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k01.jpg


[맹크]

 얼마 전 국내에서 소규모 극장 개봉 후 곧 넷플릭스에 올라올 데이빗 핀처의 신작 [맹크]는 [시민 케인]의 공동 각본가 허만 J. 맹크위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시민 케인]의 제작 과정보다는 맹크위츠의 초기 이야기 발상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가 [시민 케인]의 각본을 쓰려고 하는 동안 회상되는 1930년대 할리우드의 이면을 영화는 덤덤하면서도 냉정하고 씁쓸하게 그려내 가지요. 흑백 화면 속에서 고풍스럽게 재현되는 광경들이야 훌륭한 가운데 게리 올드먼을 비롯한 출연진 연기도 볼만하고, 작지만 중요한 조연을 맡은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올드먼과 함께 오스카 후보에 오를 만합니다. 차갑게 느릿하니 열렬하게 반응하기가 힘들지만, 잘 만든 수작인 건 인정하겠습니다. (***1/2)


P.S.

 [시민 케인]의 그 파란만장한 제작 과정은 이미 HBO TV 영화 [RKO 281]로 극화되었지요. [맹크] 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그 영화를 보시길 바랍니다. 





radioactive01.jpg


[마리 퀴리]

 원제가 [Radioactive]인 마르잔 사트라피의 신작 [마리 퀴리]는 마리 퀴리의 전기 영화입니다. 퀴리의 일생과 경력은 이미 1943년에 그리어 가슨 주연의 전기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영화는 좀 더 입체적으로 이야기와 캐릭터를 다루려고 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좀 실망스러운 편입니다. 로저먼드 파이크야 믿음직하지만, 이것저것 다루려고 하다 보니 이야기 전개가 산만하고 피상적인 수준에 그치거든요. 1943년 영화보다 더 개성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불만족스러운 인상을 남깁니다. (**1/2)




run04.jpg


[런]

 [서치]의 감독 아니시 샤건티의 신작 [런]은 워낙 뻔해서 좀만 얘기해도 스포일러가 됩니다. 웬만한 스릴러 영화들 좀 보셨다면 영화 첫 장면부터 이야기가 어떻게 굴러갈지 금세 짐작이 갈 정도이지만, 영화는 이 뻔한 이야기를 생각보다 영리하고 능숙하게 굴려가고 있고, 화면 속 두 주연 배우들 간에 생성되는 팽팽한 긴장감도 좋습니다. [서치]가 이야기 형식에 올인했다면, 본작은 이야기 내용에 올인하고 있고, 그 결과물은 샤건티가 [서치]에서 이룬 성과가 절대 우연이 아님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




hillbillyelegy04.jpg


[힐빌리의 노래]

 [맹크]처럼 국내에서 잠시 극장 개봉했다가 얼마 전 넷플릭스에 올라온 론 하워드의 신작 [힐빌리의 노래]는 J.D. 밴스의 동명 회고록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오하이오 주의 백인 하층민 가족 출신인 밴스의 유년 시절은 여러모로 힘들었는데, 영화는 그의 마약중독자 어머니를 비롯한 별별 암담한 문제들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어떻게 그가 자신의 외할머니를 통해 성장과 극복을 거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지요. 이는 한마디로 전형적인 오스카 시즌 드라마 영화인데, 유감스럽게도 그 결과물은 평탄하고 얄팍하기 그지없고, 그러니 좋은 출연배우들은 낭비된 감이 들곤 합니다. 이야기 소재로부터 더 뼈저리고 날선 작품이 나올 수도 있을 걸 고려하면 더더욱 아쉽습니다. (**)




freak01.jpg


[프리키 데스데이]

 원제가 [Freaky]인 [프리키 데스데이]는 두 익숙한 장르 설정들을 합친 호러 코미디 영화입니다. 영화 초반부에서 우리의 여고생 주인공은 갑자기 동네에 나타난 연쇄살인마와 마주치게 되는데, 이 연쇄살인마의 흉기가 하필이면 마법의 힘을 지닌 고대 마야 문명 유물이었고, 덕분에 이 둘은 바로 그 다음 날 아침 몸이 바뀌게 됩니다. 이야기가 그 다음에 어떻게 굴러갈지 금세 짐작가시겠지만, 영화는 발랄한 분위기 속에서 호러와 코미디 사이를 오가면서 이야기를 생각보다 꽤 잘 굴려가고 있는 편입니다. 여전히 익숙하지만. 예상보다 쏠쏠하게 재미있더군요.  (***)




mosul04.jpg


[모술]

 지난주에 올라온 넷플릭스 영화 [모술]는 2017년 이라크 모술 시를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입니다. 그 당시 모술 시는 ISIS와 연합군 간의 전쟁으로 엉망이 되어있는데, 영화는 ISIS에 대항하는 한 지역 군사 집단의 기나길고 험난한 하루를 어쩌다가 그 집단에 합류하게 된 젊은 주인공의 관점을 통해 보여주지요. 아랍계 배우들을 주연으로 캐스팅하는 가운데 영화 속 대사들을 아랍어로 하는 등 영화는 소재에 상당한 신경과 관심을 보여주긴 하지만, 그 결과물은 비교적 평범한 액션물 그 이상은 아니어서 실망스러웠고, 그러기 때문에 추천을 하기가 좀 머뭇거려집니다. 이야기 접근 방식이 나름대로 신선했지만,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더군요.  (**1/2)




thewayiseeit02.jpg


[The Way I See It]

