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연금법 통과?

2013.01.04 22:56

좋은사람 조회 수:2173

오후 쯤에 페북에 들어갔더니 후배가 국회의원 연금법이 통과됐다며,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이런 멘트를 달아 기사를 링크해 두었더군요. 

제가 알기론 현재 국회에 제출된 국회의원 연금법은 19대 국회의원부터는 연금 혜택을 없애는 내용인데, 

이게 통과됐다면 좋아할 일이지 왜 또 욕먹나 싶어서 찾아봤어요. 

그랬더니 연금 예산이 포함된 2013 예산안 통과를 연금법 통과로 써 놨더라고요. 

연금제를 폐지하는 국회의원 연금법은 아직 상임위에 계류된 채 심사 중이구요. 

연금 예산은 국회의원 연금제가 아직 법적으로 폐지된 게 아니니까 어쩔 수 없이랄까, 그저 법대로;; 예산을 편성해 둔 거죠. 


이걸 국회의원 연금법 통과라고, 예산안 찬성/반대 의원 명단까지 스크린샷으로 돌아다니는 걸 보면서 좀 황당했어요. 

국회의원 특권 폐지니 뭐니 하면서 19대 초반에 내내 떠들어놓고는, 그 법안 하나 빨리빨리 통과 못 시켰나라고 비판을 한다면야

민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할 말이 없는 거 맞을 겁니다. 

하지만 예산안에 찬성/반대를 표시하는 건 여러 가지 복합적 이유가 작동하고, 단지 '국회의원 연금 예산 포함'이라는 하나의 사실로만 평가할 수는 없는 부분이잖아요.


반대한 의원들을 보니, 국회의원 연금 예산이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의 경우 2013 예산안의 핫 이슈였던 강정 해군기지 예산이 더 문제였던 것 같고

(민주당 제주도 의원 셋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고, 강정 예산에 끝까지 저항했다고 언론에 보도된 장하나 의원의 이름도 반대 명단에 보이더라고요. 

 한명숙 의원 역시 강정 문제에는 반대 취지를 꾸준히 밝혀 왔었구요.)

새누리당은 복지 예산 확대라든지, 아니면 다른 문제들이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추측됩니다.

(심재철 의원은 예산안에 반대했는데, 그 직후 복지 예산 확대에 우려를 표하는 인터뷰를 했죠. 명단 다시 확인하니까 심재철 의원은 없네요. 서병수, 유승민은 왜 반대한 거지;;)


2013년도 예산안의 심층 분석 기사를 통해, 국방 예산이 얼마나 줄었고, 복지 예산은 얼마가 늘었는데 실질적으로 복지가 돌아가는 계층은 어디인지

독도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데 그 배경은 뭔지, 뭐 이런 걸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현행법에 의거해 편성된 국회의원 연금 예산(정확하게는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 지원 예산 항목이죠)을 

'국회의원 연금법 통과'라는 오도되고 왜곡된 언어로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가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이 보도의 반응은 '새누리나 민주당이나 그놈이 그놈이다'이고, 이런 식의 정치 혐오는 절대로 민주당과 진보정당에게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죠. 


다음 번 국회가 열릴 때 지난 가을에 민주당이 제출한 국회의원 연금 폐지 법안이 통과되면, 이 예산에서 연금에 지불되는 건 사라질 겁니다. 

그게 제대로 되는지를 눈 똑바로 뜨고 살펴보면 되겠죠. 


하지만, 이번 건에서 욕먹어야 할 건, 언론이 더 큰 것 같네요. 제 생각만 그럴지도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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