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삼촌 브루스 리 (스포있음)

2012.03.27 19:40

디나 조회 수:1236

 

   지난주에 백년만에 씨네21을 보다가 작가 인터뷰가 있어서 그냥저냥 읽다가 책 내용에 약간 호기심이 들어서 서점에서 주르르륵 훑어봤습니다. 작가의 전작은 본적이 없고 대충

  정서는 박민규의 그것과 비스므리 해 보였는데... 사실 저 또한 이소룡에 대한 기억이 있긴 있거든요. 저는 이소룡 영화 보면서 아뵤할 연령대는 아니지만 (82년생) 단지 그와 실루엣이

  약간 비슷하다는 이유로 머리길이가 어정쩡할때 항상 이소룡 닮았다는 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사실 하나도 안닮았어요. 그런데 변영주 감독이 자기보고 임순례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고 사람들이 디테일은 안보고 대충 실루엣만 보고 판단한다고 이야기할때 정말 캐공감했습니다. 이소룡 영화는 오히려 다 크고나서 케이블에서 우연히 봤는데 물론 한참 시간이 흘러

  만난 이소룡은 경의의 대상은 아니고 조금 코믹한 캐릭터였죠. 아니 많이. (그렇다고 영구수준은 아니고) 특히 맹룡과강이 제일 기억에 남는데 이소룡이 처음 로마에 와서 레스토랑에서

  주문을 잘 못해서 스프만 대여섯가지 놓고 개처럼 킁킁거리면서 떠먹는 장면을 (대학시절) 학교 식당에서 재연하면서 킥킥거리면서 놀았고....(진짜 유치하죠....) 설날맞이를 하는데

  갑자기 주먹을 불끈쥐어서 상대를 긴장시켜놓다가 갑자기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툭 치는 장난을 하는 장면..... 콜로세움에서 척노리스를 개패듯이 패고 마지막에 숨통을 끊어놓으며

  분노와슬픔과 회환과 죄책감이 믹스된 기묘한 표정( 그유명한 싱하횽) 을 짓는 장면 등등....을 흉내내고 놀았씁니다. 중학생도 아니고 무려 스무살 초반에요!!!!!! 어쩌면 몇넌후에 유행

  한 싱하형패러디보다 제가 먼저였다고 할수있죠.... 싱하형이 한창 유행할때 제가 그 표정만 지으면 주변에서 다들 자지러졌는데 그래서 저는 진짜 비슷한가? 하고 거울보고 했더니

  진짜 하나도 안비슷해서... 사람들 눈썰미가 이래서야 원....이랬던 기억이 납니다......

 

    평소에 책 사는걸 싫어하는데 이유는 읽고 나면 쓸모없는 종이쪼가리 주제에 자리만 차지해서 귀찮은 존재가 되기 때문이죠. 물론 몇번씩 이나 읽는 아주 극소수의 책도 있긴 있습니

  다.(배수아의 랩소디인블루라던지....) 하지만 저는 애초에 좀 더 첨단의 포맷으로 넘기는걸 좋아하고 컴팩트한걸 좋아하고 하나로 다되는 작고 디지털한걸 더 좋아해서.... 중고딩때

  미친듯이 모았던 시디도 2000년대 초반 엠피쓰리로 전환될 즈음에 전부다 리핑해서 아카이브-_-화 시켜논담에 미련없이 시원하게 처분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책은 더하죠.... 그러다가

  이 책을 검색하다 우연히 눈에 띈게 e book. 아 이런게 있었지..... 스마트폰 쓴지 몇달됬는데 시도를 안해봐서 처음으로 이북을 샀어요. 아무래도 책은 들고 넘기고 하는 그런감이란게

  있는데 이거 핸드폰 액정으로 책 볼만한 싶었는데 기우였어요. 세상 편하더군요..... 아무데서나 읽고.... 자기전에 불꺼놓고도 스탠드따위 켜지 않아도 되고.... 아무튼 두권을 이틀만에

  독파.

