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도 이 제목을 한 번에 쓰질 못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 또다시 검색해서 붙여넣었어요. 저는 같은 감독들의 [스위스 아미 맨]에서 해리 포터가 여러모로 망가져서 등장한다고 하길래, 끝내주는 이상한 영화를 볼 수 있겠다 싶어 극장에 갔고 '음, 대중성을 위해 힘을 아꼈군.'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나름대로 즐겁게 보고 왔습니다. 아무래도 깔끔하게 정리하는건 제 성향이 아닌듯 해서 아무렇게나 늘어놓도록 할께요.


몇 년 사이에 다중우주가 대중성을 얻게되는 이 시류의 근원을 뭘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로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릭 앤 모티]... 쓰고 나니 거의 대부분 마블 영화군요. 이 영화도 시나리오는 2010년부터 쓰기 시작해서 고쳐나갔는데, [릭 앤 모티]를 보고 매우 괴로웠다고 합니다. 잠시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좀 더 분열증적이 되어가는데 익숙해진다는 생각을 펼쳐볼까 했는데 (그렇잖아요? 부캐 열풍도 그렇고) 그저 마블의 술수에 놀아난 기분이 드는군요. DC도 이 게임에 뛰어드려나 보지만. (이 영화에도 루소 형제가 참여했다고 하니 마블의 그림자가 조금 느껴지는군요.)


저는 보면서 참 비유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다중우주의 갈래가 인간의 선택같은 거시적인 문제로 분화되지도 않을 것이고, 그 분화의 방향도 더 좋은 것과 더 나쁜 것으로 가치판단하지 않을 겁니다. 즉 가장 최악의 분화 위치에 있다고 해서 다른 방향으로의 점프가 더 쉽게 될리 없고, 모든 위치는 상대적이라 어떤 시작점에서 다른 위치로 가는건 동일하게 어려울 뿐이었겠죠. 인간의 관점에서 최악(?)의 위치인들 우주의 관점에서는 원자의 배열 차이였을 겁니다.


요즘 다중우주의 클리셰를 하나 골라보자면, '갈 수 있는 우주들이 다들 비슷비슷한 이유는 외부의 누군가가 조작 중이며, 어쩌면 그걸 파괴하는 결말일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에에올의 우주간 점프를 떠올려보면, 점프 요건 자체에 비슷한 자신이 거기에 있어야 된다고 하면 말이 안 맞지는 않겠죠. 에에올 세계는 절대시간축을 기준으로 모두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이고요. 중요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이쯤 떠들고...


저는 이 영화를 일부, 이블린이 자신들 중 한 명에게서 퀴어 정체성을 깨닿고 딸을 이해하게 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고백이었던 첫 점프의 요건도 의외로 의미심장한게 아니었나 싶고요. 조이 속(?)에 있는 어떤 것(?) 때문에 조이의 모든게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장면도 재미있었는데요, 그런 것도 그냥 조이 자신이란걸 왜 부모님들은 이해하기 그렇게 힘들어하시는지. 자식을 분열시켜 일부분을 악으로 절제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익숙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의 결말이 좀 의문스러워요. 인생은 충분히 허무하다, 라는 질문에 가족주의로 답한건 아니죠?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라는 그 말로 해결된 것도 아니구요. 제 기억에 가족주의스럽게 조이를 이블린이 잡고, 이블린을 웨이먼드가 잡고, 웨이먼드를 할아버지가.. 잡아 끌어 베이글에서 건져내었다가 다시 '너 하고 싶은대로 해라'하고 놓아줬던 것 같거든요. 조이가 자의로 다시 빠져 나오는거죠. (다른 우주들에서도 이중의 반전으로 구성되었죠. 역시 한 번 봐서는 안 될 영화일까요.)


여튼 자식 사교육은 적당히 시켜야지 너무 심하게 시키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인과응보를 받게 된다, 는 교훈이었습니다. 다른 것보다 어떤 면에서 중구난방인게 정말 즐거웠는데, 그 중 알파 웨이먼드가 이블린이 대처를 잘 못하자 휙 떠났다가 꽤 잘하니까 다시 돌아와서 영웅이다고 말하는 부분 같은게 재미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지루할 것 같은 국세청에서 이야기 절반이 진행된다는 것도.


P.S. 장난감 눈알은 대체 뭘까요?


P.S.2 아, 시나리오가 남자 주인공이었는데 여자 주인공으로 고쳐썼다고 합니다. 남주였으면 어휴, 제 입장에선 꽤 지루해졌을 거고 보러 안 갔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성룡을 캐스팅하려다가 못 했다는 이야기를 봤는데 저는 남편 역을 못 했다는 이야기인줄 알고, 못한 게 더 낫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성룡을 주인공으로 하려고 했다고 하더군요? 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1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6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79
126099 구글에 리그앙 쳐 보면 new daviddain 2024.04.29 44
126098 의외의 돌발변수가 출현한 어도어 경영권 전개... new 상수 2024.04.29 181
126097 눈 체조 new catgotmy 2024.04.29 40
126096 [핵바낭] 또 그냥 일상 잡담입니다 [5] update 로이배티 2024.04.29 256
126095 글로벌(?)한 저녁 그리고 한화 이글스 daviddain 2024.04.28 132
126094 프레임드 #779 [2] Lunagazer 2024.04.28 38
126093 [애플티비] 무난하게 잘 만든 축구 드라마 ‘테드 래소’ [8] update 쏘맥 2024.04.28 191
126092 마이클 잭슨 Scream (2017) [3] catgotmy 2024.04.28 139
126091 [영화바낭] 영국산 필리핀 인종차별 호러, '레이징 그레이스' 잡담입니다 로이배티 2024.04.28 180
126090 시티헌터 소감<유스포>+오늘자 눈물퀸 소감<유스포> [5] 라인하르트012 2024.04.27 311
126089 프레임드 #778 [4] Lunagazer 2024.04.27 52
126088 [넷플릭스바낭] '나이브'의 극한을 보여드립니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잡담 [2] 로이배티 2024.04.27 259
126087 민희진의 MBTI catgotmy 2024.04.27 362
126086 민희진이라는 시대착오적 인물 [10] woxn3 2024.04.27 915
126085 레트로튠 - Hey Deanie [4] theforce 2024.04.27 69
126084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극장에서 보고(Feat. 파친코 김민하배우) [3] 상수 2024.04.27 225
126083 Laurent Cantet 1961 - 2024 R.I.P. [1] 조성용 2024.04.27 112
126082 뉴진스팬들은 어떤 결론을 원할까요 [8] 감동 2024.04.27 668
126081 장기하가 부릅니다 '그건 니 생각이고'(자본주의하는데 방해돼) 상수 2024.04.27 271
126080 근래 아이돌 이슈를 바라보며 [10] 메피스토 2024.04.27 59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