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런 저런 이유로 친구 집으로 이사를 들어갔습니다. 

일단 여러사람과 집을 나눠쓰는 기숙사같은 집에 질리기도 했고 

집 바로 앞 도로에 버스가 지나다녀서 잠을 제대로 못 자와서

친구의 이사 제안을 받은 김에 홀랑 이사를 했습니다.

써놓자니 간단한데 본래 살던 방에 들어와살 사람 찾고 계약하고

짐 싸고 짐 옮기고 하다보니 일이주가 정신 없이 지났습니다. 


2. 저는 지난 10년 동안 이사를 10번도 넘게 했는데

아무리 해도 적응이 안됩니다. 짐은 점점 줄어드는데도 힘드네요.


3. 친구 집의 작은 거실 겸 부엌에는 큰 창이 나있고, 창가에 화분이 설치되어있습니다.

친구가 나름 허브를 심어놨습니다.

죄 잡초같지만 로즈마리, 민트, 라벤더로 꽉 차있습니다. 

4. 같이 사는 친구의 아버지가 이 나라의 국민배우이십니다.

친구 아버지께서 같이 사는 친구가 늘었다고 먹을 것을 챙겨서 보내셨어요.

역시 기본 먹거리 챙겨주는 게 다르긴 하더군요. 우리는 쌀, 김치, 멸치, 김, 라면 오형제가 떠오르는데

스파게티면, 파스타면, 긴 쌀, 토마토 소스, 치즈 이렇게 보내주셨어요.

--- 

집이 밝고 환하고 조용해서 마음에 드는데 더 마음에 드는 것은


5. 룸메이트 아그네스

입주 첫째날 친구의 메모(영어도 아니라 사진 작게 했어요)

번역: 좋은 아침! 너를 깨우지 않았길 바라. 아그네스 아직 밥 안 먹었어. 점심 때쯤 보자. 


아그네스가 누구냐면

올해로 열두살이 됩니다 아그네스 더 고양이

죽기전까지의 과제는 체중감량

친구처럼 조용하고 사뿐사뿐하고 순해요.


6. 천사같은 친구

이건 둘째날 받은 메모입니다.

번역: 중요한 알림!
발코니에 알 품고 있는 비둘기가 있으니 
비둘기의 믿음을 얻기 위해선 
비둘기에게 친절하게 대해야해.

발코니를 뒤져보니....

진짜 비둘기가 있네요. 알을 품고 있어요. 


친구가 유기농 눌린 귀리까지 사서 먹이고 있어요.(친구는 마트 PB상품 수상한 소세지 먹고 있...)

"비둘기는 알 품는 동안 아무것도 못 먹는대... 그래서 내가 밥 주려고. 일부러 유기농으로 사왔어."

아이 따스한 사람 같으니라고. ㅜㅜ 웬지 우리의 소세지 접시를 보니 눈물도 날 거 같고 그랬습니다. 


7. 집도 좋고, 친구도 너무 착해서 같이 사는 동안 잘 지내고 싶어요.

제가 살던 방에 들어온 로랑 더 후렌치가이가 집에 불 안 지르고 잘 살아줬음 좋겠네요.


그럼 모두 좋은 밤 되세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0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64
126096 [핵바낭] 또 그냥 일상 잡담입니다 [2] new 로이배티 2024.04.29 126
126095 글로벌(?)한 저녁 그리고 한화 이글스 daviddain 2024.04.28 100
126094 프레임드 #779 [2] update Lunagazer 2024.04.28 32
126093 [애플티비] 무난하게 잘 만든 축구 드라마 ‘테드 래소’ [6] update 쏘맥 2024.04.28 144
126092 마이클 잭슨 Scream (2017) [3] catgotmy 2024.04.28 112
126091 [영화바낭] 영국산 필리핀 인종차별 호러, '레이징 그레이스' 잡담입니다 로이배티 2024.04.28 151
126090 시티헌터 소감<유스포>+오늘자 눈물퀸 소감<유스포> [5] 라인하르트012 2024.04.27 265
126089 프레임드 #778 [4] Lunagazer 2024.04.27 50
126088 [넷플릭스바낭] '나이브'의 극한을 보여드립니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잡담 [2] 로이배티 2024.04.27 234
126087 민희진의 MBTI catgotmy 2024.04.27 325
126086 민희진이라는 시대착오적 인물 [10] woxn3 2024.04.27 839
126085 레트로튠 - Hey Deanie [4] theforce 2024.04.27 62
126084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극장에서 보고(Feat. 파친코 김민하배우) [3] 상수 2024.04.27 201
126083 Laurent Cantet 1961 - 2024 R.I.P. [1] 조성용 2024.04.27 107
126082 뉴진스팬들은 어떤 결론을 원할까요 [8] 감동 2024.04.27 628
126081 장기하가 부릅니다 '그건 니 생각이고'(자본주의하는데 방해돼) 상수 2024.04.27 252
126080 근래 아이돌 이슈를 바라보며 [10] 메피스토 2024.04.27 556
126079 마이클 잭슨 Invincible (2001) [1] catgotmy 2024.04.26 111
126078 [KBS1 독립영화관] 믿을 수 있는 사람 [2] underground 2024.04.26 132
126077 뉴욕타임즈와 조선일보 catgotmy 2024.04.26 15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