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그렇듯 스포일러는 없구요.



1. 파이와켓: 죽음의 주문 (2017, 87분,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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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은 영화에 등장하는 악령의 이름이에요.)



 - 한 여고딩의 일상으로 시작합니다. 사랑이 넘치던 아빠를 사고로 잃었고 엄마는 수년째 그 데미지와 먹고사니즘의 빡셈에서 벗어나지 못해 정신줄을 놓고 살아요. 본인도 크게 다르진 않아요. 쌩뚱맞게 흑마술에 빠져서 같은 취미의 동기 셋이랑 고스족 스타일링으로 어울려 다니거든요.

 그러다 엄마가 아빠의 상실에서 벗어나겠다며 잘 살던 집을 팔아치우고 외딴 (대체 왜!!!) 숲 속에 처박힌 집으로 강제 이사를 하면서 문제가 커집니다. 엄마야 원래 집이 아빠 생각나서 힘들다지만 딸은 같은 이유로 거길 떠나기 싫었고. 딸 입장에선 사는 힘이 되어준 친구들을 엄마는 이사 -> 전학 콤보로 떼어내려 하고. 결국 터진 선 넘은 말다툼에 이성을 잃은 딸은 본인의 수집템을 총동원해서 엄마를 저주하는 흑마술을 시전해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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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순하고 착한 처자입니다만. 인생 아작나는 건 순간의 선택인 것...)



 - 그러니까 결국 엄마와 딸 얘깁니다. 이런 장르물에선 흔한 설정으로 엮인 사이지만 영화는 이걸 되게 진지하게 열심히 꾸며서 보여줘요. 엄마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걍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고 망가진 사람일 뿐이며 사실 딸을 사랑하죠. 딸도 마찬가지로 순간 욱해서 일을 쳤을 뿐 엄마를 사랑하고 심지어 그간 내내 꽤 장한 딸이었어요. 그리고 포인트는 딸이 사고를 친 직후에 엄마가 정신을 차리고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기 시작하며 딸에게 용서를 받는다는 겁니다. ㅋㅋㅋ 이게 이 영화의 포인트에요. 착실히 쌓은 드라마로 관객들을 캐릭터들 사연에 이입 시켜서 '으앙아아아 안돼 그러지마!!!!' 라는 감정을 극대화하고, 호러 효과의 효율을 높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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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이래뵈도 헐리웃에서 나름 꽤 활동했거등~ ㅋㅋㅋ 실제로 이 분 연기가 영화를 캐리해줍니다.)



 - 87분짜리 영화에서 이렇게 드라마에 몰빵하다보니 호러는 거의 막판이 되기 전까지 별 거 안 나옵니다. 예의상 살짝살짝 나오긴 하고 분위기도 열심히 깔지만 그래도 약해요. 그저 '파국이 있을 거다! 지금부터 미리 안타까워 하렴!!' 이라는 신호 정도. 아마 여기서 일단 호불호가 갈리겠죠. 호러라고 해서 봤는데 87분짜리 영화에서 진짜 초자연 현상스런 사건이 첫 등장하기까지 거의 한 시간이 걸리니. ㅋㅋ 그나마 뭔가 나오기 시작해도 역시 '결정적인 건 감추고 안 보여주기' 스킬을 시전하면서 클라이막스 한 방에 다 터뜨리는 식이거든요. 화끈한 호러가 좋으면 보지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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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장면만 한 시간 봐야 호러스러운 뭔가가 나와요. ㅋㅋㅋ)



 - 그래서 아끼고 아낀 그 클라이막스는... 괜찮습니다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주인공의 행동인데, 평생 호러 영화 한 번 안 보고 자란 애처럼 굴어요. 영화의 사실적인 톤과는 맞습니다만 (막말로 저라고 해도 갑자기 악령이 집에 튀어나와 난리를 치면 제대로 대응 하겠습니까. ㅋㅋ) 호러 영화 관객 입장에선 복장이 터질 수밖에 없죠. 두번째도 주인공의 행동인데... 마지막 선택이 전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감독이 원한 마무리를 위한 억지 전개 외엔 생각할 길이 없는데 그 억지도 선을 넘고 결과도 맘에 안 들고... 그래서 '입맛 버리는' 마무리가 펼쳐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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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호러 영화 맞다는 거!!)



 - 드라마를 키워 작은 호러를 더 강렬하게 전달하자!는 컨셉의 영화입니다. 그리고 꽤 먹혀요. 취향은 타겠지만 적어도 감독 본인 의도대로 준수하게 해냈구요.

 하지만 그걸 다 클라이막스와 결말에서 까먹고 '이게 뭐꼬!!!'라는 감상을 남깁니다. 많이 아까워요. 조금만 손 봐도 훨씬 괜찮은 소품이 될 수 있었을 텐데요.

 암튼 글 제목대로 깔끔하고 단호한 비추를 드립니다. ㅋㅋ 초중반까진 썩 좋게 봤는데, 이래서 뭐든 마무리가 중요한가 봅니다.



 + 엄마 역 배우가 낯이 익어서 확인해보니 영화판 '미스트'의 히로인이셨더군요. 반가웠어요. 연기도 좋았구요.




2. 블랙 할로우 케이지(2017, 105분,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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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틀 엔젤 알리타!!!!! 는 아니구요. 뒤에 보이는 게 이 분 사는 집인데 센스가...)