 

    박민규스러운줄 알았느데 그와는 그 나이대 중년남자의 대중적인 정서라는거 정도고 많이 다르더군요. 솔직히 읽으면서 약간 놀란게 장르소설도 아닌데 최소한의 소설이 가지는

  가오조차 대농댕이친 철저하게 홀딱벗은 소설이라는 느낌이랄까요? 저자는 요즘 세상에 소설읽는 이유가 어떠어떠한거 아니냐고 이야기했지만 저는 뭐 제가 생각할때는 텍스트만

  이 줄수있는 특유의 가오..... 특유의 뭔가 있어보이는.... 이거 말곤 영상매체에 밀릴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진짜 이건 무슨 서울의 달이나 90년대즈음 격동의 현대사를 온갖

  상처를 내며 통과하는 기구한 주인공의 삶을 보여주는.....식의 초통속적인 드라마 같았어요. 초반엔 짝패생각도 났다가 영상자료원에서 몇번봤던 과거 조악했던 한국산 액션영화들

  생각도 났다가 홍콩장면에선 실제 그당시 주인공이었던 거룡배우님 ㅋ이 영상자료원에서 gv했던 기억도 나고.... (아마 작가도 자료수집하면서 그런거 다 찾아봤겠죠? 소설속에 그대로

  나오던데.....수많은 짝퉁 이소룡들)  군사정권과 삼청교육대가 나오면서는 갑자기 모래시계로 넘어가더니..... 고향 조폭들의 싸움에선 갑자기 일본영화 인의없는 전쟁이 떠오르고...

  어르신한테 희롱당하고 기구한 운명이 되는 원정은 서울무지개의 강리나가 떠오르고... 심지어 믿을수없게 막판에는 정말 이소룡영화의 살벌한 결투장면이 펼쳐지더니.... (이렇게

  까지 밀어붙이다니....이 소설 참 뭐지? 하고 당황)  교도소에선 거의 순교하는 성자급 미션이 떠오르더니.....어처구니 없게 마지막에는 (그래도) 모든 등장인물들이 나와서 그럭저럭

  해피하게 끝나는 발리우드 영화같은 엔딩..... 거기다 중간중간 남발되는 데우스엑스 마키나와 출생의 비밀과 적재 적소에 나타나는 결정적인 인물들. 우연의(예상가능한) 연속....

 

    그런데 참 재밌습니다. 재미는 있고요......마지막 작가의 말 이소룡의 말을 인용한.... 내 스타일에는 아무런 수수께끼가 없고 움직임은 직접적이고....  자신의 소설철학이라는 이야기

  를 보니 딱 이해가 되더군요. 작가가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 저는 소설에 있어서는 상당히 수수께끼가 있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아무튼 간만에 싸나이 가슴을 울리는

  코끝찡한 휴먼스토리 감상 잘했구요. 저도 원정 찾아 고고씽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50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03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695
126125 노래하는 짐 캐리 ㅡ ice ice baby/humping around/welcome to the jungle [2] new daviddain 2024.05.03 25
126124 파라마운트 소니에 매각? new theforce 2024.05.03 112
126123 [티빙바낭] 에... 그러니까 이런 영화였군요. '패스트 라이브즈' 잡담입니다 [6] update 로이배티 2024.05.03 293
126122 프레임드 #783 [2] Lunagazer 2024.05.02 43
126121 스팀덱 포기 [4] catgotmy 2024.05.02 143
126120 [왓챠바낭] 타란티노가 너무 좋았나 봅니다. '프리 파이어' 잡담입니다 [5] 로이배티 2024.05.02 314
126119 [애플티비] 통화로만 이뤄진 (환상특급 분위기의)9편의 이야기 ‘콜’ [6] 쏘맥 2024.05.01 249
126118 프레임드 #782 [4] Lunagazer 2024.05.01 52
126117 [근조] 작가 폴 오스터 [4] 영화처럼 2024.05.01 406
126116 메탈리카 5집을 듣다가 catgotmy 2024.05.01 116
126115 좋은 일을 찾아서 [14] thoma 2024.05.01 364
126114 스턴트맨 소감 #유스포 [2] 라인하르트012 2024.05.01 204
126113 대마초를 피우면 catgotmy 2024.05.01 180
126112 일할 때 점심 시간 이후의 문제 (치아) catgotmy 2024.05.01 141
126111 폴라 압둘이 안무 짠 뮤비 daviddain 2024.05.01 138
126110 책 낭독하기 catgotmy 2024.04.30 117
126109 프레임드 #781 [4] Lunagazer 2024.04.30 60
126108 잠자는 핑크 고질라 만들기 [1] 돌도끼 2024.04.30 159
126107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4.04.30 461
126106 [티빙바낭] 궁서체로 진지한 가정폭력 복수극, '비질란테'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4.04.30 40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