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꾸 떠오릅니다.

2018.03.06 09:01

물휴지 조회 수:2230

그 전에도 사건이 있었을 수 있겠습니다만, 최초의 기억은 한국 나이로 6세 즈음입니다. 외갓댁 동네 아저씨가 다리가 참 예쁘다며 훑어봤어요.

초1때 귓볼이 탐스럽다며 귓볼을 계속 만지작거리던 문방구 남주인,

같은 해 학교 앞에서 좌판을 깔아놓고 물건을 팔다, 저기 수풀 안으로 들어가 입술 뽀뽀 해주면 플라스틱 반지 하나 주겠다고 꼬시던 아저씨,

여자와 남자가 어떻게 섹스하는지 상세히 묘사하여 편지를 보낸 아홉 살 같은 반 남학우,

뒤에서 붓글씨를 가르쳐주며 자꾸만 성기 부분을 등에 갖다대던 서예교실 남선생,

벌어진 교복 버튼 사이를 훔쳐보던 남교사,

붐비는 길거리에서 가슴을 만지고 도망갔던 남자들,

(특별한 이유 없는 휴학이 드문 과에서) 여학우가 휴학하자 낙태 때문이라고 소문을 퍼뜨리던 남학우들,

조교를 성추행하고 벌금형까지 받았지만 멀쩡히 교수 노릇 하고 있는 남교수,

여학우들 몸무게를 집요하게 물어보던, 남학우들 사이에서는 평이 좋던 남학우,

일터에서 엉덩이를 슬쩍 만지는 남고객,

지하철 막차에서 졸던 제 옆에 슬그머니 다가와 허벅지 만지다가, 벌떡 일어나니 도망가버린 남자, (이 때 즈음부터 승질이 드러워졌던 것 같습니다.)

악수하며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긁으며 실실 웃던 남자 상사,

회식 자리에서 제 머리카락 귀 넘겼던 남자 상사...










매일매일이 성추행의 주마등입니다.
바바리맨 같은 건 빼고, 얼른 생각난 대로 적은 것만 해도 이 정도네요. 20세기 얘기도 있는데 21세기 얘기가 대부분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글에 나온 건 일반적인 수준이라고 봅니다.

이런 일을 당한 건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가, 남에게 알리는 것이 수치라고 생각했다가, 분노하다가, 묻어버리는 과정을 매번 거쳤습니다.

잊어버리지 않았습니다. 떠올리지 않고 살았던 거예요. 문득문득 그 때로 돌아가서 칼로 찔러버리고 싶은 기분을 누르며 지냈을 뿐이죠.

최근에는 대중교통 이용하지 않고 만나던 사람만 만나는 직장을 다녀서, 즉 사람에 노출될 일이 적어서 이런 경험은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갇혀 살지 않는다면 여성은 평생 이런 일을 겪는다는 거겠죠.

자고 일어나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요즘, 자꾸 떠오릅니다. 괴롭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까먹었네요. 바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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