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 <백야행>을 보고...;;

2011.01.28 17:02

프루비던스 조회 수:2701

원작소설 백야행을 꽤 재미있게 읽은 터라 한국영화 버전 백야행에는 상당히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지요. 원작소설의 방대함을 용케 2시간에 구겨넣은 점만 빼면 원작 주인공들의 막가파식 위험성과 야심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는 듀나님의 지적에 동의하는 편이었구요. 게다가 연출이 너무 구렸지요. '우리 피해자예요' 징징대는 식의 뽕끼 작렬 음악 과잉에(그 백조의 호수는 대체 멍미...) 영화에 전혀 걸맞지 않은 문어체 대사, 삐걱거리는 연기 등등 불만스런 부분이 아주 많았더랬지요. 아름다운 고수씨의 화보만 유일한 수확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대다수에게 호평받았던 일드판 백야행에 기대가 컸는데 이게 웬일...;;

일드판도 원작소설에서 백만광년 떨어져 있기는 매한가지네요. 아니, 어떤 면에선 한국영화판보다 훨씬 더 원작소설과 거리가 멀어요. 특히 주인공 캐릭터와 관계 말이지요.

 

원작소설의 유키호와 료지는 뭐랄까.. 제겐 스파르타쿠스의 바티아투스 부부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비록 루크레시아가 짐승남과 바람을 피우긴 했습니다만 그녀의 사랑에서 1번 순위는 뭐니뭐니 해도 남편 바티아투스였다고 생각해요. 루크레시아는 죽을 때도 남편을 찾아가서 죽었죠. 바티아투스도 루크레시아를 사랑했다는 것은 의심할 필요도 없구요. 그들 부부의 단단한 정신적인(+변태적인 육체적인 사랑;;) 사랑을 묶어주는 매개체는 격렬한 물질적 욕망이라는 점에서도 저는 유키호와 료지의 기묘한 사랑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원작에서 유키호는 료지가 있음에도 다른 남자(남편 말고)에게 눈길을 주는데, 이게 왠지 남편이 있음에도 검투사를 동시에 사랑한 루크레시아를 연상시키더군요. 바티아투스 부부와 유키호/료지 커플에게 사랑이 중요하냐 돈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은 불필요할 것 같아요. 그들에게 사랑은 곧 돈이고 돈은 곧 사랑이었을 테니까요. 뭐 물론 바티아투스보단 료지가 더 순정적이고 유약하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일드판 백야행도 한국영화판 백야행 못지않게 아니, 어떤 면에선 한국영화판보다 훨씬 피해자 코스 쩔고 신파 과잉이라서 많이 실망했습니다. 게다가 음악이 너무너무 많이 깔려서 보는 내내 괴로웠어요. 원작소설을 읽지 않고 봤다면 아주 색다르고 재미난 드라마였을 수도 있겠는데... 좀 아쉽네요.

 

덧. 유키호의 아역배우가 이연희를 빼닮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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