 - 인디 호러의 영원한 벗, 외딴 곳의 외딴 집입니다. ㅋㅋㅋ 아빠, 딸과 개 한 마리가 살아요. 부녀 사이는 당연히 안 좋고 엄마는 왜 없는지 모르겠는데 딸은 개를 엄마라고 부릅니다. 딸에겐 한쪽 팔이 없어서 도입부에 최첨단 의수를 장착하게 되는데 딸은 그 의수도 별로고 사용 연습은 더 싫고... 암튼 대충 이런 상황이 다 제시되고 나면 딸은 산책 중에 어디서 갑툭튀 했는지 모를 커다란 검은 큐브(=블랙 할로우 케이지!)를 발견하는데. 그 안엔 '그들을 믿지 마라'는 쪽지가 들어 있어요. 뭔데? 하고 집에 돌아가는데 어라. 아빠가 어디서 심하게 다친 예쁜 여자랑 갸 동생을 줍줍 해왔네요. 아무리 봐도 수상해 보이는데... 얘들은 뭐고 그 큐브는 무엇이며 쪽지는 뭘까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과연 답이란 게 있기는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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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드립 죄송하지만 두 분 머리 크기가... 음...;;)



 - 일단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집'입니다. ㅋㅋㅋ 뭔가 돈이 썩어 넘치는 은퇴 연예인이 취미 삼아 자아실현 삼아 강원도 구석에 지어 놓은 아주 예쁘고 폼 나며 끔찍하도록 살기 불편한 집 같은 느낌. 영화 규모를 생각하면 따로 지은 건 아닐 텐데... 암튼 그 탁월한 예쁨과 비실용성 때문에 영화 내내 톡톡히 공헌을 해요. 미장센에도 공헌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도 조성하고 뭐 그렇죠. 게다가 이게 사실 SF거든요? 개의 '생각'을 번역해 들려주는 스피커에다가 뇌파로 조종하는 의수까지 나오니까요. 이런 분위기에도 역시 잘 맞는 집이니 적어도 이 영화에선 아주 실용적이었던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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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엄마 역할을 개가 연기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겠죠.)



 - 미스테리가 참 많은데 영화는 의도적으로 불친절합니다. 불친절함으로 미스테리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영화들 있잖아요. 예를 들어 '엄마의 부재' 같은 건 여러모로 드라마상으로 중요한 떡밥인 동시에 진상을 알고 보면 정말 특별할 것 없는 부분인데요. 영화가 그 정보를 알려주는 건 스탭롤 올라가기 1분 전입니다. ㅋㅋㅋ 대사 한 줄, 5초면 설명이 끝날 부분인데요. 이런 식으로 정보를 꽁꽁 싸매고서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데 주력하는 영화이고 그게 핵심 컨텐츠에요. 그런 '분위기'를 즐기는 걸 좋아하는 분들만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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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 얼굴까지 그 '분위기'를 생각해 열심히 고른 느낌입니다.)



 - 그래도 마지막엔 거의 다 설명이 됩니다. 큐브의 정체 빼곤 다 깔끔하게 정리가 되는데 그건 뭐 영화의 주제와 관련된 이런저런 상징이라고 설명하면 되구요. 다만 그동안 깔아 놓은 신비로운 분위기가 꽤 그럴싸했기 때문에 그 반대 급부로 사건의 진상을 알게되는 순간의 감흥은 좀 떨어집니다. 너무 평범해서 그간 즐긴 신비로움을 많이 까먹어요. '그럼 그 장면은 뭐야. 그럴 이유가 없는데 걍 분위기 잡자고 오바했구나?' 같은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많구요.


 특히 폭력 장면들이 그렇습니다. 많지는 않아요, 장르를 생각하면 수위도 평범하구요. 하지만 진상을 다 알고 나면 그게 거의 불필요한 장면들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게 문제. 관객들 지루해할까봐 그랬군!! 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데 애초에 감독 본인이 이렇게 느릿느릿한 영활 기획했음 거기에 자신감을 갖고 올인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죠. 특히나 그걸 연기하는 게 10대 배우라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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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었음 짤 없이 청불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국내 등급이 청불 맞더군요. ㅋㅋㅋ)



 - 할 말은 다 했습니다. 걍 다크하게 신비로운 분위기와 예쁜 그림들만 즐겨도 좋다는 분들만 보세요.

 약간 심리학 교재스럽게 '트라우마에 반응하는 인간 심리와 극복의 단계' 같은 얘길 하는 영화이니 이런 것 따져보기 즐기는 분들에게도 나쁘지 않겠구요.

 '파이와켓'과 마찬가지로 컨셉 잘 잡고 잘 끌어가다 뒷심 부족으로 마무리에서 맥이 좀 빠지는 영화였어요.

 그래도 뭐 망작이고 시간 낭비고 그런 수준은 아니고 '괜찮다가 영 아쉽게 끝나네' 정도?

 근데... 사실 포스터의 소녀 이미지에 꽂혀서 본 영화였고 그래서 만족했습니다. ㅋㅋㅋㅋㅋ 보는 중에 기대치가 좀 올라가버렸던 게 문제였죠.



 + 스페인 영화지만 모든 배우가 영어로 연기합니다. 아빠역 배우는 아예 영국인인 듯 하구요. 뭐 사정이 있었겠죠.


 ++ 14군데의 각종 환타지/호러 영화제에 노미네이션 되어 딱 한 개만 받았는데 그게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입니다. 심사위원 특별상이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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