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물질적 지원을 받기 위해, 내가 "얼마나" 가난하고 슬픈 인생을 살아가는지 구구절절이 표현해야하는게 힘들다고 했다.

그것도 폭력이라고 했다. 댓글이 달렸다.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야" "그럼 거저얻으려고 합니까?"

 

며칠 전에 네이버 월요일 웹툰 <여중생 A>를 처음부터 정주행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여중생 '장미래'가 살아가는 나날들을 그린 만화인데,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에게 복지를 할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주인공 장미래는 친한 친구 한명에게만 자신의 가난을 말한다. 그 친구는 반아이들에게 "미래네집이 힘드니 모두 돈을 모아줘"라는 모금활동을 해서 모금함을 미래에게 선물한다. 미래는 화가 나서 모금함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이상한 아이라는 소문이 따라다니게 되었다.

 

복지가인 어머니를 따라 센터에 온 이백합이라는 여자아이는, 미래가 마음에 들어서 미래를 스토킹한다. 미래가 가명으로 쓴 글이 미래라는 것을 알아낸다.

 

복지가의 입장에서는 한정된 물질이 더욱 더 필요한 사람에게 가기를 바란다. 더 힘든 사람을 찾고 싶어하는 과정에서 상황 파악은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상처를 이야기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특히 더 아픈 것처럼 이야기해야 도움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았을 때는 어떤 기분이 들까?

 

또 제공하기만 하면 좋아할 것이라는 편견은 위험하다.... 복지가-수혜자의 관계는 여타 인간관계와도 같다.

복지가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믿음을 수혜자에게 주어야하고, 수혜자가 복지를 필요로 하기전에는 오지랖이 될수도 있다.

 

나는 복지가를 꿈꾸는데, 그럼에도 어떤 사람을 낮게 보거나, 상처를 잘못 건드려 아프게 하는 경우도 있어서, <여중생 A>를 보면서 좀 고개를 끄덕였다.

 

복지가 또한 복지를 자랑하고 싶어할 것이라는 일반의 편견 또한 위험한데, 내가 <궁금한 이야기 Y>를 싫어하게 된 이유이다.

겨울에 재래시장의 천막이 무너졌다. 1억원 정도의 손실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의 장사가 안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시장의 어느 할머니가 기증을 해서 천막이 복구되었다.

취재진은 미담이라며 취재를 하려고 했지만 할머니가 거부했다. 몇번이고 찾아갔다. 할머니가 가라고 앙칼진 목소리로 지르는데도.

무슨 삼고초려도 아니고...

 

그런데, 복지가가 수혜자에게 힘듦의 토로를 필요로 하지 않고, 최소한의 요구사항만 충족했을 때 (복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

리스크는 복지가 급한 사람에게 물질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복지가가 된다면 서류를 뗄 수 있는 계층만 지원하고 싶지 않아서

조금 고민된다. 그것은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복지가가 된 다음에야 일어날 일이긴 하겠지만, 수혜자에게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수혜자는 삶의 어떠한 문제점으로 지쳐있을 것이다. 수혜자는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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