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리기 직전에 오늘 봤어요.

2011.11.07 06:58

감자쥬스 조회 수:1313

개봉 일주일 지나니까 상영회차에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달랑 1회차.

개봉 전 반응이 시들시들해서 별로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정향이 9년 만에 들고 나온 영화니

한번 봐줘야 할 것 같아서 봤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오글오글거리는 대사가 영화의 취약점이었습니다. 이 대사만 어떻게 좀 자연스럽고 깔끔하게

처리됐어도 영화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을것 같군요.

이정향이 집으로 끝내고 한 2년 푹 쉬다가 이 작품 시나리오에만 매진했다고 하는데 열심히 노력한 흔적은

보입니다. 다만 대사에 너무 힘을 쏟아서 전혀 자연스럽지가 못해요. 등장인물들끼리 대화하는게 아니라 혼자서

다들 독백하는것 같아요. 상대방 물음에 어떻게 하면 더 멋지고 예쁘고 근사한 말로 대꾸해줄까 고민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원래 영화나 문학이라는게 일상적인 대화톤으로 진행되는건 아니지만 오늘은 그 정도가 심해요.

대사만 등장하면 무슨 어록 만들기 강박증에라도 걸린듯 작위적인 독백톤의 대사가 줄줄이 나오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밀양과 너무 유사해서 비교가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습니다.

밀양 전에 나왔다면 평가가 후해졌겠지만 밀양과 비슷한 설정과 물음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우습게 비교되기 십상이에요. 굉장히 얄팍하고 소녀 감상 같아 보이죠.

연기 질도 밀양과 너무 비교되고요.

그러나 밀양을 떠나서 보면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플래시백이 지나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전반적인 완성도도 무난하고

송혜교 연기도 지금까지 송혜교가 출연한 영화들 중에선 가장 좋았습니다.

이제는 예전의 그 특유의 흘리는듯한 대사톤이 없네요.

그리고 남지현, 목소리톤이 너무 거슬렸습니다.

영화의 폭력 수위가 상당히 높은데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선명하지 못해 답답했어요.

남지현 캐릭터는 미술관 옆 동물원의 춘희랑 겹치는 부분이 꽤 있더군요.

 

영화는 계속해서 물음을 던지는데 고민해볼만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가해자에 대한 용서가 좋기만 한것일까? 등등의 심각하고 머리 아픈 물음을 계속 던지죠.

너무 자주 그래서 피곤하기도 했어요. 왜 자꾸 해답없는 물음만 던지는것일까.

답을 관객한테만 미루는것 같아 안일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감독이 감당할 수 없는 소재를 욕심을 부려서 도전한 것 같아 보입니다.

이정향은 너무 쉬었어요. 집으로가 대박 났기 때문에 충분히 차기작을 금방 내놓을 수 있었는데

너무 오래 쉬다 보니 영화나 시나리오에 대한 감이 무뎌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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