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찮은 제가 위로를.

2016.02.16 02:08

김감자 조회 수: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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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날 때도 있지(ostade의 방), 천에 아크릴, 50cm x 60cm



저는 참 변변찮고 별볼일 없는 사람입니다.

객관적인 사실을 나열해보면

20대후반의 나이, 골반 틀어짐, 대학은 중퇴, 수입 없음, 그림전공, 문신, 장손, 미필, 운전면허 없음.

아마 곧 감옥에 가면 전과자라는 타이틀? 이 추가 되겠네요, 흐흐.

만기제대 하셨나요? 하하, 저는 가석방입니다. 

이걸 뛰어넘는 외모가, 잘났나? 

173이라는 키에 감자를 닮은 외모.


시를 쓰는 친구가 있는데 걔가 스스로를 연애를 못하는 사주라고 한탄을 하길래

사랑에 필요한 스펙 얘기가 나왔고

그러다가 저를 생각해보니 참 드럽게도 별볼일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체능, 문신, 고졸, 장손, 전과자.

트리플 크라운을 넘어서 황금오종세트인거죠.

친구는 그러니까 사람을 멀리하고 고양이를 키우라고 했죠.

형은 안될거라고, 저주를 내리더군요.

만약 제가 결혼정보업체에 가입을 한다면

저를 위한 새로운 등급이 마련되야하지 않을까.

제가 당신을 위해 반석이 되겠습니다. 흐.

아, 가입을 못하는구나. 가입비가 없어서.


엄마와의 갈등 때문에 한 이년간 속앓이를 한걸 빼면

삶이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대학에서 짤릴 때도 그랬고.

스펙 쌓는 삶을 해본 적도 없고 동경한 적도 없고.

그냥 나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살아서.


그렇게 살다보니,

요새는 나 재미있는 것만 하는건 재미가 없더라구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궁금해요.

어떻게들 살고 있나. 앞으로 뭘해볼까.

내가 하는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뭐 그런.

왜냐면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으니까요.

이거 편지 부치면서 알았어요. 

300원 주고 편지 서울까지 배달하라면 미쳤냐고 할텐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거죠. 쌩판 모르는 타인의 도움.


편지로 연애도 하고 있습니다. 아직 얼굴도 보진 못했지만.

사랑이 꼭 얼굴로 드나요.

봄이 오면 벚꽃을 짓밟으며 하이에나를 보러가기로 했습니다.

하이에나 우리 앞이 참 사랑이 싹트기 좋은 장소죠.

뭐, 어딘들.


이런 변변찮은 저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재밌게 뜻있게 살면 좋겠어요.

너무 무서워하지말고.

그러다보면 어디론가 굴러가지 않을까요, 흐흐.

남태평양에서 관광객 태운 보트를 몰며 여생을 보내는 삶도

생각할 수 있으니까.

아 빨리 건강해져야겠네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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