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참 많습니다.

 

선거자체만 따지고 보면 대선, 총선, 지자체 선거, 교육감 선거 이렇게 네 가지밖에 안되지만, 총선, 지자체 선거, 교육감 선거는 두 가지 이상에 대한 선택을 해야하죠.

 

대선, 총선,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교육감 선거를 제외하면 누구에게 혹은 어떤 정당에 투표를 했는지 가물가물합니다.

 

 

 

기억에 또렷하게 남는 "0번째"선거는 97년 대선입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제게는 투표권이 없었습니다. 정치와 사회문제에 큰 관심도 없었죠.

 

하지만 기억에 남는 이유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었기 때문입니다. TK 지역에 살고있던 저는, 선거 이후에 "나라가 망했다.", "쟤들이 복수하면 어떻게 하냐"는 말을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문과 학생이었던 제게 어떤 이과 친구는 "우리야 좀 괜찮겠지만, 너네는 어떻게 하냐. 불쌍하다."라는 말까지 했었죠. 저는 뭐가 뭔지도 모르게 정말 망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와 돌이켜 보면 개인적으로 한국의 대통령 중 김대중 대통령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ㅎㅎ

 

 

 

 

제 첫번째 선거는 2000년 총선이었습니다. 대학 2학년이었고 정치에 꽤 관심도 있었지만, 우습게도 부재자 신고를 안해서 첫번째 선거는 기권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두번째 선거는 2002년 대선. 아직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선거네요.

 

노무현과 권영길 사이에서 엄청나게 고민했습니다. 비판적 지지를 해야한다는 책, 비판적 지지를 비판하는 책들도 열심히 봤죠. 귀가 얇아서 그런지 이 책 읽으면 노무현 찍어야 할 것 같고, 저 책 읽으면 권영길 찍어야 할 것 같고...

 

투표장 앞에서까지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결국 전 노무현을 찍었습니다. 제 선택에 수도이전 공약이 가장 핵심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정책, 하지만 표가 안될 수도 있는 정책을 밀어부치는 모습이 제 마음을 흔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임기의 절반쯤 지났을 때 엄청나게 후회를 했습니다. FTA, 대연정, 노동자 탄압을 보면서 정말정말 후회했죠.

 

"남은 인생에서 비판적 지지는 더이상 없다"는 호기로운 다짐도 하던 때였습니다.

 

 

 

세번째 선거는 2004년 총선. 군대에서 부재자 자격으로 참여한 선거입니다.

 

저는 당연히 민주노동당을 찍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원거주지였던 대구에는 민노당이 안나와서 지역구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찍고 비례대표로만 민노당에 투표하였습니다.

 

 

 

이후 선거는 비판적 지지에 대한 고민과 갈등의 연속이었습니다.

 

2002년 대선 이후 절대로 비판적 지지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사표에 대한 회의감, 박빙구도에서의 갈등 등으로 항상 진보정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간 개인적인 정치성향도 변했고, 한국사회의 정당구조도 변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정을 이루고 안정적인 월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좀 보수화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에 대한 선호도가 더 커졌습니다. 예전처럼 단순한 비판적 지지의 대상이 아니라 진정한 지지의 대상에 가깝게 변한거죠.

 

그리고 한국사회의 정당구조가 변화하면서 민주노동당은 절대 표를 주면 안되는 정당이 되어 버렸네요.

 

 

그럼 누구에게 투표할까요?

 

한가지 확실한 건 안철수에게는 투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확실하다고는 하지만.... 또 안철수로 단일화되면 흔들릴 것을..)

 

그간의 투표경험이 남긴 선택원칙은 하나입니다.

 

1. 정당의 정책을 주르륵 살펴본다.   2. 내 생각과 가장 비슷한 정당을 선택한다.   3. 그 정당을 대표하는 인물을 선택한다.

 

안철수는 정당이 없고, 정책도 없는 것 같습니다. 발표한다던 정책도 공자님 말씀밖에 없네요.

 

많은 분들이 그의 진정성을 이야기하지만, 전 노무현 대통령을 경험하면서 구체적인 정책이 없는 진정성은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한국사회에도 위험하고, 대통령 그 자신에게도 위험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후보의 정책은 (적어도 제 취향에는) 쇼하듯이 시차를 두고 뻥뻥 터트리는게 아니라, 미리미리 발표해서 오픈베타테스트 하듯이 검증도 잘 하고, 다양한 이견도 수렴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2012년 대선에는 아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고, 만약에 안철수로 단일화될 경우에는 민노당을 제외한 진보정당을 찍을 가능성이 높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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