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풍경

2018.11.24 21:03

S.S.S. 조회 수:1950

과거 미국 블프에 매장이 땡! 오픈하자마자 물밀듯이 사람들이 몰려 들어오고 대형 TV를 막 주워담으면서 서로 싸우고 난리치는 동영상을 재밌게 봤습니다만

이게 막상 내가 겪어야 할 전쟁이라 생각하니 슬슬 걱정이 되더군요.

작년에 그래서 물어봤어요. 매장직원에게. 언제부터 줄서야 하냐고. 아주 오래전 저녁부터 서야 할거다....재미난 눈웃음과 함께 그렇게 언질을 줘서 고민했습니다.

까짓거 하루 고생해? 아니면 추운데 포기해?


하지만 작년에 제가 전자제품 매장을 여러번 방문해서 내린 결론은, 이미 가격은 며칠 전부터 떨어진 상태이며 블프 당일이라고 더 싸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몇몇 아이템들은 블프라고 딱히 더 싸지도 않다는 슬픈 사실을....결국 재고떨이 행사니까요.

물론 Playstation처럼 순간적으로 깜짝 세일하는 제품들도 몇 개 있었습니다만.

그래서그런지 여기 뉴스를 보니 이제 그런 블프의 진풍경은 흔하지 않은가 봅니다. 아직 월마트에 줄서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습을 보긴 합니다만 과거처럼 극심하진 않은 거 같아요.

 

TV를 비롯한 가전제품들은 온라인으로 가격비교를 해서 싸게 샀는데 대형TV를 제외한 대부분은 'like new' 딱지가 붙은 중고제품으로 몇십불 더 아낄 수 있었습니다. 

써보니 중고라고 딱히 나쁘거나 미관상 아주 문제가 되거나 그러진 않더라고요. 미국은 이렇게 다양한 유통경로를 통해 가격을 조율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습니다.

그런데 신품이라 해도 싸긴 정말 싸요. 결제 클릭을 누르면서도 돈버는 듯한 이 기분이라니.

TV의 경우 같은 사이즈라도 보급형, 중급, 고급형에 따라 기능과 가격차이가 많더군요. 그래서 저는 좀 궁금한 게, 매장에서 TV를 막 주워담는 저 사람들은 TV스펙은 안보는건지...ㅎㅎ


어제 블프 당일엔 쇼핑거리로 나섰습니다. 오전 10시쯤 나섰는데 이미 쇼핑백을 양손에 가득 든 사람들이 돌아오는 모습들이 보이더라고요.

매장에 따라 아침 6시부터 오픈한 곳도 많았다는 걸 뒤늦게 깨닫.....

역시 나이키같은 곳은 인기가 많아서 입장하기 위해 줄까지 서야 하는 수고를 했습니다만 다들 즐거워보였습니다. 


한 의류매장에선 거의 전품목 60%세일을 하길래 조금이라도 맘에 든다 싶으면 양손 가득 일단 들고 피팅룸으로 고고고~ 

피팅룸 줄도 장난 아니게 긴데 쉽게 줄지도 않아요. 대부분 양손 가득 옷을 들고 있으니까요. 

대여섯벌 옷을 들고 결제 줄에서 또 한참을 기다린 끝에 제 물건이 계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매장에선 크리스마스 음악이 흘러나오고 손님들도 점원들도 모두 즐거운 명절 모드. 

점원이 내가 골라온 옷을 보고 말했습니다. "어머! 우리 매장에서 젤 이쁜 것들만 골라 오셨네요! 이런 센스를 가지신 분이라면 우리 매장 카드 만드셔도 될 것 같아요." ㅎㅎㅎ

제 옷 바코드가 긁힐 때마다 원래 가격이 60%로 다운되어 전혀 다른 숫자가 계산대에 찍힙니다. 가격보다 그 밑에 할인된 마이너스 가격이 더 큽니다! 이걸 쳐다보는 기분은 정말이지....

한국이라면 십만원은 족히 넘겼을 셔츠가 3만원대라니...이런 스웨터 한국이라면 15만원 불러도 비싸다 생각하지 못했을텐데 단돈 4만원대라니.


500달러던 가죽으로 된 듀플백이 199달러라길래 그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아....이거 이쁜데....딱히 필요는 없고 좀 불편할 것 같긴 해도....넘 이쁜데....199달러....아......여전히 큰 금액이지만 원래 500이라잖아....

꼭 살 건 아니지만 가죽자켓이나 여러 비싼 옷들을 걸쳐보며 이렇게 엄청나게 할인된 가격을 확인하는 그 자체만 해도 블프는 충분히 즐겁습니다.


오후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이 거리에 가득하지만 양손가득 커다란 쇼핑백이나 비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엔 만족감이 가득...

참 신나는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론 살짝 아쉬움도 드네요.

왜 우리는 한국에서 이런 즐거움을 누리기 힘든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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