 다큐멘터리 영화 [The Way I See It]의 주인공 피트 수자는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백악관 전속사진가로 일했던 사람입니다. 이미 로널드 레이건의 백악관 전속사진가로 일한 경력이 있던 그는 오바마의 재임기간 동안 자신이 찍었던 사진들을 나중에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더더욱 주목을 받았는데, 그에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가 그 당시 포착한 여러 인상적인 순간들을 보다 보면 도널드 트럼프가 얼마나 백악관 이미지에 먹칠을 해왔는지를 체감할 수 있고, 그는 자신의 사진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트럼프와 그의 행정부를 비판했지요. 이 사진들을 보는 동안 백악관이 비교적 멀쩡했던 시절이 그리워지지 않을 수 없는데, 앞으로 몇 년 동안 정상회복이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요. (***1/2)  




thecall01.jpg


[콜]

 지난 주말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한국 영화 [콜]을 보다보면 [동감]과 [프리퀀시] 등 여러 비슷한 영화들이 떠오르긴 하지만, 영화는 의의로 상당량의 쏠쏠한 재미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간간히 이야기가 작위적이긴 하지만, 박신혜와 전종서가 영화를 탄탄히 지탱하고 있으니 상영시간이 꽤 잘 흘러가는 편이지요. 박신혜가 성실히 중심을 잡고 있는 동안, 전종서는 그를 바탕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아주 신나게 연기하고 있는데, 보는 동안 [버닝]이 얼마나 그녀를 기능성 캐릭터로 낭비했는지를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


P.S.

 그러고 보니, 박신혜도 최근에 [버닝] 주연 배우와 공연한 적이 있지요. 




antigone01.jpg


[안티고네]

 캐나다 영화 [안티고네]는 소포클레스가 쓴 동명희곡의 캐릭터와 무대를 현대로 옮긴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이 버전의 안티고네는 이민자 가족을 둔 주인공인데, 두 오빠들 중 한 명이 경찰에 체포되고 다른 한 명이 이 와중에 죽게 되자. 그녀는 남은 오빠 한 명을 구하기 위해 과감하게 사법 시스템에게 저항하게 되지요. 영화 보는 동안 얘가 사서 고생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들곤 했지만, 결과물은 고전작품의 흥미로운 업데이트였고 그러니 살짝 추천해드립니다. (***)




andthenwedanced01.jpg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조지아 이민자 가족 출신인 스웨덴 감독 레반 아킨의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의 주인공 메라비는 조지아 국립무용단에서 훈련 받는 전통 무용 댄서입니다. 현실이 여러모로 그리 넉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데, 그러던 도중 그는 신입단원 이라클리와 오디션을 위해 같이 연습하게 되고, 그러는 동안 자신과 여러모로 다른 이라클리에게 서서히 끌리게 되지요. 보수적인 환경 아래에서의 동성 로맨스야 매우 익숙한 소재이긴 하지만, 영화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우직하면서도 섬세하게 굴려가면서 감정선을 잡아내가고 있고, 영화 속 춤 장면들은 기대만큼 좋습니다. 요즘 퀴어 영화들에 비하면 비교적 얌전한 편이지만, 영화가 작년에 조지아에서 개봉될 때 많은 난리와 관심을 야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도 세상이 그다지 많이 바뀌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지요.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5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0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07
114114 김기태 전 KIA 감독, 요미우리 2군 수석 코치 부임 [5] daviddain 2020.12.01 339
114113 보수적 세상으로의 전향 [2] 예상수 2020.12.01 606
114112 여러분, A4용지를 손만 가지고 변형시켜서 자기만의 (미술적)표현을 한번 해보실래요? [24] 산호초2010 2020.12.01 647
114111 [정치바낭] 추 vs 윤... 캐삭빵의 끝은 서울/부산 재보궐.. [31] 가라 2020.12.01 1032
114110 서른 셋이면 삼십대 초반일까요? 중반일까요? [15] forritz 2020.12.01 1261
»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0.12.01 669
114108 [회사바낭] 나는 이 회사를 왜 다니는 거지.. [9] 가라 2020.12.01 703
114107 산책 일기... [1] 여은성 2020.12.01 309
114106 [바낭] 내일부터 재택 근무 들어갑니다 [21] 로이배티 2020.11.30 1026
114105 마라도나를 추모하는 메시 [2] daviddain 2020.11.30 432
114104 무인화와 대창업시대(?),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고나서 [5] 예상수 2020.11.30 546
114103 [회사바낭] 내년에 나는 이 회사에 다닐까? [6] 가라 2020.11.30 669
114102 내 마음의 홍콩이 사라진 날 [6] 산호초2010 2020.11.30 692
114101 40대가 되니까 시간이 정말 완전 날라가지 않아요? [21] 산호초2010 2020.11.30 975
114100 [넷플릭스]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중반까지의 감상 [9] 노리 2020.11.30 499
114099 [강력스포일러] 바로 아래에 적은 '콜'의 결말에 대한 투덜투덜 [8] 로이배티 2020.11.30 742
114098 [넷플릭스바낭] 박신혜, 전종서의 '콜'을 보았습니다. 재밌는데... [16] 로이배티 2020.11.30 1119
114097 거리두기 일기... [2] 여은성 2020.11.30 321
114096 영화 콜에서 박신혜가 좀 똑똑했다면 [3] 가끔영화 2020.11.30 641
114095 죄인 3시즌 daviddain 2020.11.30 1182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