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유령 작가>, 오늘 아침에는 <방자전>을 봤습니다.

금요일 저녁 CGV였는데 <유령 작가> 상영관이 한산하더군요. 게다가 개봉한 지 2주도 아직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상영 시간이 드문드문하게 잡혔더군요. 이해가 안 됩니다. 영화관에 오는 관객 대부분은 폴란스키 감독의 추문에 신경 쓰지 않을 테니, 이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이라면 입소문이 나서라도 흥행을 좀 할 만 한데 말입니다.

구글링만으로 참 많은 걸 알 수 있다던가, 주인공은 증거물을 던전에서 득템하는 식으로 쉽게도 얻는다던가 하는 식의, 스릴러물에서 흔히 느끼는 단점들이 없는 건 아닌데 빡빡하게 조여들어 오는 분위기가 참 밀도 있게 느껴지더군요. <조스>에서 상어가 공격하는 것도 아닌데 음악과 우왕좌왕만으로 관객을 공포에 휩싸이게 하는 그 유명한 해변씬을 본 기분이랄까요.

마지막에 최종 수수께끼를 푸는 장면의 플롯은 사실 좀 갸웃... 하기는 했습니다.

맥카라는 회고록을 쓰는 내내 루스가 CIA 에이전트임을 알고 있었던 걸까요? 그렇지 않고서야 단서를 모든 챕터의 서두에 끼워 넣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맥카라가 회고록을 쓰는 도중에, 아니면 초고를 다 쓴 다음에 루스가 배신자임을 알았다면 그 엄청난 두께의 물건을 상당 부분 뜯어 고쳤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악몽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이야기군요. 아니면 책의 내용이 갈팡질팡하는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서두 부분만 얼렁뚱땅 뜯어 고쳤을 텐데, 사실 이 편이 고스트 라이터가 초고를 읽어본 다음 으악! 하는 표정을 짓는 것에는 더 부합하는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또 아멜리아 블라이는 그 beginning's'에 비밀이 숨어 있다는 말을 왜 고스트 라이터에게 해 주었는지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애초에 아멜리아 블라이가 그 초고에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입니다. 아담 랭이 죽은 다음 아멜리아는 끈 떨어진 신세가 되긴 했지만 미국 사람들이 beginning's'에 국가 안보 기밀이 숨겨져 있다고 이야기했다면 관심을 가질 만 하고, 비밀을 알면 누군가에게 유출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명색이 전 영국 수상의 비서이니 영국 정치권에 아는 사람이 없다면 이상한 일이지요. 물론 아담 랭의 오랜 비서였다는 것 때문에 함부로 나설 계제는 아니긴 하지만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제가 CIA 에이전트라면 루스 랭이 남편의 유품이라 할 수 있는 그 원고를 가지고 싶어한다는 이유로 반환을 요구해 수거하지 그런 이야기를 굳이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과연 아멜리아 블라이는 CIA의 또다른 에이전트였을까요?

 

(번역이 그 '홍주희' 씨던데 혹시 번역이 잘못 되어 제가 놓친 부분이 있는 겁니까?)

 

원작이 로버트 해리스라고 나오길래 저는 '아, 역시 명불허전!' 하면서 극장을 나왔습니다. 로버트 해리스가 <폼페이>를 썼다고 하길래 그 사람이 언제 로마 시대까지 영역을 넓혔데? 역시 대단해!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로버트 해리스가 영국인이었나? 하는 생각까지 했죠. 슬슬 뭔가 이상해집니다.

예, 저는 로버트 해리스를 토마스 해리스로 착각했던 것입니다. (......)

정작 저는 로버트 해리스의 책을 단 한 권도 안 읽었던 거지요. 그런데 왜 이렇게 이름이 낯익은가 했더니 이게 다 닉 혼비 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로버트 해리스는 닉 혼비의 매제입니다. 그리고 전 최근에 닉 혼비의 책을 읽어서 혼비가 자기 매제와 여동생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봤고요. 로버트 해리스가 신작 소설을 쓰는데 3년인가 5년인가 걸렸는데, 그 동안 자기 여동생이 로마 하수도에 대해 줄창 듣고 앉아 있었을 걸 생각하니 여동생에 대한 존경심이 엄청 생겼다나요. 

 

뭐, 그저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로버트 해리스의 책을 사 읽을 마음이 좀 생겼는데 이 작가의 책이 원서로 읽을 만한 수준인지를 모르겠군요. 폼페이를 원서로 읽겠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지만 <고스트>는 인물들 간에 주고받는 대사가 귀에 쏙쏙 꽂히는 편이었기에 일상 회화 공부라도 할 겸 해서 원서로 읽어볼까 합니다.

 

 

방자전은 그냥 그랬습니다. 제가 한국 영화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인물들의 대사가 종종 씹혀서 잘 들리지가 않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놓친 대사가 몇 개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영화가 중간중간 늘어지면서 힘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른 분들이 많이 감탄하는 변학도에게서도 불쾌감만 느껴져서 몰입을 못 하겠더군요. 제가 정말 싫어하는 타입의 캐릭터여서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쪽쪽 끼쳤습니다. 그렇게 야하지도 않았고 누군가 특정 부위를 수술한 게 안 예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경이 쓰이기도 했고요. (...)

방자는 (인물들 중 가장) 건실하고 헌신적이었지만 딱 거기까지였고. 오히려 영화 보는 내내 짜증이 치솟게 했던 몽룡이가 캐릭터 쪽에서는 가장 건질 만 했던 것 같습니다.


초반에 방자가 춘향을 업고 내려가던 꽃길은 참 예쁘더군요. 미리 손질을 해 놨겠지만 적당히 자연적으로 보이면서도 꽃들이 알록달록 조화를 잘 이루고 있었어요.

 

초반의 몇 분을 놓쳐서 방자와 소설가가 마주 앉아서 소설가 왈, 아 이 서방 이야기라면 당연히 재미있겠지.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부터 봤습니다. 그 전에 어떤 장면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실 분 계신가요? 그리고 좀 난감한 대사인데, 마 영감이 죽을 때 자위를 하며 가셨다는 선생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그 크기는! 하니 방자가 얼마나 했는데요? 하고 물은 다음 마 영감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들으신 분 댓글 좀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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