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을 보고(스포일러 유)

2022.07.05 18:36

비네트 조회 수:1219


오늘 두시 반에 상영되는 헤어질 결심을 보고 왔습니다. 

남편이 이런 예술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같이 보러 가줬네요. 고맙게도.


제가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트위터에서 지나가듯 스포를 몇 가지 본 것 같아요.

특히 남편을 죽였다<<는 스포가 제일 기억에 남는데요.

이상하게 저는 스포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궁금해서 찾아보고 가도, 영화를 보면서는 까맣게 잊는 스타일이에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서래가 남편을 죽인 것이 맞다라는 사실조차 머릿속에서 지워진채 영화를 끝까지 봤습니다. 


남편하고도 끝나고 얘기한 건데요, 저랑 남편은 서래와 해준이 산에 올라간 장면이 나올 때까지도

계속해서 '과연 서래의 모든 건 진심인가? 가면을 쓴 모습일까?'라는 의심을 했습니다. 

약간 반전 스릴러와 같은 내러티브를 떠올리면서 영화를 봤던 것이죠.

그래서 정말 남편과 눈짓으로 '분명 해준을 죽일 것이다.' 라는 메시지를 주고받았어요. 


하지만 정말 이런 저를 비웃기라도 하듯 서래는 자신의 모든 걸 쥐고 있는 증거를 해준에게 건네주었어요.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세요"라는 대사를 하자마자 제 등줄기로 전율이 흐르고 서래의 진심이 쏟아지는 바람에

제 눈물도 줄줄 쏟아져버렸습니다. 그녀의 모든 것이 진심이었더라고요.


서래의 사랑은 자신의 안위조차 버릴 수 있는 무거운 것이었어요.

그래서 결국 마지막에 여태까지 있었던 모든 일의 진실을 다 알고 있는

가장 큰 위험요소이자 증거인 자신을 바닷속으로 버리면서까지 해준을 지켰습니다. 


너무나도 슬프고 큰 서래의 사랑에,

결국 응답을 받지 못하고 파도 속으로 사라져야 했던 사랑에

눈물이 너무 콸콸 쏟아져서 혼났네요. 


탕웨이 씨에 의한, 탕웨이 씨를 위한, 탕웨이의 영화였다는 것도 절절하게 느껴졌고요.

진지한 영화를 싫어하는 남편조차도 '탕웨이라는 배우가 정말 연기를 잘 하는구나'라는 감상평을 남겼습니다. 

누가 '탕웨이의 다크써클이라도 되고 싶다'라고 했는데 정말 이렇게 완벽한 배우가 또 있을까 싶긴 하더군요.

그동안 제가 탕웨이 씨 나온 영화를 안 봐서 진가를 몰랐어요.


영화 전체적으로 굉장히 슬프고 우울한 면이 있는가 하면

가만 생각해보면 웃기는 장면도 많아서 영화 내내 침울하다 웃다가 침울하다 웃다가를 반복했습니다.

정말 희한한 영화예요.....


저는 고경표가 해준에게 깔데기로 속삭이며 힐난하는 장면, 김신영이 떨어진 자라를 줏으면서 '성격 좆같으니까 주을 때 손가락 조심해라'라고

소리치는 장면, 해준이 석류 까다가 싸잘때기 없는 얘기해서 쫑코먹는 장면이 너무 웃겼습니다;;ㅋㅋㅋㅋ


근데 이정현씨는 유태오씨랑 왜 집을 나가는 거죠?

이런 질문이 아래에도 있었는데 저도 새롭게 궁금합니다.

저는 결국 이주임이랑 바람이 났다고 생각했어요. 

아참 그리고 유태오 씨 두고 섹스리스인 사람은 또 어떤 정신 나간 인간이랍니까! 세상엔 참 불가사의한 일도 많죠.


아무튼 헤어질 결심 꼭 보세요. 재밌습니다. 


그럼 이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0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5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66
126096 [핵바낭] 또 그냥 일상 잡담입니다 [3] new 로이배티 2024.04.29 186
126095 글로벌(?)한 저녁 그리고 한화 이글스 daviddain 2024.04.28 117
126094 프레임드 #779 [2] Lunagazer 2024.04.28 34
126093 [애플티비] 무난하게 잘 만든 축구 드라마 ‘테드 래소’ [6] update 쏘맥 2024.04.28 171
126092 마이클 잭슨 Scream (2017) [3] catgotmy 2024.04.28 126
126091 [영화바낭] 영국산 필리핀 인종차별 호러, '레이징 그레이스' 잡담입니다 로이배티 2024.04.28 167
126090 시티헌터 소감<유스포>+오늘자 눈물퀸 소감<유스포> [5] 라인하르트012 2024.04.27 289
126089 프레임드 #778 [4] Lunagazer 2024.04.27 50
126088 [넷플릭스바낭] '나이브'의 극한을 보여드립니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잡담 [2] 로이배티 2024.04.27 245
126087 민희진의 MBTI catgotmy 2024.04.27 337
126086 민희진이라는 시대착오적 인물 [10] woxn3 2024.04.27 870
126085 레트로튠 - Hey Deanie [4] theforce 2024.04.27 66
126084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극장에서 보고(Feat. 파친코 김민하배우) [3] 상수 2024.04.27 210
126083 Laurent Cantet 1961 - 2024 R.I.P. [1] 조성용 2024.04.27 109
126082 뉴진스팬들은 어떤 결론을 원할까요 [8] 감동 2024.04.27 643
126081 장기하가 부릅니다 '그건 니 생각이고'(자본주의하는데 방해돼) 상수 2024.04.27 260
126080 근래 아이돌 이슈를 바라보며 [10] 메피스토 2024.04.27 567
126079 마이클 잭슨 Invincible (2001) [1] catgotmy 2024.04.26 111
126078 [KBS1 독립영화관] 믿을 수 있는 사람 [2] underground 2024.04.26 137
126077 뉴욕타임즈와 조선일보 catgotmy 2024.04.26 15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