'와 '우리'를 구분 짓는다. 이건 이론은 별개로 하더라도 굉장히 감정적인 영역이다. 선본이 다른 경우에는 선거 이전 아무리 친했던 사이라 하더라도 선거과정을 거치며 인간관계가 미묘하게 뒤틀어진다. 그리고 그 틀어진 관계는 쉽사리 복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그들은 왜 주사파가 되었는가], '학생회 선거'에서


1_ 이제 정치는 뭐가 뭔지 정말 모르겠어요. 사실 전부터 정치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체계와 관련된 부분이 아니라 인간과 관련된 부분 말이에요. 그런 본질을 다룬 책들은 흔하지가 않고 욕망과 칭찬으로 가득찬 책들만 찾을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에게 꼼꼼하게 설명을 듣기도 힘든 부분이구요. 그래도 아주 조금 진전된 부분도 있어요. 제가 지금 다다른 수준은, 정치란건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는 거에요. 어떤 특정한 자리를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 나에게 그리고 남에게 만들어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라는 거죠. 거의 모든 헤게모니가 거기에 엮여 있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결국 자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나, 자리를 만들 수 있는 체계를 누가 어떻게 잡느냐가, 실제 입법부가 하는 일과는 관계없이 (혹은 그게 외삽되어서) 진행되는 거겠죠. 국회의원 말고 다른 선출직들도요.


사람을 중심으로 정치를 평론하는 건 제게 있어선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앞으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2_ [나쁜나라]를 본 지 꽤 됐어요. 근데 거기에 대해 당장 뭘 쓰고 싶으면서도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더라구요. 그 날은 아무것도 못 썼죠.


세월호 유가족들이 긴 간격으로 했던 몇 몇 퍼포먼스 주기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국민 서명 횟수와 연관되어 있었단 사실을 영화를 보면서 알았어요. 350만명의 서명을 얻었을 때, 600만명의 서명을 얻었을 때 무언가를 했다는 거에요. 중간에 잠깐 그런 말이 나오죠. '350만 서명을 갔다줬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해, 무언가 다른 걸 해야 해' 같은 말이. 서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은 선거인데 선거에서 세월호에 우호적이었던 야당이 패배했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겠죠. 선거와 서명 숫자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거라는 것을요.


유가족 분들은 다큐멘타리 처음부터 끝까지 무언가를 합니다. 무언가를 하지 않고서는 버틸수가 없고, 그러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의미가 있을만한 무언가를 계속 하게 되는 거겠죠. 어떤 그러한 거대한 갑갑함이 다큐 전체를 뒤덮고 있어요. 아주 힘들게, 어렵게, 강하게 무언가를 하는데 그저 그런 것인, 어떤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인. 저는 친구한테 그렇게 전해줬어요. [쥬라기 월드]를 보고 답답해서 죽을뻔 했다면, 이 다큐는 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지난주에 청문회가 진행되었었죠. 마침표를 찍기 위한 노력인 것이겠죠. 영화가 끝나면 The END. 하고 올라가잖아요. 삶에서도 특정한 파격을 마무리 짓고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으면 좋을 그런게 있는 것처럼 그 무언가가 되어버린 거겠죠...


아직도 길게는 못 쓰겠네요. 알고 있는게 너무나 적어요.


3_ 할 이야기가 정말 많았던 것 같은데, 오늘은 여기까지 쓸께요. 이미 다른 글도 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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