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1 13:30
전 직장 후배 중에 그런 아이가 있었어요.
어디가서 뭘 하든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납니다.
등산 가면 발목 삐어서 업혀 내려오고
여행 가면 외진데서 차 고장나고, 뭐 잃어버려 고생하고
쇼핑몰에 주문을 잘못해서 엉뚱한 물건이 오고 (말도 안되게 얇고 흐느적 거리는...거지 같은 티셔츠 등등)
술마시면 넘어지고 구르는 실수를 할 때도 있고요.
처음엔 '골 때리고 재밌는 캐릭터네' 정도로 생각했어요.
당사자도 그런 일들을 전할 때면 '어쩜 내 인생인 이렇게 시트콤 같은지~ 나한테만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난다.'며 즐거워하는 것 처럼 보였고요.
그런데 그게 몇년을 같이 지내다 보니... 사고의 횟수가 너무 잦아요. '너 이번엔 그럴 줄 알았어'하는 패턴 같은 것도 파악이 되고...
보다보니 '부주의'한 거였어요. 매번 다치고, 잃어버리고, 사고나고...
그리고 당사자의 자세도 좀 다른 각도로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본인이 그런 일을 겪을 때 주위 사람들이 웃고, 걱정하고 챙겨주는 걸 즐기는 게 보였어요.
그리고 그런 일들을 전할 때 자기를 좀 남다른 사람으로 묘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얘기는 주로 술자리에서 하게 되죠. 자기 얘기에 웃고 즐거워 하는 사람들을 보는게 좋았을 수도 있고, 술김에 과장이 되기도 했을 겁니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두번인데, 어느 순간 들어주기 지치더라구요.
진지하게 얘기를 했습니다.
'내가 보기엔 니가 부주의한 면이 있다. 그래서 어디가나 사고가 생기는거다. 깔깔거리면서 재밌어 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조심성을 갖는 게 좋을 것 같다' 고요.
'그런가...' 하더니... 뭐 똑같더군요. ㅎㅎ
그 후에도 여전히 술 마시고 구르고, 크고 작은 접촉 사고 및 상해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인지 주위엔 잘 챙겨주는 언니/오빠들이 많구요.
어찌 보면 그런 방식으로 관심과 애정을 모으는데 익숙해진 건가 싶었습니다.
사실 그런 사람을 더 챙겨주게 되긴 하죠.
그래도 자꾸 사고가 생기면 본인도 지칠법 한데... 부주의함은 신기할 정도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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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에겐 보호본능을자극하는..)
실수 안할려고 열심히 노력하면 되려 민폐쟁이로 찍히기 딱좋더군요. 그래서 인지 성격도 소극적으로
변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